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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의 난' 이후 투명경영 강조한 신동빈 회장…신영자발 비리로 '곤혹'

기사입력| 2016-06-07 09:37:53
롯데그룹이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비리 의혹으로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7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이 잠잠해지고 있는 가운데 터진 일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게 재계의 분석이다. 생채기가 생길대로 생긴 롯데가(家)의 도덕성 문제가 향후 신동빈 회장의 기업 경영에도 상당한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신영자 이사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첫째 부인 고(故) 노순화 씨 사이에서 얻은 장녀로 신동빈 회장의 누나다.

▶누나에게 잡힌 발목…호텔상장 연기 가능성

호텔롯데의 상장 연기 가능성이 우선 거론되고 있다. 롯데는 지난해 불거진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세간의 곱지 않은 시선을 만회하기 위해 그룹 지배구조 개혁의 첫 단추로 호텔롯데 상장을 진행해왔다. 호텔롯데를 상장해 일본계 주주 지분율을 99%에서 65%로 낮추고, 기업공개로 모은 자금을 호텔·면세점 사업에 투자하기 위한 계획도 세웠다.

그런데 오는 29일로 예정됐던 호텔롯데 상장 일정의 차질은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 2일 검찰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면세사업부와 신 이사장의 자택 등 6~7곳을 압수수색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신 이사장이 면세점 입점로비와 매장 재배치 등을 대가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측으로 금품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정 대표가 2014년 7월 계약을 통해 롯데면세점 내 네이처리퍼블릭 매장 운영에 관한 컨설팅(점포 위치 조정, 제품 진열, 재고 관리 등)을 맡긴 업체가 신 이사장의 장남이 운영하는 회사였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 상태다.

신 이사장이 연루된 비리 논란은 이번 면세점 외에도 과거 다수 존재했다. 신 이사장이 최대 주주인 시네마통상, 시네마 푸드는 계열사 영화관 롯데시네마 안에서 매점사업을 거의 독점 운영하다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의 대표 사례로 지탄을 받았다. 결국 롯데시네마는 2013년 영화관 내 매점사업을 직영으로 전환하고, 두 회사의 매점 사업권을 회수했다. 롯데시네마로부터 일감이 끊긴 두 회사는 적자 등 경영난에 시달리다가 결국 지난 1월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롯데 안팎에 따르면 당시 두 회사의 롯데시네마 내 영업 중단 결정에는 신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오너 일가의 소유(지분 보유)와 경영을 철저히 분리하겠다며 시네마통상과 시네마푸드의 철수를 직접 지시했다는 것이다.

▶신영자 이사장, 등기이사 물러날 가능성 높아

일단 롯데 측은 신 이사장의 검찰 수사와 관련 "롯데면세점이 조직적으로 어떤 로비에 연루된 사실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선을 긋고 있다. 또 "호텔롯데 IPO(기업공개)와 관련해 기존 일정대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개인비리일 뿐 그룹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 이사장이 롯데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롯데를 포함해 8개에 이르는 계열사의 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만큼, 계속 그룹과 분리해 '개인비리'만을 강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재계는 신 회장이 형제의 난 이후 가족·경영 분리, 그룹 투명성 개선 등의 원칙을 여러 번 천명했던 만큼 이번 사건으로 인해 신 이사장을 등기이사에서 해임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신 이사장이 등기이사를 계속 유지하는 한 롯데가 최근 사활을 걸고 있는 잠실 롯데면세점(월드타워점) 재승인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면세점 특허 심사 기준 가운데 면세물품·매장 관리 역량, 기업이익 사회 환원·상생협력 노력 등에서 감점이나 부정적 평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연매출 6800억원 가량인 월드타워점은 12월 잠실 롯데월드타워가 완공되면 시너지 효과로 연매출 1조원 이상이 예상되는 곳이다. 글로벌 1위 면세점 사업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절대 빼앗겨서는 안 되는 곳이다. 재승인에 실패하게 되면 호텔롯데의 핵심 사업이 면세점인 만큼 기업가치가 깎여 최악의 경우 공모가가 예상 범위를 밑돌거나 공모 흥행이 시들해질 수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이 신 전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하면서 신 이사장에 대한 감정이 각별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비리 척결과 기업 투명성을 강조한 상황에서 오너 일가의 비리가 발목을 잡고 있는 듯 비춰지고 있어 롯데시네마 매점사업 때처럼 신 회장이 (등기이사 해임) 결단을 내릴 것 같다"고 전망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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