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첸의 전기 밥솥에서 또다시 화재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소비자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한 소비자의 전기밥솥에서 화재로 인해 파손된 모습. 사진출처=온라인
생활가전업체인 쿠첸의 전기밥솥에서 또 다시 화재사고가 발생해 소비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가운데 쿠첸이 문제해결 과정에서 '안이한 대응'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연말 쿠첸 전기밥솥에서 아무 이유 없이 발화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약 2년여 전에도 쿠첸 전기밥솥의 연결전선에서 불이 발생, 아파트 내부와 집기 등의 피해를 입는 사고가 터진바 있다.
연이어 화재가 났음에도 쿠첸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화재원인을 밝히는데 주력하기는커녕 사고 봉합에만 급급해 소비자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이번 화재 사건으로 이대희 쿠첸 대표가 평소 강조해 온 '고객 만족과 품질 경영'에도 흠집이 나고 있다.
화재논란 악재 외에도 쿠체은 경쟁업체인 쿠쿠전자와의 특허 소송전에서 연이어 패소하면서 전기밥솥 사업에 '빨간불'이 켜진 모양새다.
현재 국내 전기밥솥 시장은 쿠쿠전자가 65%, 쿠첸이 35% 정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첸, 연이은 전기밥솥 화재에도 안이한 대응으로 도마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쿠첸 밥솥에서 불이 났다'는 내용의 글이 게시됐다. 전기밥솥의 경우 몇 시간씩, 또는 하루이상을 전기코드에 꽂아두는 가전제품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전에 거주하는 소비자 A씨는 "지난해 12월 21일 오전 집에서 플라스틱이 타는 듯한 냄새를 맡고 주변을 둘러봤지만 이상이 없는 것 같아 출근길에 나섰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안한 마음에 집으로 되돌아 온 A씨는 연기가 자욱한 거실 부엌을 목격했고 동시에 심한 유독가스 냄새를 맡았다.
그는 "당시 밥솥 하단에서 불이 활활 나면서 주변으로 불이 옮겨 붙고 있었다"며 "급히 밥통을 바닥으로 밀어버리고 물을 부어 화재를 진압했다"고 전했다. 현관과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킨 그는 내솥 하단의 가열판이 모두 녹아버린 것을 발견했다. 당시 전기밥솥은 내솥이 없이 전기코드만 꽂아둔 상태였다.
그는 "열이 얼마나 심하게 났으면 판판하게 쇠로된 가열판이 종이처럼 녹아 변형됐다"고 주장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그는 "그냥 출근을 했다면 집이 다 타버렸을 것이라는 끔찍한 생각과 함께 (밥솥)보온기능을 쓰며 밤에도 전원이 들어와 있는 경우가 다수인데 자다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앞서 쿠첸측은 밥솥 화재사고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보상한 바 있다. 지난해 8월 서울고법 민사5부는 B씨가 쿠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쿠첸은 김씨에게 638만원을 지급하라"며 1심과 같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해당 사건은 2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B씨는 2014년 8월 자신의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 아파트 내부와 가재도구 등이 불에 타는 손해를 입었다. 이에 B씨는 "밥솥 결함으로 화재가 발생했다"면서 피해 보상소송을 냈고 결국 2심에서도 일부 승소했다.
이처럼 연이어 화재사고가 터짐에 따라 소비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최근 쿠첸 전기밥솥을 구매한 한 소비자는 "대낮 집안에 아무도 없거나 아이들만 있을 때 화재가 발생하면 어쩌냐?"며 "불안해서 쿠첸 전기밥솥을 쓸 수가 없다"고 말했다.
A씨는 쿠첸측의 '안이한 대응'도 지적했다. 그는 "(쿠첸) 본사측이 '보험처리 해드리겠다. 위로금 50만원을 주겠다'는 말을 들었다"며 "쿠첸이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발화된 밥솥) 제품만 수거해 가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사고가 발생한지 한 달 이상이 지났지만 쿠첸은 이렇다 할만한 공식 입장 표명이나 원인 규명이 없는 상태다. A씨도 "쿠첸 본사는 원인을 명확히 알아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다른 소비자도 "사건이 터진 후 쿠첸에선 뭐를 했는지 모르겠다"며 "업체가 서둘러 해명이든 대책을 내놔야 한다"며 쿠첸을 비난했다.
업계에선 이번 발화사건을 조속히 마무리 짓기 위해서는 소방과학연구원 등 제3기관에서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쿠첸은 사고 대응 '매뉴얼'에 따랐다는 입장이다. 쿠첸측은 "제품을 빨리 회수해 화재의 원인을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국민안전처 국가화재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12월 전기밥솥·보온밥솥으로 인한 화재건수는 총 23건이었으며, 이 가운데 전기적 요인이 13건으로 가장 많았다. 기계적 요인과 미상의 이유는 각각 6건과 4건이었다.
▶경쟁사 쿠쿠에 특허소송 잇따라 패소…사업 확대 걸림돌?
이같은 화재논란과 더불어 특허관련 이슈도 쿠첸의 전기밥솥 사업에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쿠쿠전자와 진행한 '압력밥솥 안전기술' 특허 소송전에서 연이어 패소했기 때문이다. 쿠첸은 해당 특허가 일반적인 기술이라고 주장했지만,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특허소송 상고심에서 '발명 권리범위에 속한다'며 쿠쿠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쿠첸이 쿠쿠전자와 분쟁을 빚은 내용은 '안전장치가 구비된 내솥 뚜껑 분리형 전기 압력 조리기' 특허 기술이다. 해당 특허는 밥솥 내솥 뚜껑이 분리돼 청소를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술이다.
양사의 공방은 2015년 1월 쿠쿠전자가 쿠첸이 특허권리를 침해했다며 법원에 제기한 소에서 승소하면서 시작됐다. 쿠첸측은 분리형 커버 감지장치가 일상화된 기술로 쿠쿠전자의 특허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잇따라 패소, 결국 지난해 11월 최종 결론에 이르렀다.
쿠첸은 패소 판결에 대해 아쉽지만, 향후 제품 판매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쿠첸측은 "소송 결과에 따른 제품 판매에 대한 영향은 없으며 이미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중국시장 진출을 앞둔 쿠첸으로서는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해당 기술을 무단 사용한 데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있지 않겠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