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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 유령차' 논란, 티몬과 재규어 코리아 중 누가 거짓말?
기사입력| 2016-08-12 15:54:17
최근 유통업계와 자동차업계에서 일명 '재규어 유령차'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수천만원의 수입차가 유명 온라인 쇼핑사이트에서 팔렸는데, 국내 재규어 정식 딜러들은 너도나도 '안 팔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 이 해프닝을 지켜본 네티즌들은 이번 일을 두고 '재규어 유령차'라는 표현까지 만들어냈다. '우리가 산 차는 도대체 무엇이냐. 유령차인가'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이번 논란은 지난 8일 온라인쇼핑사이트 티몬(www.tmon.co.kr)이 영국 브랜드 자동차 '재규어'를 선보이면서 시작됐다. 수입 신차의 판매를 결제까지 온라인으로 진행한 사례는 국내 전자상거래 사상 처음이었다.
가격도 파격적이었다. 재규어 XE 포트폴리오(정상가 5510만원)와 재규어 XE 알스포츠(R-Sport) 모델(정상가 5400만원) 20대를 각각 700만원 할인한 4810만원, 4700만원에 내놓자, 소비자들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불과 3시간 만에 준비된 자동차 20대가 다 팔려나갔다. 티몬은 당시 "온·오프라인 최저가가 아닐 경우 보상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런데 고가 소비재인 자동차까지 온라인·모바일 등 새로운 쇼핑채널을 통해 판매하려는 유통업체의 공격적인 행보로 기록될 이 일은 바로 다음날 180도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지난 9일 오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이같은 거래를 강하게 부인하고 나섰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측은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와 우리 공식 딜러사들은 소셜커머스 사이트를 통한 재규어 XE 온라인 판매에 대해 어떤 공식적인 접촉 및 협의를 진행한 적이 없다"며 "소셜커머스 사이트에 고지된 차량 판매와 관련된 가격 등 모든 정보는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또는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공식 딜러와 협의된 사항이 아니다. 우리는 오직 공식 딜러의 공인된 유통망을 통해 차량을 판매하고 있음을 명확히 밝힌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와 공식 딜러 9개사는 이번에 티몬이 온라인 쇼핑사이트에서 판매한 자동차를 공급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메이저 온라인 쇼핑사이트를 통해 수천만원의 입금 결제 과정을 거쳐 팔린 자동차임에도 정작 국내 재규어 공급자들은 너도 나도 "안 팔았다"고 우기는 것이다. 때문에 온라인 등에는 '재규어 유령차'라는 표현이 나돌고 있다.
그러나 최종 유통 주체인 티몬의 설명은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나 관련 딜러사와는 전혀 다르다. 티몬의 주장에 따르면, 티몬은 지난 2일 'SK엔카직영'과 계약서를 작성하고 재규어XE 20대를 공급받기로 했다. SK엔카직영은 재규어 국내 공식 9개 딜러사 중 하나인 아주네트웍스로부터 차를 조달했고, 아주네트웍스와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본사도 이번 판매에 대해 모두 알고 있었다는 게 티몬의 주장이다. 티몬은 "온라인 판매가격이 낮은 것에 대해 기존 다른 딜러업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브랜드 이미지 훼손 등에 우려도 예상보다 커지자, 이번 판매에 관여한 업체들이 뒤늦게 발을 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11일 현재 양측은 첨예하게 대립을 거듭하고 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측은 "티몬의 발표를 보고 나서야 이런 (판매)사실을 처음 알았고, 그때서야 9개 딜러사에 관련 사실을 일일이 확인했다. 우리가 온라인 판매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티몬의 주장은 말이 안된다"며 "현재 김앤장법률사무소의 법적 자문을 받고 있다. 이번 일에 대한 법적 대응을 심각히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티몬은 "정당한 방법과 법적 검토를 거쳐 계약을 체결했을 뿐더러 정상적 경로로 판매했다. 이번 일로 기업의 명예와 신뢰에 큰 타격을 입었다"며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주장에 대해 상당히 불쾌해하는 분위기다. 티몬은 "SK엔카직영과의 계약에 있어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는 가운데, "차량 구입을 희망한 고객에게 어떤 피해도 가지 않도록 할 것이며, 차질 없이 차량을 공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