권오준 포스코 회장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구설에 올랐던 포스코의 권오준 회장이 사실상 연임에 성공했다. 다만,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권 회장을 계속 주시하고 있는 데다 올해안에 들어설 차기 정권에서 '정치 외풍'에 시달릴 경우 회장 자리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포스코는 25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이사회를 열고 권 회장을 최고경영자(CEO) 단독 후보로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권 회장은 오는 3월 정기주총에서 공식적으로 재선임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앞서 권 회장이 현 정권 '비선 실세'인 최순실씨의 연루설로 연임 위기를 맞았지만, 구조조정 성과와 매출 확대 등의 실적이 권 회장의 재선임을 가능케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권 회장이 취임할 당시인 2014년 3월 포스코의 실적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으나 취임 후 지난해 3분기까지 계열사와 자산 모두 98건의 구조조정을 단행, 부실을 정리했다. 또한 수익성이 높은 월드 프리미엄(WP) 제품 판매를 늘려 매출 확대를 기했다. 이로써 지난해 3분기 포스코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조343억원을 기록, 4년만에 '1조 클럽'에 복귀했다.
하지만 여러 악재들이 도사리고 있어 권 회장의 앞길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우선 '최순실 게이트' 연루설에서 자유롭지 않다. 박영수 특검팀이 2014년 권 회장의 인선에 최순실씨가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3일 특검팀은 전 포항스틸러스 사장 김모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권 회장의 선임과 관련된 경위 등을 조사했다. 특검팀은 당시 포스코 '승계 협의회'에 참여했던 김씨에게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최순실씨가 권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밀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사실 관계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권 회장의 부인이 최씨 혹은 박근혜 대통령과 친분이 있다는 소문도 돈다. 권 회장은 이런 의혹에 대해 모두 강력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특검팀의 수사 결과에 따라 권 회장이 또다시 위기를 맞게 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게다가 오는 3월 연임을 확정짓는다 하더라도 올해 안에 출범할 차기 정권이 권 회장에 대한 평가를 박하게 할 경우 외풍에 시달리는 기업 특성상 잔여 임기를 채울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