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카메라 등 '돈 되는 건 다 판다'는 온라인 쇼핑몰의 판매 전략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공룡 포털' 네이버가 모든 자물쇠를 열 수 있다는 '만능키'를 팔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근래 인터넷에서 구입한 만능키를 이용해 사우나에서 옷장을 열고 금품을 훔치는가하면 PC방의 컴퓨터 부품을 절취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 더욱이 성폭행과 묻지마 살인 등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사고가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는 상황에서 비록 만능키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술 취한 여성들을 쫓아가 문을 따고 들어가 금품을 훔친 남성이 잡힌 사례도 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잠재 '절도범'을 '양성'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터져 나오고 있다.
1일 현재 네이버 홈페이지 내 쇼핑 코너에서는 '모든 자물쇠를 딸 수 있다'는 소위 '만능키'를 버젓이 판매 중이다. 검색 코너에서 만능키를 입력하면 다양한 업체의 제품들이 나열된다. 네이버 측은 "네이버는 11번가나 인터파크 등에서 판매등록 한 제품을 소개할 뿐"이라며 "자체적으로 검열을 해도 이들 업체들이 수천~수만개의 제품을 새롭게 등록해서 보내오면 일일이 다 검열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이 상품들이 '주간베스트'나 '프리미엄파워' 등의 타이틀을 달고 우선적으로 노출되고 있다는 점에서 네이버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사람들이 많이 찾거나 많이 구매한 상품에 달리는 타이틀이지만 이미 업계에서는 일반 광고보다 웃돈을 주면 달아주는 타이틀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네이버는 이들 상품을 '네이버페이'로도 결제 가능하다고 상세하게 안내해 주고 있다.
결국 네이버가 이들 업체들이 판매하는 제품에 대해 알고도 소위 '돈'이 되기 때문에 묵인한 것은 물론 웃돈을 받고 히트상품으로까지 등록했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심지어 이들 상품에 대한 결제대금은 네이버가 직접 관리한다. 네이버는 금융위원회에 '결제대금예치업자'로 등록해 구매자들이 만능키를 안전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만능키 판매업체들은 '혼자 있어 심심해? 너만을 위한 재미있는 놀이. 문제해결에 따른 쾌감! 나도 맥가이버가 될 수 있다.', '현관이나 방문이 잠겼을 때 열쇠가게 아저씨를 출장 불러서 수고비를 지불했었다면 이젠 직접해보세요. 취미생활도하고 실생활에도 활용하고 1석2조.', '이것만 있으면 웬만한 건 다 열어' 등등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문구로 시선을 끌고 있다.
네이버의 만능키 판매 문제는 지난 6월에도 거론된바 있다. 해당 제품을 접한 소비자들은 "본격적으로 절도범을 양성하려는 것이냐",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많아 보인다", "네이버가 돈독이 올랐나 보다" 등등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당시 네이버 관계자는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안겨 죄송하다. 해당 제품이 공공질서에 위배되는 상품이라고 판단돼 '내부 검토 중'이며 곧 '판매중단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1일 현재도 네이버 쇼핑에는 많은 만능키 상품들이 버젓이 베스트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지난 6월 문제점을 지적 받고 수천개의 상품을 자체적으로 판매중단 했는데 검열이 안 된 5~6개 업체의 제품이 다시 등록된 것 같다"며 "조속히 이들 업체 상품에 대해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캐나다 등 일부 해외에서는 만능키가 자물쇠를 망가뜨리지 않고 빨리 여는 '락스포츠'에 사용된다. 판매업체들은 만능키가 락스포츠를 위한 도구라고 주장하지만 연이어 발발하는 범죄는 스포츠를 용품이 아닌 범죄를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2월에는 경기북부 일대 사우나에서 상습적으로 금품을 훔친 혐의(상습절도)로 김모씨(30)가 구속했다. 김씨는 지난해 8월∼올해 2월까지 인터넷에서 구입한 만능키를 이용해 사우나 옷장을 열고 금품을 훔쳐왔다. 지난 3월에는 오토바이 절도단 6명이 만능키 등으로 오토바이를 훔쳐 판매하다 검거됐다. 이들은 지난해 3월부터 지난 2월까지 오토바이 55대를 절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4월에는 광주에서 만능키를 이용해 PC방 메모리카드와 하드디스크 등 컴퓨터 부품을 훔친 혐의로 이모씨(32)가 입건됐다. 만능키를 '베스트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는 네이버가 '절도범'을 양성하고 '범죄'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긴 어려워 보이는 사례들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거의 모든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네이버만의 문제도 아니고 네이버만 판매를 중지한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근본적인 유통을 막기 위해서는 11번가와 인터파크 등이 이들 업체의 상품을 판매등록해 주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자신들은 죄가 없다는 듯 핑계를 대고 다른 업체들에게 떠넘기는 행태가 씁쓸하다"며 "지금까지 쇼핑에 문제가 생기면 늘 자신들은 중개만 했다고 발뺌해 왔다"고 꼬집었다"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