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롯데 비자금 수사, 서미경씨에게로 '불똥'?
기사입력| 2016-06-17 08:53:03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비자금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롯데 창업주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세 번째 부인인 서미경씨와 딸 신유미 호텔롯데 고문까지 수사선상에 올랐다. 서씨 모녀는 그동안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졌던 인물들이다.
하지만 이번 롯데 비자금 수사 국면에서 일감 몰아주기와 함께 서씨와 롯데 계열사간 부동산 거래에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서씨와 롯데건설의 부동산 거래에서 비자금이 조성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어 롯데 비자금 수사가 서씨 모녀에게까지 확산되는 모양새다.
▶검찰, 서미경씨 모녀 보유 유원실업 등 수사 착수
16일 재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와 첨단범죄수사1부는 서씨 모녀가 보유한 유원실업과 유기개발, 유니플렉스 등이 사실상 신격호 총괄회장의 차명회사라고 보고 롯데 계열사와 거래내역 및 자금흐름을 조사 중이다.
유원실업은 서씨 모녀의 지분이 100%인 회사로 롯데시네마의 서울 수도권 매점 운영권을 독점하며 연 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회사다. 오너 일가 일감몰아주기의 전형적인 구조인 셈이다. 서씨는 유원실업의 경영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측은 서씨 모녀가 롯데시네마 매점 사업권을 확보·운영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된 것은 '이미 시정된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2012~2013년 국감 등에서 '일감몰아주기' 등의 지적을 받고 유원실업 등에 대한 매점 사업권을 회수하며 정리를 끝냈다는 것이다. 세간에 서씨 모녀가 신 총괄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 창구일 가능성을 최대한 차단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검찰은 서씨 모녀가 유기개발을 통해 부동산 임대업 등은 유지하며 롯데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던 만큼 신 총괄회장의 비자금 창구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검찰은 서씨와 롯데건설의 부동산 거래를 주목하고 있다. 서씨는 지난 2002년 보유 중이던 서울 서초구 반포동 5층 건물을 롯데건설에 넘겼고 2012년 서씨는 유원실업을 통해 해당 빌딩을 다시 사들였다. 롯데건설과 유원실업은 법적으로 특수관계인이 아니어서 자산거래가 공시 대상이 아니다. 검찰은 외부에 거래 내역이 알려지지 않아도 되는 거래였던 만큼 비자금이 조성된 정황이 있는지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기개발은 서씨가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로 롯데 계열사로부터 부동산을 헐값에 사들여 임대사업을 하며 수익을 올려온 회사다. 롯데백화점 식당 영업권 일부를 갖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유기개발 소유의 서울 삼성동 유기타워에는 현재 롯데 계열사가 입주해 있다. 지난 2월 설립된 롯데의 창업전문 투자법인 롯데액셀러레이터는 지상 15층짜리인 건물의 4개 층을 사용하고 있다. 롯데액셀러레이터는 롯데가 청년 창업을 돕기 위해 신동빈 회장의 사재 100억원, 롯데쇼핑 등 주요 계열사 출연분 200억원으로 자본금을 마련해 만든 회사다. 검찰은 롯데액셀러레이터의 유기타워 입주에 대해서도 검찰은 주변 시세보다 비싸게 입주했는지 등을 살펴 볼 것으로 전해졌다.
유니플렉스도 유원실업과 유기개발과 비슷한 의혹을 받고 있다. 서씨는 유니플렉스를 통해 서울 방배동 사옥을 비롯해 고급 빌라, 서울 신사동 건물, 경남 김해시 일대 수만평의 토지 등 수백억원대의 부동산을 관리한 온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이 서씨 모녀에게 땅과 지분을 증여하는 형태로 많은 지원을 해왔다"며 "부동산만 놓고 보면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 보다 많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격호 총괄회장 총애 받은 서미경씨, 33년 은둔생활
서씨는 신 총괄회장은 세 번째 부인으로 총애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역 배우 출신으로 1977년 제1회 미스 롯데에 선발된 이후 롯데 전속모델로 활동했지만 1981년 돌연 연예계를 떠났고 대외활동을 자제하며 살았다.
서씨가 신 총괄회장의 세 번째 부인이 됐다는 사실은 신 총괄회장이 1980년대 후반 서씨와의 사이에서 생긴 딸 신유미 고문을 호적에 올리면서 알려졌다. 서씨는 롯데에서 공식 직함은 없다. 다만 내부적으로 사모님으로 통한다. 그러나 신 총괄회장의 호적에 오르지 못해 법적인 가족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있다. 서씨 모녀가 보유한 회사에 대해 그룹 차원에서 일감몰아주기와 각종 특혜에도 한동안 자유로웠던 이유다.
검찰은 1·2차 롯데의 압수수색을 통해 그룹 핵심 조직인 정책본부가 서씨 모녀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를 관리 해온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책본구가 서씨 모녀 관련 회사를 관리했다면 겉만 다를 뿐 사실상 계열사와 같은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그동안 일반적으로 대기업의 비자금은 부동산 거래나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던 만큼 서씨 모녀에 대한 검찰의 수사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