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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전방위적인 수사에 숨죽이는 롯데…신동빈호 좌초?

기사입력| 2016-06-15 09:17:59
롯데그룹 비자금 의혹에 대한 검찰의 조사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와 첨단범죄수사1부는 14일 오전 롯데건설, 롯데케미칼 등 계열사 10여 곳 등 총 15곳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10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서울 평창동 자택,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의 집무실, 주요 계열사 등 17곳의 압수수색에 이은 두 번째다.

검찰의 이같은 행보는 롯데 오너 일가의 비자금 의혹을 철저하게 수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되고 있다. 검찰은 롯데 계열사 간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부의 이동과 오너 일가의 계열사 활용 부동산 거래를 활용한 비자금 조성 의혹 등 다양한 형태의 비리를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갈수록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재계 일각에서는 한·일 롯데의 '원(One) 리더' 자리를 굳혀가던 신동빈 회장이 검찰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버티지 못하고 롯데그룹 회장에서 물러나는 사태까지 벌어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성급한 예상마저 나오고 있다.

▶M&A 과정 중 비자금 조성 정황 포착

검찰의 롯데 2차 압수수색은 1차 압수수색이 벌어진지 4일 만에 이뤄졌다. 2차 압수수색을 받은 곳은 롯데건설·롯데케미칼·롯데칠성음료·롯데닷컴·코리아세븐, 롯데제주리조트, 롯데부여리조트, 부산롯데호텔 등 총 15곳이다. 검찰은 1차 압수수색 과정에서 압수한 자료를 분석, 롯데케미컬과 롯데건설이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에 개입했다는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2차 압수수색을 진행한 해당 계열사들은 2008년 서귀포시 색달동 일대에 건설된 롯데제주리조트의 지분을 보유했던 회사들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1차 압수수색에 포함됐던 롯데쇼핑도 롯데제주리조트 주주였다.

호텔롯데는 2013년 8월 롯데제주 및 부여리조트를 인수·합병(M&A)했다. 롯데는 리조트 사업의 시너지 효과 극대화와 경영효율성 증대를 통한 경쟁력 강화, 주주 가치 제고 등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당시 호텔롯데 측이 리조트 부지를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사들여 부당 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리조트의 땅값을 도로에 맞닿은 부분이 없는 맹지 기준으로 산정하는 등 이상한 거래가 있었다는 게 이유였다.

검찰은 이 같은 점에 주목, 호텔롯데가 리조트를 M&A하는 과정에서 토지 가치를 부풀리거나 거래 가격 과대계상 등 가액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총수 일가의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해외에서 원료를 사오면서 계열사를 끼워 넣어 거래 가격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자금을 빼돌린 단서를 포착, 압수수색에 나섰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정기관 한 관계자는 "검찰이 2차 압수수색을 벌인 곳들은 신동빈 회장 취임 이후 그룹 신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했던 사업분야"라며 "오너 일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던 만큼 검찰의 수사 강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그에 따른 파급력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진행 상황에 따라 신 회장이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 롯데 '원톱' 체제 구축 이후 최대 위기…퇴진 가능성 '솔솔'

검찰의 수사가 신동빈 회장의 재임기간 발생한 일련의 사건에 집중돼 있는 만큼 재계 일각에서는 퇴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의 칼끝이 오너 일가를 정조준하고 있는 만큼 그룹 총수로서 책임을 면키 어렵지 않겠냐는 것이다.

신 회장은 2011년 2월 회장 취임 이후 꾸준히 한국 롯데의 '원톱(One Top)' 경영 체제를 강화해왔다. 지난 3월에는 창업주이자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을 호텔롯데 창립 이후 처음으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게 했다. 당시 롯데그룹은 "신 총괄회장이 워낙 고령인데다 최근 성년후견인 지정여부까지 논의되고 있어 등기이사직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신 총괄회장이 등기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는 계열사인 롯데쇼핑(2017년 3월 20일), 부산롯데호텔(2016년 11월) 롯데자이언츠(2017년 5월), 롯데건설(2017년 3월 26일), 롯데알미늄(2017년 8월 10일)등도 임기가 끝나게 되면 재선임을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롯데의 조직도에서 신 총괄회장을 완전히 배제하는 수순을 밟으며 신 회장은 한국 롯데의 최정점에 올라와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롯데의 상황이 2007년 10월에 있었던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과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며 "이 사건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그룹 회장 퇴진 계기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이 그룹 회장 자리에서 물러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어 "다만 당시 삼성은 경영승계가 진행되고 있었고, 그룹 경영이 시스템화 돼 있어 가능했던 일"이라며 "롯데의 경우 신 회장의 원톱 경영체제가 강화되고 있던 만큼 다른 형태로 이뤄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신격호 총괄회장을 시작으로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고,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 임원직 유지가 어려운 상황에서 검찰의 최근 롯데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는 신동빈 회장에게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며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어 "신동빈 회장이 한·일 롯데의 원 리더를 굳혀가고 있는 상황에서 터진 악재여서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될 듯 하다"며 "사태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한국과 일본에서 원 리더의 입지가 상당히 축소될 것임은 확실하다"고 예측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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