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퍼플카드'와 디자인 유사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KB국민카드의 'KB알파원'
'윤웅원 호'의 KB국민카드가 최근 잇따른 논란으로 구설에 휘말렸다.
지난 1월 4일 KB국민카드의 새 수장으로 취임한 윤웅원 사장은 '고객은 KB국민카드의 존재 이유'라는 대명제하에 '고객가치 중심 경영'을 전면에 내세운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카드 디자인 표절 논란과 카드 잔액 알림서비스 오류는 출범 1주년을 앞둔 '윤웅원 호'의 성적표에 마이너스가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두 잡음은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못해 발생한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고 있어 아쉬움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KB알파원 카드 표절논란, '디자인랩'까지 운영한 현대카드에 무임승차?
KB국민카드는 최근 업계 최초로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앱)과 연동되는 핀테크형 카드인 'KB알파원'을 선보였다.
기존 KB국민카드들이 지닌 다양한 혜택을 하나의 플라스틱 카드로 손쉽게 누릴 수 있도록 하는 KB알파원 카드는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더 편리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겠다는 취지에서 탄생했다.
신 개념의 카드인 만큼 세련된 디자인이 채택됐다. 은은한 보라색을 카드 앞뒤에 입혔고, 앞면에는 카드 브랜드와 고객명만 새기고 카드번호와 유효기간을 뒷면에 넣어 단순함을 극대화 했다. 이 카드는 출시 3주 만에 발급 건수 8000건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기능과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을 사로잡은 KB알파원 카드지만 최근 디자인 표절 논란이 일고 있다. 바로 지난 2006년 출시된 현대카드의 VIP카드 '퍼플카드'와 흡사하다는 것. 연회비가 60만원인 퍼플카드는 무료 항공권 제공, 명품브랜드 할인권 제공 등의 파격적인 혜택과 함께 업계 최초로 카드에 단색의 보라색을 입혀 '명품 카드'로 불렸다. 또 현대카드는 업계 최초로 카드번호와 유효기간, 비자-마스터 같은 제휴사 브랜드를 카드 뒷면에 배치하고 전면을 단순화하는 혁신으로 카드 디자인계에 새 바람을 불러온 바 있다.
때문에 KB알파원 카드 디자인이 공개되자마자 퍼플카드를 표절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KB국민카드 쪽에서는 보라색이 서로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디자인의 콘셉트가 매우 닮았다"며 "심하게 말하면 컬러톤만 살짝 돌려놓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라고 꼬집었다. 이어 "연회비가 무료인데다 KB국민카드 고객은 누구나 가입이 가능한 KB알파원 카드가 '퍼플카드'와 디자인을 비슷하게 해 VIP카드의 느낌을 원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이번 표절 논란과 관련해 현대카드 측은 불쾌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좀 더 지켜보다는 입장이다. 현대카드의 한 관계자는 "참 안타깝다"며 "당장은 두 카드의 디자인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현대카드는 40명 이상이 일하고 있는 디자인랩을 운영하며 각종 디자인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와 관련, KB국민카드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KB알파원 카드의 보라색은 핀테크의 경우 푸른색을, 아날로그는 붉은색을 상징한다고 보고 두 색상을 결합하면 보라색이 되기 때문에 사용한 것"이라며 "또 최근의 카드 디자인은 단순화가 트렌드란 점에서 카드 브랜드와 고객명만 남기고 나머지를 뒷면에 배치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카드 디자인을 누가 했느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대답을 피했다. "별도의 자체 디자인팀이 담당했으나, 더 이상 공개할 수 없다. 디자인팀의 인원 등을 밝히는 것은 영업상 비밀"이라고 설명했다.
▶동의도 없이 진행된 카드 잔액 알림서비스, 이게 '윤웅원의 고객가치 중심 경영'?
KB국민카드와 관련한 잡음은 이달부터 새롭게 서비스를 시작한 신용카드 이용한도 잔액을 알려주는 문자서비스에서도 발생했다.
최근 KB국민카드 락(樂)스타 체크카드 사용자들은 휴대폰으로 전송된 문자 메시지에 깜짝 놀라야 했다. '잔여이용 가능금액이 0원입니다'라는 내용으로, 문자만 봤을 때는 통장 잔고가 바닥 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놀란 사용자들은 황급히 각자의 계좌를 확인해 보고 잔액에 이상이 없음을 안 이후에야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KB국민카드 측은 사태가 발생한지 이틀이 지나서야 해당 문자가 오류였다는 사과 문자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어처구니없는 이번 사태는 KB국민카드의 중대한 실수로 밝혀졌다. KB국민카드가 신용카드 이용자들에게 한도까지 남은 잔액을 문자로 알려주는 서비스를 새로 시작하며 신용카드 뿐만 아니라 체크카드 이용자들에게도 문자를 발송한 것. 체크카드는 한도금액이 설정되지 않고 연결된 계좌에서 금액이 차감되는 방식인데, 신용카드 설정값이 체크카드에도 반영되면서 이용한도 잔액이 0원으로 표기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KB국민카드가 시작한 새로운 서비스가 카드 이용자들의 동의 과정 없이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또 일부에서는 신용카드 이용한도 잔액을 알려주면 고객 입장에서는 잔액만큼 더 써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어 필요 이상의 소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이와 관련 KB국민카드 측은 "카드 잔액 알림 서비스는 그동안 사용 한도를 확인하는 문의 전화가 많았던 점에 착안해 고객 편의 차원에서 진행됐던 것"이라며 "체크카드 사용자들에게 문자가 발송된 것은 회사 측의 명백한 실수가 있었던 것으로 현재는 이 문자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KB국민카드의 연이은 '헛발질'은 취임 1주년을 앞둔 윤웅원 사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윤웅원 사장은 지난 2014년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주 전산시스템 교체를 두고 충돌한 일명 'KB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에서 경징계를 받고 당시 KB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부사장 자리에서 물러났다가 지난 1월 KB국민카드 사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주인공이다.
KB사태 외에도 지난해말 KB국민카드는 노사가 임단협 과정에서 통상임금 기준 변경과 직원연금제도 이행 여부 등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고,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당기순이익 비중이 전년 대비 1%포인트 감소하는 부진을 겪기도 했다.
이처럼 '사면초가'에 빠진 KB국민카드의 '구원 투수'로 등판한 윤웅원 사장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지난 1년의 성적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만큼 작은 것 하나하나가 더욱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