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막오른' 금호타이어 인수전, 박삼구 회장 '돈의 전쟁'서 이길까?
기사입력| 2017-01-23 08:41:52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력 계열사였던 금호타이어의 인수전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중국기업 더블스타 간 양자 대결구도로 좁혀졌다.
재계와 시장에서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금호타이어 지분의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 박삼구 회장이 채권단과의 약정을 지키면서 1조원에 달하는 거금의 인수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 여부다.
그동안 금호타이어 인수를 통해 그룹 재건을 강조해온 박 회장이 과연 '전(錢)의 전쟁'에서 중국 기업을 이길 수 있는가에 대해 일부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여기에 계열사 자금을 동원할 수 없는 점과 지난 2015년 금호산업을 인수할 당시 빌린 6000억원도 갚지 못하고 있어 박 회장의 금호타이어 인수가 그리 호락호락한 상황은 아니다.
▶박삼구 회장의 인수자금 조달 해법은?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지난 18일 더블스타를 금호타이어 지분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했다. 타이어 업계 글로벌 순위 30위권인 더블스타는 1조70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를 조성해 이번 입찰에 참여했으며, 약 1조원의 가격을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매각하는 채권단 지분은 6636만8844주(지분율 42.01%)다. 우리은행(14.15%), 산업은행(13.51%), 국민은행(4.16%), 수출입은행(3.13%) 등 9개 금융기관이 채권단을 구성하고 있다.
채권단은 2월말쯤 더블스타와 주식매수계약(SPA)을 체결하고 해당 계약 조건을 박삼구 회장에게 알릴 예정이다.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박 회장이 인수 의향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박 회장은 채권단으로부터 통보받은 날로부터 한 달 내에 인수 의사를 밝혀야 한다. 이후 45일 내에 자금 조달방안과 계약금을 제출해야 한다. 매각 절차는 잔금 납부와 함께 마무리 된다. 이대로 일정이 진행되면 이르면 3월 말 금호타이어 새 주인이 결정된다.
결국 금호타이어 인수전에서의 관건은 자금 확보다. 박 회장이 인수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하는 경우 인수 자격은 중국 기업으로 넘어가게 된다. 더블스타가 1조원에 달하는 높은 인수 가격을 써냈음에도 박 회장의 금호타이어 인수 의지는 변함이 없다. 박 회장은 더블스타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인 지난 17일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지고 있으면 행사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자금 마련에 대해 박 회장은 "아직 시간이 많다"면서 "여러 가지 연구를 충분히 할 것"이라고 전했다.
자금 확보의 문제 가운데 하나는 채권단과의 약정에 따라 박 회장은 계열사 자금을 직접 동원할 수 없다는 점이다.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도 금호타이어 인수에 자금 지원이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따라 박 회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운 뒤 재무적투자자(FI)를 끌어모아 인수 대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박 회장의 '백기사' 후보로 사촌 동생인 박명구 금호전기 회장, 사돈인 대상그룹 등 가족·친지뿐만 아니라 NH농협은행, 중국 캠차이나 등 국내외 다양한 기업들이 거론된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무리하게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경우 대우건설·대한통운 인수 때처럼 '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15년 금호산업을 인수하면서 빌린 6000억원을 갚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인수가 또다른 위기요소로 작용하는게 아닌가하는 지적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불확실성과 미국발 금리인상 등도 또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면서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하면 그룹 전체가 자금 압박에 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기업 인수땐 '제2의 쌍용차' 우려도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더블스타는 막강한 '실탄(자금)'을 앞세워 금호타이어 인수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약 1조70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 결성을 완료한 더블스타는 인수를 위한 자금 마련을 끝낸 상태로 전해진다. 더블스타는 "채권단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는 것은 본입찰 시 제출한 자금 조달 계획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면서 "인수가 뿐만 아니라 향후 사업계획과 직원 승계, 기업 경영 등 비가격요소들도 함께 고려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더블스타는 또한 금호타이어 인수로 인한 시너지 효과도 주장했다. 더블스타 관계자는 "인수가 이뤄지면, 더블스타의 중국시장 내의 지위, 최고의 타이어 브랜드라는 가치 뿐만 아니라 트럭·버스용 타이어 생산의 강점과 금호타이어의 승용차용 제품 생산의 강점이 더해져서 더블스타는 중국 최대의 타이어 생산업체로 발돋움하게 됨은 물론, 글로벌 타이어 업계 10위권 내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하지만, 더블스타는 한국과 중국의 문화적 차이를 해소하고, 금호타이어에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작업이 어떤 인수업체이든 결코 간단한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921년 설립된 더블스타는 산둥성 소재 유일의 국유 상장 타이어 업체다. 중국내 5대 트럭·버스용 타이어(TBR) 제조업체로, 광산용, 중장거리용 , 중단거리용, 도심 대중교통 버스용 타이어 등을 생산하고 있다. 글로벌 업계 15위권 밖의 업체였던 더블스타는 그동안 지속적인 인수·합병 등으로 중국내 트럭·버스용 타이어업계 5위권, 중국 내 대표 타이어 브랜드로 성장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도 있다. 재계에선 금호타이어가 중국 기업에 매각될 경우 '제2의 쌍용자동차'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04년 중국 상하이차는 쌍용차를 인수 후 2009년 인도 마힌드라그룹에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쌍용차의 첨단 핵심 기술들이 상하이차로 유출됐던 일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