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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제품서 또 유해물질…서경배 회장 품질경영 붕괴?

기사입력| 2016-12-14 08:38:56
이쯤 되면 "또 아모레냐?"라는 얘기가 나올 만하다.

'최고 품질'을 앞세워 아시아 뷰티시장을 장악해온 아모레퍼시픽이 최근 제품에서 유해 물질이 잇달아 검출되며 브랜드 신뢰도에 큰 상처가 났다. 특히 전국민을 '멘붕'에 빠트렸던 '가습기 살균제 치약'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네일제품 용기에서 발암물질 프탈레이트류가 기준치의 수십배가 나와 또 다른 공포를 안겨주고 있다.

이러다보니 아모레퍼시픽 제품을 믿고 사용해도 될까라는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지난 1997년 옛 태평양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품질경영을 최우선에 두고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부단히 들였던 노력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외형적 성장에 심취해 내수시장의 품질 안전 관리에 있어선 허점을 보이고 있는 거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네일 제품 용기에서 발암물질 기준치 이상 검출

지난 2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모레퍼시픽 편집숍 아리따움에서 판매되고 있는 네일 제품인 '모디퀵 드라이어' 포장재에서 프탈레이트류가 기준치의 56배가 검출돼 판매중지 및 회수조치를 내렸다.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에 유연성을 주기 위해 장난감, 바닥재 등에 사용되는 환경호르몬 일종으로 내분비계 교란물질이다. 동물의 간, 신장, 심장, 폐 등에 악영향을 미치고 여성불임 등 생식기관에 유해한 독성물질이라는 논란을 불러일으켜왔다. 특히 발암성으로 국내에서는 식품용기와 플라스틱 완구 등 어린이용 제품에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문제의 제품은 아리따움이 제조자개발방식(ODM) 방식으로, M사에서 제조해 왔다. 아모레퍼시픽 측에 따르면 문제의 제품은 지난 2012년 10월부터 판매를 시작해 2014년 한 차례 제품을 리뉴얼해 판매해 왔다.

그런데 후속 대처도 아모레퍼시픽의 '고객제일주의' 이미지에 걸맞지 않게 이뤄졌다. 아모레퍼시픽은 식약처의 조치를 받고도 닷새나 지난 7일 아리따움 홈페이지를 통해 회수 공표문을 공개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아리따움을 사랑해 주시는 고객님께 불미스러운 말씀을 올리게 되어 죄송하다"며 "원인을 분석한 결과, 해당 제품의 포장재 재질에 문제가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 회수대상 제품을 갖고 있는 고객은 구매 영수증 소지 여부와 상관없이 환불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사태의 심각성은 문제가 된 제품이 '모디퀵 드라이어'에 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리따움은 회수 공표문에 "회수 대상 로트 제품 이외에도 동일한 제조사를 통해 납품받은 포장재가 사용된 퀵드라이어 전 제품을 자진회수하기로 결정하였다"고 밝혔지만 문제가 된 제품이 무엇인지는 적시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식약처는 지난 6일 이니스프리의 '이니스프리 퀵 드라이 10㎖'와 에뛰드하우스의 '헬프 마이 핑거 퀵드라이 드롭'을 '모디퀵 드라이어'와 같은 이유로 자진회수가 된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아모레퍼시픽 측은 "고객님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린다. 향후 엄격한 품질 관리를 통해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하지만 문제가 된 제품이 어느 정도 만들어졌고 얼마나 팔렸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회사 방침상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

▶틴트·치약 충격 가시기전 또 유해물질…흔들리는 서경배 회장 품질경영

아모레퍼시픽의 품질경영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리따움의 '불륨업 오일틴트'의 2호와 5호 색상의 일부 제품이 식약처의 '화장품법 제 5조의2'에 따라 미생물기준치를 초과해 자진회수를 실시했다. 하지만 아리따움 측은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구순염 등 부작용 사례를 먼저 제보했고 문제를 인지한지 닷새가 지난 다음에야 제품 회수에 나서는 '늑장 대처'로 비난을 받았다.

이어 지난 9월에는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검출된 치약으로 소비자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식약처는 가습기 살균제 물질인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CMIT)와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이 함유된 아모레퍼시픽 치약제품 13종에 긴급 회수조치를 내렸다. 아모레퍼시픽은 판매처들과 혐의를 거쳐 선물세트에 포함된 제품은 물론 사용 여부, 영수증 소지 여부 등과 상관없이 환불 교환을 해주고 있으나 소비자들의 분노는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았다.

지난 10월에는 식약처로부터 2건의 제조업무 정지처분을 받는 악재가 이어졌다. 화장품 '에튀드하우스 플레이컬러 아이즈 인더카페' 등 6개 제품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제조관리기준서 중 '출하관리'의 내용을 준수하지 않고 완제품 적합 판정 이전에 출고했다가 적발된 것. 또 아리따움의 '볼륨업 오일틴트' 2호와 5호 역시 품질관리기준서를 준수하지 않은 탓에 1개월 판매정지 처분을 받았다.

여기에 '모디퀵 드라이어' 사태까지 더해지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또 아모레냐"는 소리가 저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일련의 사태를 겪을 때마다 아모레퍼시픽이 내놓는 해명이다. 매번 "고객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사과드리며 이번 일을 계기로 모든 제품에 대해 원료관리를 비롯한 생산 전 과정을 철저히 점검하고 이러한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다음에 문제가 생기면 어김없이 같은 사과만 반복하고 있는 것.

실제로 이번 '모디퀵 드라이어' 사태와 관련해 아모레퍼시픽 측에 여러 질문을 했지만 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고객님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린다. 사용중인 원료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 품질사업부 신설 등 더욱 더 엄격한 품질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답만 반복해서 보냈다.

더욱이 재차 확인해 본 결과 해결책이라고 밝힌 품질사업부는 내년 1월 1일에야 부서가 신설되고, 전수 조사 진행 과정도 명쾌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형식적인 대응을 거듭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가습기 살균제 치약' 사태 이후 서경배 회장은 '아모레 전 영역 제품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라'고 강력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하지만 석 달도 안 돼 발암물질 네일 제품 사태가 터지면서 서 회장의 지시가 무색해져 버렸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서경배 회장의 경영철학에 근거에 아모레퍼시픽하면 품질 관리를 최우선에 두고, 이에 조금이라도 의심이 있으면 제품 자체를 소비자들에게 판매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며 "그러나 이런 일이 되풀이되고, 사후약방문조차도 공염불에 그치게 되면, 오랜 세월 아모레퍼시픽이 쌓아온 '완벽주의' 이미지에 금이 가는 것은 한순간이다. 한 번 소비자 신뢰에 금이 가면 회복은 결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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