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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투자증권, 성희롱 임원에겐 '솜방망이' 징계…직원에겐 인력감축 등 고통 강요?

기사입력| 2016-12-22 09:30:00
지난달초 고위 임원이 성희롱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현대중공업그룹 금융계열사 하이투자증권이 최근 이 임원에게 솜방망이 징계를 내리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 임원은 회식자리에서 "지나가는 예쁜 여자 보면 '하룻밤'하는 생각이 든다"는 등의 성희롱 발언으로 사내에서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사측이 경미한 징계를 내리자 하이투자증권 노동조합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 직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하이투자증권이 최근 발표한 인력 감축이나 성과급 삭감 등을 골자로 한 고통분담안에 대해 노조가 파업을 거론하는 등 강력 반발하면서 노사간 갈등은 더욱 격화되는 모양새다.

▶성희롱 임원 경미한 징계에 노조 강력 반발

지난달 초 열린 리테일 점포혁신 TF 설명회에서 양모 전무는 문제가 될 만한 발언을 했다. 지난 5월 현대중공업에서 파견된 양 전무는 "어떤 때는 마누라에게 당신밖에 없다고 하고, 지나가는 예쁜 여자 보면 '하룻밤'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 것. 이어 직원들을 향한 인격모독성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사내 반발 여론이 들끓자 회사는 인사위원회를 열고 양 전무에 대해 경고와 공개사과 권고 조치를 취했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사내 임원과 노무사, 성평등 전문가 등으로 인사위원회를 열었다"며 "비슷한 사안에 대한 인권위 조치 등도 참고해 징계 수위를 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양 전무가 '임원으로서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적절치 못한 발언에 사과한다'는 취지의 A4용지 한 장 분량의 공개 사과문을 사내 통신망에 게재했고, 회사에선 이후 임직원 대상 특별인권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며 "조직 내 성차별 분위기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노조는 이같은 인사조치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보다 강력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더욱이 양 전무가 이 TF팀에서 물러나지 않고, 자문위원으로 여전히 이름을 올려놓은 것 또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지난 7일 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조사를 기다리고 있는 하이투자증권 노조는 "공식석상에서 직원들에게 수치심을 안겨준 간부에게 고작 경고 조치가 말이 되냐"며 "이번 사안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에서 최근 조사관을 배정했다. 이후 인권위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는 가운데, 사내에서 해당 전무의 해임을 지속적으로 요구해나가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흔들리는 고용안정, 직원 허리띠 졸라매는 것만이 살 길?

하이투자증권 직원들의 반발은 이 뿐만이 아니다. 하이투자증권은 리테일 사업부 수익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난 9월말 '리테일 경쟁력 강화 TF'를 구성했다. 그러나 하이투자증권 노조 측은 "(사측이) 결국 성과급 삭감 등 인건비 개선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20일 사내게시판에 공개된 '창구조직 효율성 강화 방안' 등 7개 안에 따르면, TF팀은 현 33개 점포 중 57%에 해당하는 19개가 부산(9개), 울산(4개), 경남(6개)에 쏠려 있어 점포 축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33개점 99명의 창구 근무 인력 을 26개점 70여명으로 줄이는 안 또한 제안했다. 업계에선 모기업인 현대중공업의 실적부진으로 매각을 추진 중인 하이투자증권이 원활한 협상을 위해 덩치 줄이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지점 축소에 나서게 되면 당연히 인력 감축은 불가피해진다.

게다가 TF팀은 기존 성과 보상 및 급여 시스템의 변화도 예고했다. 현재 하이투자증권은 업직원의 손익분기점(BEP)을 1.35배를 두고 성과 보상 및 급여 삭감을 진행해왔다. 연봉의 1.35배 이상 수익을 낼 경우 성과급을 지급하고 이보다 낮을 경우엔 성과급을 삭감하는 방식이다. 1.35배 미만 저성과자에 대해서는 급여를 최소 10%에서 최대 35%까지 삭감한다.

이번 TF팀이 제출한 '성과보상제도 개선방안'에 따르면, 인센티브 기준을 2.0으로 상향 조정하게 된다. 그리고 6월과 12월에 각각 150%씩 나눠 일괄 지급되던 300% 또한 차등지급하는 안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영업점 실적 평가와 평가권자의 활동성 평가에 따라 A부터 E등급까지 나눠 최대 400%부터 최저 200%를 받게 된다.

사측은 "두 달동안 TF팀이 가동돼 우리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격론을 벌인 결과"라며 "우리가 안고 있는 내부 문제를 다 같이 극복하자는 취지로, 이후 여론수렴 절차를 충분히 거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15인의 팀원들이 21일부터 28일까지 전국 33개 지점을 돌면서 의견청취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리테일 경쟁력 강화가 결국 직원들 자르고 허리띠 졸라매는 것이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박정현 하이투자증권 노조위원장은 "노동조합과 사전 합의 없는 이번 안에 대해 전면 거부 입장을 확고히 한다"며 "파업이라도 불사하겠다"고 밝혀 사내 갈등은 앞으로 더욱 증폭될 전망이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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