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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비자가 '호갱'? 영국 가전업체 다이슨의 고가 가격정책 눈살

기사입력| 2016-11-25 09:41:08
'날개 없는 선풍기'로 잘 알려진 영국의 가전업체 다이슨이 한국에서 또 한 번 제품 가격을 높게 결정해 논란에 휩싸였다.

다이슨은 그동안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유독 한국에서만 가격을 높게 책정해 비난을 받아왔는데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는 게 없어 국내 고객들을 '호갱'(호구+고객; 어수룩해 이용하기 좋은 손님)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고가 정책은 고집하면서도 사후관리(AS)는 국내 업체들에 비해 크게 뒤처지는 상황임에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해외 직접구매(직구)는 국내에서 AS를 받을 수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이슨 브랜드에 대한 실망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다이슨은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매출이 무려 185% 급증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다이슨이 진출한 전 세계 72개국 중 한국은 2년 연속 상위 10대 매출 발생 국가에 오를 정도다. 그럼에도 한국 소비자에 대한 배려는 전혀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라 고가 정책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프리미엄 전략이라지만 해외보다 2배 가까이 비싼 게 말이 돼?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와 날개 없는 선풍기로 유명한 다이슨은 최근 국내 인기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에 PPL(간접광고)까지 성공하며 주부들이 갖고 싶은 '핫'한 브랜드로 떠올랐다. 하지만 쉽게 지갑을 열지 못했던 이유는 다이슨 제품의 가격이 다른 브랜드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다이슨이 유독 국내만 고가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더욱 구입을 망설이게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출시된 '퓨어 핫앤쿨 링크 공기청정 냉온풍기'마저 외국에 비해 높은 가격이 책정됐다. 다이슨이 공식적으로 밝힌 이 제품의 국내 출고가는 99만8000원이다. 하지만 동일한 모델이 일본에서는 7만8624엔, 한화로는 약 82만원에 판매되고 있어 한국보다 17만원 이상 저렴하다.

미국 아마존의 경우 599.99달러(약 71만원)에 팔리고 있고, 다이슨 본사가 있는 영국의 경우 499.99파운드(약 73만원)이다. 결국 많게는 29만원, 적게는 17만원 가량 한국에서 더 비싸게 판매하는 것이다.

이에 앞서 다이슨은 한국내 판매가격을 다른 나라보다 두 배 가량 비싸게 내놓기도 했다. 지난 4월 국내 출시된 공기청정기 선풍기 '퓨어쿨 링크'의 경우 국내에서는 99만8000원에 판매됐지만 미국에서는 500달러(약 59만1600원), 영국에선 450파운드(약 66만원)로 가격이 매겨졌다. 특히 영국, 미국에선 전년에 출시했던 제품과 같은 가격을 제시한 반면 한국 시장에서만 10만원을 인상하기도 했다.

다이슨의 주력 제품인 무선청소기의 가격 역시 예외가 아니다. 'V8 플러피 헤파'의 경우 국내 출고가가 139만원에 책정됐지만, 일본에서는 8만2944엔(약 87만원), 영국에서는 499.99파운드(약 73만원)에 팔린다.

해외 제품이 현지보다 국내에서 비싸게 팔리는 것은 이해가는 부분이지만, 인접한 일본과 비교해도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이라는 점은 납득할 수 없다고 소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소비자 A씨는 "다이슨 무선 청소기를 독일에서 해외 직구로 국내 최저가격보다 20만원 가량 저렴하게 구매했다"며 한국에서의 높은 가격을 비판했다.

이와 관련 다이슨 측은 "가격 책정의 경우 각 나라별 유통 절차 및 상황, 통관 과정, 시장 환경 등에 따라 달라진다"며 "제품의 가격은 우리의 연구와 투자를 반영한다. 다이슨은 기술을 완벽하게 만들기 위한 연구, 개발, 실증(RDD)을 위해 일주일에 500만파운드를 투자한다. 우리는 제품을 매우 깐깐하게 실험하여 안전하고 오래가는 제품을 만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AS 받고 싶으면 비싸도 국내에서 사라?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소비자들의 눈길은 당연히 해외로 향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최근 해외 직구가 쉬워지며 각종 포털 사이트에는 '다이슨 직구' 방법이 자세히 소개되고 있을 정도다.

같은 제품을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 직구를 위해 선뜻 '클릭'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AS 때문이다. '다이슨 직구'를 알려주는 블로그에는 "직구 제품은 AS를 받지 못한다는데 그래도 직구를 해야 할까요?"와 같은 걱정의 댓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실제로 다이슨은 해외 직구제품에 대해서는 국내 AS센터 이용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다이슨 콜센터에 전화를 해 보아도 "직구 모델은 접수를 받지 않는다"는 답변만 받았다. 그러다보니 직구 제품은 작은 부분이라도 고장이 나면 수리를 받을 수 없을 뿐더러 정기적으로 교체를 해 주어야 할 무선청소기의 배터리 같은 소모품의 구입도 불가능하다.

이런 현상에 대해 다이슨 측은 안전상 문제를 이유로 들었다. 다이슨의 홍보를 맡고 있는 함샤우트의 관계자는 "해외 직구를 통해 국내에 들어온 제품은 대부분 110V용으로, 국내에서 판매되는 220V 전용 제품과 차이가 있다. 판매되는 국가마다 규격과 전압이 다르다보니 안전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직구 제품의 경우 AS를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앞서의 A씨는 "일부러 220V를 맞추기 위해 독일에서 구매했다"며 다이슨의 AS정책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백번 양보해 배터리와 같이 안전에 치명적인 부품은 그렇다 하더라도 플라스틱 부품 파손 같이 안전과 무관한 부분에 대해서도 AS가 불가능한 이유를 묻자 이 관계자는 "삼성이나 LG도 해외 직구 제품에 대해 AS를 실시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다이슨 제품이 국내에 직구로 들어오기 시작한지 3~4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이런 문제도 차츰 변화가 있지 않겠느냐"며 즉답을 피했다. 국내 소비자들은 다이슨이 아무리 비싸게 가격을 책정해도 AS에 대한 부담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국내에서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고 다이슨의 AS 체계가 비싼 비용을 지불한 소비자들을 흡족하게 만족시키고 있지도 않다. 프리미엄 가전을 표방한 다이슨은 자체 AS 창구가 없다. 이 회사의 AS는 동양매직서비스센터가 대행하고 있다. 그나마 전국에서 다이슨 제품의 AS를 받을 수 있는 곳은 20여개뿐이다. 특히 지방의 경우, 도(道) 단위에 한 곳씩만 있다. 이는 삼성전자가 190여개의 AS센터를 갖춘 것과는 대조가 된다.

다이슨 측은 "한국 AS의 경우 동양매직에서 운영 대행을 하고 있고 현재 운영 방안을 변경할 계획은 없다"며 "현재 서비스센터는 32개(24개 센터와 8개 출장소) 지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향후 확대 운영 계획 중에 있으나 구체적인 시기는 아직 미정"이라고 밝혔다.

결국 다이슨은 매출이 큰 한국 시장에 대한 중요성은 인식하면서도 한국 소비자들을 배려한 가격 현실화나 AS 개선에 대해서는 크게 고민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다이슨 제품에 대한 한국내 뜨거운 반응은 식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한국 소비자들이 가격에 걸맞지 않은 다이슨의 제품과 서비스에 계속해서 지갑을 열거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고 꼬집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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