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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의 민낯, 공적자금 '펑펑'…'부패종합세트'

기사입력| 2016-06-16 08:47:18
속속 드러나는 대우조선해양의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정치권의 보은 인사 자리에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부실지원, 회계법인의 부실감사까지 끝이 없다. 그들만의 화려한(?) 리그가 경영정상화를 위해 투입된 국민들의 혈세로 만들어졌기에 실망감과 분노가 더 크다.

대우조선해양의 부패와 부조리는 '위'와 '아래'를 가리지 않는다. 15일 한국거래소는 대우조선해양에 180억원 횡령 보도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하며 매매거래를 중지한다고 공시했다. 대우조선해양의 40대 차장급 직원 임모씨는 가짜 명세표 등으로 8년 동안 회사돈 180억원을 빼돌린 것. 그는 이 돈으로 고급차를 굴리며 상가를 매입하고 주식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예퇴직을 신청해 퇴직금 1억원까지 받아 챙긴 임씨는 지난 14일 검찰에 구속됐다. 더욱 아연한 사실은 임씨의 범행이 업황 악화로 회사가 기울기 시작하며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하되던 시기에 집중적으로 일어났다는 점이다. 대우조선해양이 국민의 세금으로 막대한 자금을 조달받고도 방만하게 운영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윗물도 결코 깨끗하진 않았다. 이날 JTBC는 대우조선해양이 국민의 혈세를 경영정상화가 아닌 정치인과 전직 국정원 간부, 전직 대통령 특보와 사진사, 전직 산업은행 임원 등의 억대 연봉에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고문이라는 직책으로 수백만원의 월급에 의료비와 자녀 학자금, 고급 차량까지 제공받았다. 남상태 전 사장 등 대우조선해양 전직 임원 32명도 여기에 이름을 올렸다. 퇴직 후에도 공식적으로 호화생활을 이어간 셈이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정조준하고 있는 남 전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와의 친분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 전 사장의 연임도 이 같은 '뒷배경' 덕분에 가능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우려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고 최근 전방위 조사로 썩을 데로 썩은 치부가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대우조선에 투여된 공적자금은 7조원이 넘는다. 전국민에게 10만원씩 지급하고도 남는 돈이다. 반대로 국민 1당 10만원씩을 대우조선해양의 회생을 위해 걷은 셈이다.

이 와중에 지난 14일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은 85%의 찬성률로 파업 결의안을 가결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파업 결의안을 들고 나온 것은 방산 부문 분리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올 하반기 인도될 해양플랜트 물량이 줄줄이 대기 중인 것과 관계가 깊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주 잔고가 바닥인 상황에서 당장 일감이 없어진 생산직 직원들이 고용 불안을 느낀 것이 높은 파업 찬성률로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문제는 노조가 벌이고 있는 회사측을 향한 '싸움'이 결국 국민의 세금을 놓고 벌이는 흥정이란 점이다. 현재까지 들어간 공적자금만 7조원이 넘는다. 회사가 회생할 때까지 얼마의 자금을 더 수혈해야 할지 불확실하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지난해 10월 4조2000억원을 지원받을 때 '쟁의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동의서도 제출한 바 있다. 결국 이번 파업 결의안 가결은 '국민에 대한 배임'인 셈이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빅3 조선사들의 시장성차입금(회사채 등)을 포함한 총차입금(지급보증 제외)은 1분기말 현재 약 26조32억원으로 이중 절반인 12조7278억원이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이 1년 내 갚아야 할 돈이 4조955억원이다. 김 연구원은 "조선업은 국내 GDP에서 약 1.8%를 차지하며 연인원 20만명의 고용을 담당하는 주요 산업이기 때문에 산업 구조조정과정의 연착륙은 신중하고 치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자체적으로 빚을 갚을 능력은 안 되지만 국가경제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고려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또 다시 수혈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의 비리가 속속 들어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 혈세가 들어갈 곳은 또 있다. 지난 9일 대우조선해양이 6000억원대 신규 수주에 성공함에 따라 선수금환급보증(RG) 신규 발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RG란 금융기관이 조선소에 발급하는 보증보험의 일종으로 조선사가 선박을 건조하지 못하게 되면 RG를 발급한 금융기관이 조선소를 대신해 선주에게 선수금을 지급한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방안'에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RG 발급기관으로 무역보험공사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이 선정됐다.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은 그 당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2000억원 지원을 결정하며 향후 신규 수주에 대한 RG발급을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가 각각 30%를 나머지 10%는 시중은행이 분담하도록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9월 임금단체협약을 이유로 전직원들에게 230만원을 포함, 노조 1인당 900만원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해 비난 받은 바 있다. 당시 시민단체 관계자는 "대우조선이 수조원에 달하는 빚을 국민의 혈세로 막고 있는 상황에서 전직원에게 수백만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했다는 건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반면 대우조선해양측은 억울하다며 "이번 격려금은 연봉 외 수당이 아닌 연봉에 포함되는 실질임금 지급"이라고 해명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임·직원 행태와 관련, 재계 관계자는 "전형적인 '주인 없는' 회사의 행태"라며 "기업과 국민이 피 땀 흘려 번 돈을 세금이라는 이름으로 뜯어내 일도 안하는 사람들이 호의호식하게 만든 꼴"이라고 비난했다.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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