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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점 화재 숨긴 코스트코, 안전불감증 도마…소방당국서 2차 조사
기사입력| 2016-08-23 08:36:09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인 코스트코의 안전불감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0일 오전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코스트코 양재점에서 화재가 발생했음에도 회사 측은 불이 난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적절한 안내방송은 하지 않고 오히려 숨기기에 급급했던 것. 더욱이 코스트코는 이후에도 사과 한마디 없이 오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좀처럼 파문이 가라 앉지 않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날 화재는 지하 식품 코너에 있는 치킨매장 가스오븐에서 시작됐다. 오븐레인지가 과열되면서 불이 났고, 불을 끄는 과정에서 연기가 심하게 올라왔다. 소방당국은 가스오븐레인지 근처 기름 찌꺼기에 불이 옮겨 붙은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한 결과, 22일 사용상 부주의에 의한 조리기구 과열로 원인을 진단했다.
이날 불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가스오븐레인지가 타면서 나는 연기로 방화셔터가 작동하면서 쇼핑객들이 놀라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또 갑자기 내려진 방화셔터에 놀란 고객들은 당황해서 탈출을 시도하면서 우왕좌왕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트 측은 불이 난 사실을 정확히 알리지 않았고 오히려 방화셔터가 오작동했다고 거짓 안내방송을 해 고객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화재 당시 매장에 있었던 한 쇼핑객은 "갑자기 방화셔터가 내려졌고,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이 발로 방화셔터를 차고 난리도 아니었다. 셔터를 밀고 나오려고 하는데 잘 안 되는 것 같더라. 셔터 밖에 있던 나도 그 모습을 보고 당황해서 이미 계산도 끝낸 물건을 가득 담은 카트를 버리고 대피했다"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또 다른 이용객은 "처음에 경보음이 울려 당황했는데, 곧 오작동이라는 안내 방송이 나와서 아이들과 함께 안심하고 쇼핑을 계속 했다. 화재 사실을 들으니 소름이 끼친다"며 "화재는 순간 어떻게 번질지 모르는데 정확히 안내를 해줘야했던 것 아니냐. 애들도 있었는데 연기라도 마시면 어떡할 뻔 했냐"고 분노했다.
주부들이 주로 가입해있는 지역 카페엔 22일 현재 코스토크의 안전불감증에 대해 분노하는 글들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불매운동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눈에 띈다. 특히 가족단위 이용객들이 많았던 주말에 이런 일이 벌어졌음에도 사과 한마디 안하는 코스트코의 오만한 태도에 소비자들은 분노하고 있다. 이들은 "이런 대형 매장에서 화재 메뉴얼이 설마 거짓 안내방송이냐. 대형참사라는게 아차 하는 순간 일어나는 것 아니냐"며 "정확한 해명과 반성을 모르는 태도에 너무나 화가 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건 당일 최초 신고자 또한 코스트코 관계자가 아닌, 당시 매장에 있었던 쇼핑객으로 파악됐다. 서울 서초소방서의 한 관계자는 "20일 오전 8시 55분쯤 한 쇼핑객의 신고 전화를 받고 출동했다"며 "당시 소방차 17대, 소방대원 53명이 즉각 출동했고, 코스트코 양재점의 화재 현장에 도착한 것은 9시쯤"이라고 말했다.
현재 소방당국은 이날 거짓 방송과 관련해 2차 조사를 하고 있다. "사건 당일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문제의 거짓 안내 방송을 들었다"며 "현재 서초 소방서내의 위험물안전팀에서 코스트코의 소방법 위반 등과 관련해 과실을 파악하고 있다. 그 결과에 따라 2차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화재 사건과 관련해 코스트코 코리아는 공식 입장 발표나 사과 한마디 없이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현재 매장은 정상 운영되고 있다. (화재 사건과 관련해)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만을 되풀이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