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용품
유해필터 썼던 3M, 이번엔 '미세먼지 제거도 못하는' 필터로 논란
기사입력| 2017-01-03 08:23:59
우리나라에서 스카치테이프·포스트잇 등 사무용품으로 잘 알려진 쓰리엠(3M)이 국내에서 연이은 품질 논란으로 불신을 낳고 있다
지난해 유독물질인 옥틸이소티아졸론(OIT)이 나오는 공기청정기 필터로 문제가 됐던 한국쓰리엠이 이번엔 에어컨 필터 성능을 과장 광고, 판매했던 점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위는 에어컨필터 제품 포장과 인터넷 등에 차량용 에어컨필터 성능을 과장해 광고한 한국쓰리엠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700만원을 부과했다고 2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국쓰리엠은 1999년 3월부터 2014년 3월까지 자동차용항균정전필터 13종을 판매하면서 제품 포장에 '5미크론 이상 입자 제거효율 99%', '미세먼지를 완벽하게 걸러줍니다'라고 표시했다. 그러나 표시된 미세먼지 제거 효율을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자료를 통해 실증하지 못했다. 현 표시광고법은 표시·광고 내용 중 사실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는 광고를 하는 사업자가 합리적인 근거나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진실임을 증명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한국쓰리엠은 차량용 필터 포장에 '항균정전필터', '뛰어난 항균력, 살균력'이라고 표시했지만 항균효과도 전혀 실증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 한국쓰리엠은 "해당 제품은 이미 판매 중지된 상품"이라며 "현재 시판되는 제품은 다른 필터를 사용하고 있고, 성능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비난 여론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특히 쓰리엠 브랜드 자체에 대한 실망을 나타내는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OIT 필터로 논란을 빚었을 때, 한국쓰리엠은 소비자들의 거센 분노에도 늑장대응으로 일관해 빈축을 산 바 있다. 환경부가 2014년 유독물질로 지정한 OIT는 입으로 먹거나 피부에 닿으면 유해하며, 어류 등 수생환경에도 유해한 물질로 알려졌다. 호흡기를 통해 지속적으로 흡입했을 경우 폐 염증 등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3M은 항균기능을 유지 못하는 필터를 항균필터인 것처럼 에어컨과 공기청정기에 부착해 판매하도록 했고, 허위·과장광고로 한국 소비자를 우롱했다"며 "이는 3M이 한국 국민에 벌인 사기극"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필터 환불과 보상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을 때도, 한국쓰리엠은 "자체 시험을 통해 조사된 필터 OIT 함유량은 환경부 허용기준치 대비 극히 소량이다. 환경부의 공식 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신중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다, 뒤늦게 해당 제품의 환불과 함께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
뿐만 아니라 한일전기가 제조한 자외선 젖병소독기 중 일부에서도 OIT가 들어간 한국쓰리엠의 항균필터가 사용돼 회수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 당시 한국쓰리엠 관계자는 "젖병소독기에 항균필터 공급을 파악한 즉시 국제기관(EPA, ANSI)으로부터 인증 받은 미국 3M 본사의 실험실에서 다각적인 실험을 진행했다"며 "그 결과 젖병에 잔류하는 항균물질 성분은 극미량으로 전 연령층에 걸쳐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변명으로 일관했다.
작년에 파문이 일었음에도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은 것은 한국쓰리엠이 소비자 불안을 확실하게 잠재울만한 획기적인 내부 시스템 변화가 없음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 한국쓰리엠은 "소비자와 고객사의 우려를 최소화하고자 제품 안전성과 관련해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화된 안전 기준과 내부 규정을 바탕으로 소비자와 고객사로부터 신뢰받는 제품과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국쓰리엠은 구체적 수치나 방법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전과 달라진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국쓰리엠 관계자는 "보다 강력한 의지로 품질 관리를 하는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한편 3M은 사무용품과 의료용품, 보안제품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이다. 2015년 한국쓰리엠 매출은 1조5731억원, 영업이익은 175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3M 전세계 매출 35조원의 4.5%대에 해당한다. 한국 시장의 영향력을 결코 무시할 수 있는 규모인데도 한국 소비자들의 비난 여론에 대해선 귀 기울여 들으려는 자세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1년에 1회 진행하는 과학창의성 캠프 등 영업이익에 비해 사회공헌 활동의 규모나 내용이 풍부하지 못한 점도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해 OIT 필터 후폭풍에도 1조4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한국쓰리엠의 기부 및 사회공헌 활동비는 4억원에 불과했다 . 업계 관계자는 "유해성분 이슈에 민감한 한국소비자들을 위해 보다 투명하고 엄격하게 제품 성능을 관리하고 검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며 "보다 적극적으로 한국 소비자들과 소통하고 불만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신뢰도 회복은 물 건너간 일이 될 것이며 소비자 외면 또한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