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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자에게 일감 몰아주는 한전…관리·감독 사각지대?

기사입력| 2016-10-05 18:10:25
공기업의 일감 몰아주기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는 주로 퇴직자 단체 등에 의해 이뤄졌다. 이는 정부 차원에서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근절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는 것과 대조적이라는 평가다. 공기업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정부차원의 관리·감독이 이뤄지고 있지 않아 문제의 심각성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2014년 정부차원에서 공기업의 일감몰아주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개선방안 마련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사실은 달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관영 의원(국민의당)은 5일 국무총리실을 대상으로 하는 국정감사에서 "국무총리실에 최근 3년 공기업의 손자회사 내부거래 현황 자료를 요구했는데 '총리실은 물론 공정거래위원회도 공기업의 손자회사 내부거래 규모에 대한 자료는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경제 정의를 실천하기 위해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근절 관련법이 마련된 지 4년이 됐지만, 공기업은 법의 사각지대에서 성역을 유지하고 있다"며 "대통령도 나서 공기업 내부거래 근절을 약속했지만 정부가 공기업의 내부거래 현황조차 파악하지 않는 것은 일감 몰아주기를 감싸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공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행태는 그동안 대기업이 보여 왔던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의계약은 물론이고 근거 없는 운영비와 사무실 등을 지원하는 등 제식구 챙기기에 나선 것.

한국전력이 대표적 사례다. 송기헌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한전은 2016년 자회사인 한전KDN과 퇴직자모임 출자회사인 전우실업에 수의계약으로 각각 94억원, 540억원 규모 일감을 몰아줬다. 한전KDN은 2012년부터 올해 7월말까지 323건 수의계약을 통해 한전으로부터 모두 1162억원 규모의 일감을 따냈다. 한전KDN은 2015년 4월 입찰담합으로 6개월간 입찰참가 제한을 받았으나, 입찰참가제한 가처분신청을 제기해 제재유예 조치를 받은 후 34건을 수의계약해 55억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우실업은 2012년부터 2016년 7 말까지 한전과 8건의 수의계약을 맺어 모두 2675억원 규모 일감을 받아냈다.

송 의원은 "공정위·감사원·국감에서 여러 차례 지적됐던 사안임에도 한전이 독점 수의계약 형태로 자회사·특정 기업에 사업을 위탁한 것은 시장의 공정 경쟁 시스템을 파괴하는 행위"라며 "개선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감사원이 올해 3월 밝힌 '공공기관 경영개선 이행실태'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보면 공기업의 일감몰아주기 등 '제 식구 챙기기' 행태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는 경쟁입찰 등 규정을 어기고 퇴직자 단체가 출자한 업체로부터만 견적서를 받아 특혜성 수의계약으로 5년간 223건(59억원)의 파견근로자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또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농어촌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대한석탄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각종 명목으로 퇴직자 단체에 각각 2200만~1억7800만원을 부당 지원하거나, 공사 명의로 빌린 사무실을 무상 제공했다. 한국관광공사는 같은 기간 퇴직자 단체에 행사비 명목으로 2억7700만원의 예산을 지원했고, 공사 명의로 임차한 보증금 2억8000만원 상당의 사무실도 1년간 무상 제공했다.

한전과 한국철도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농수산식품유통공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 5개 기관도 퇴직자 단체에 사무실 공간을 대가를 받고 임대해주지 않고 무상으로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상 공기업은 일감몰아주기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정부차원에서 공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문제를 인식하고 2014년 개선방안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힌 만큼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관영 의원(국민의당)은 "공정위를 포함한 어느 정부 부처에서도 공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관련 지침을 만들고 있는 곳은 없었다"며 "공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근절을 위해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개정하거나 일감 몰아주기가 적발되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패널티를 주는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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