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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에 삼성 최대 위기…사령탑 부재·신인도 하락 직면

기사입력| 2017-01-17 08:38:02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 등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삼성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게 되면 각종 사업과 지배구조를 개편 중인 삼성그룹은 '사령탑 부재'라는 비상상황에 빠지게 된다.

또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수사선상에 오른 재벌 총수 가운데 처음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재계는 당혹스런 분위기다.

대기업 가운데 특검의 다음 수사 대상으로 SK그룹과 롯데그룹, CJ그룹 등이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검 "국가경제도 중요하지만 정의 세우는 게 더 중요"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6일 이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특경가법) 횡령,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 여부는 오는 18일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결정된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혐의가 소명된다고 보고 12∼13일 22시간에 걸친 밤샘조사 후 사흘 만에 이처럼 결론 내렸다. 다만, 최순실씨 지원의 실무를 맡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최지성 부회장과 장충기 사장, 대한승마협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 등 수뇌부는 불구속 기소하기로 했다.

이날 오후 특검의 정례 브리핑에서 이 부회장의 영장청구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를 결정함에 있어 국가경제 등에 미치는 사안도 중요하지만 정의를 세우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특검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자신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걸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범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는 대가로 최씨 측에 430억원대 금전 지원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은 최씨의 독일법인인 코레스포츠와의 220억원대 컨설팅 계약,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16억2800만원 후원,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204억원 출연 등을 모두 대가성 있는 뇌물로 판단했다. 이는 2015년 7월 박근혜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공단을 통해 삼성 합병을 도와준 데 대한 답례라는 것이다. 특검은 여기에는 일반 뇌물죄와 제3자 뇌물죄가 모두 포함된다고 밝혔다.

특검은 또한 거액의 금전지원 가운데 일부는 이 부회장이 회사 자금을 부당하게 빼돌려 마련한 것으로 보고 특경가법상 횡령 혐의도 적용했다. 이 부회장에게는 작년 12월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 거짓 증언을 한 혐의도 적용됐다. 이 부회장은 청문회에서 지원이 결정되고 실행될 당시 최씨의 존재를 몰랐고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적도 없다고 증언한 바 있다. 그러나 특검은 삼성과 이 부회장이 2015년 3월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을 즈음 이미 최씨 모녀의 존재를 알았고, 그때부터 금전 지원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고 판단했다.

▶삼성 경영권 공백 위기…대외 신뢰도 하락도 우려

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삼성은 경영 공백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4년 5월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3년 가까이 치료를 받고 있는 부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대신해 삼성그룹의 '선장' 역할을 해왔다.

삼성은 그동안 삼성종합화학 등의 자회사 매각과 계열사간 합병 등을 거치면서 핵심사업 위주로 재편했다. 또한 삼성은 자동차 전장사업, 프리미엄 가전, 인공지능(AI) 등과 관련된 해외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등 미래 신사업 성장을 추진해 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오른 이 부회장은 책임경영 강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고,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 계획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로 이같은 삼성의 도약 계획은 일시 중단될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지난달 최순실 청문회 국정조사에서 이 부회장이 밝혔던 미래전략실 해체 등의 조직 개편 작업도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뿐만아니라 삼성에 대한 대외적인 신뢰도 하락도 우려된다. 오너가 '뇌물 혐의'를 받고 있는 기업이 글로벌 경쟁 무대에서 제대로 인정을 받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예컨대 미국에서는 '해외부패방지법'(FCPA)을 적용, 뇌물이나 회계 부정행위를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 미국 외에 다른 나라에서 뇌물을 주더라도 미국 내 사업이 제한되고 거액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재계 "우려" vs 시민단체 "당연한 일"

특검의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청구를 놓고 재계와 시민사회단체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또한 특검이 향후 SK·롯데·CJ 등으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당 대기업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양새다.

우선 경영계는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에 대해 삼성그룹의 경영 공백을 우려하며 사법당국의 신중한 판단을 요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날 "이건희 회장이 3년째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마저 구속된다면 삼성그룹은 심각한 경영공백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이 부회장의 구속이 가뜩이나 얼어붙은 우리 기업인들의 '경제하려는 의지'를 더욱 꺾는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사법당국의 신중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입장 자료를 냈다.

또한 경총은 "그동안 제기된 모든 의혹과 관련해 정당한 사법절차를 통해 잘잘못이 엄정하게 가려지기를 바라고,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에 대한 오해가 있다면 이 또한 명확히 해소되기를 바란다"면서도 "이 부회장의 범죄혐의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속수사는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고 우려했다.

대한상공회의소 또한 "사법부가 사실과 법리 등을 잘 살펴 현명하게 판단할 일"이라면서도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불구속 수사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반면 시민사회 단체들은 '당연한 일'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참여연대는 재벌총수에 대한 사법처리가 회사의 성과에 위기를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은 전혀 실증적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참여연대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 중대 범죄자는 구속돼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원칙에 충실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을 내놨다. 퇴진행동은 "뇌물을 주거나 받으면 당연히 구속을 당해야 하는 것"이라며 법원의 원칙적인 판결을 촉구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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