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김준기 동부회장 재기 움직임에 '찬물'?…손실회피 의혹에 거액 배당 논란까지
기사입력| 2016-05-20 09:03:04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주식 불공정거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재기를 모색하던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다.
김 회장은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스홀딩스 회장)처럼 내부정보를 이용해 보유주식을 매각, 손실을 회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여기에 그룹 차원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진 상황에서 김 회장 일가가 1000억원이 넘는 배당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재벌가(家)에 대한 반감과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유동성 위기때 김준기 회장·가족 1100억원대 배당
19일 재벌닷컴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과 가족 등 4명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동부화재 등 그룹 계열사로부터 1141억여원의 연말 결산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김 회장과 가족들의 배당금 액수를 연도별로 보면 2011년 220억9000만원, 2012년 250억7000만원, 2013년 172억원, 2014년 272억원이었다가 지난해 198억7000만원이었다.
특히 김 회장과 가족은 동부그룹 차원의 유동성 위기가 고조된 2014∼2015년에도 총 470억원의 배당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배당 확대가 자금난을 겪고 있는 오너 일가를 지원해주기 위한 일환이란 지적도 나온다.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김 회장은 동부그룹의 동부건설·동부제철 등 비금융 주력사업의 경영권을 상실했다. 핵심 제조업 계열사들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나 매각 등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동부그룹은 대폭 축소됐다. 이 과정에서 김 회장과 가족은 동부화재, 동부증권 등 금융 중심의 일부 계열사를 제외하고 제조업 계열사 대부분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하게 됐다. 동부화재는 김 회장이 7.87%, 장남인 김남호 동부생명 부장과 딸 주원씨가 각각 14.06%, 4.07%의 지분을 갖고 있다.
동부화재의 배당금은 2013년 633억원, 2014년 918억원, 지난해 981억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또한 김 회장과 김 부장은 동부증권 지분을 각각 5.0%, 6.38% 보유 중이다. 동부증권은 2014년 41억4300만원의 배당을 실시했으며, 2013년과 2015년에는 배당액이 없었다. 이와관련, 동부그룹 측은 "김 회장이 경영실적이 양호한 금융 계열사 중심으로 배당금을 받아 대부분을 제조 계열사 구조조정 자금으로 썼다"고 해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동부그룹 해명이 전혀 설득력 없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러나 최근 상당수 재벌기업들이 위기에 빠지고 있고, 연장선상에서 오너 일가의 모럴해저드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라 김준기 회장도 논란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내부정보 이용 손실회피 의혹은 검찰 손으로…
뿐만 아니라 김준기 회장은 계열사 주식 수십만주를 20여년간 차명으로 보유하다가 2014년 말 동부건설이 법정관리로 넘어가기 전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해 일부를 처분해 수억원대의 손실을 회피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재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조사1국은 김 회장이 1990년대부터 수년 전까지 20여년간 동부, 동부건설, 동부증권, 동부화재 등 계열사 주식 수 십만주를 차명으로 보유했던 사실을 밝혀냈다. 금감원은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에서 이상 거래 자료를 넘겨받아 정밀 분석 작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김 회장 차명주식의 흔적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지난 18일 정례회의에서 김 회장의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혐의를 심의한 뒤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의결했다. 이날 증선위는 "김 회장이 4개 계열사 주식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지분 보유 및 매도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고, 동부건설의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앞두고 보유 주식을 매도한 것과 관련해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의 차명주식은 당시 시가로 수백억원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 측은 금감원 조사에서 차명주식을 보유했던 사실을 인정했지만 경영권 방어 등의 목적으로 과거 관행을 따른 것일 뿐 손실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은 절대 아니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동부그룹 측은 "2014년 말 동부건설 법정관리 신청이 결정되기 직전까지 김 회장은 회사를 살리려고 필사적이었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김 회장이 고작 수억원의 손실을 안 보려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실제 주식 처분 대금도 대부분 구조조정 자금으로 모두 사용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번 금융당국의 검찰 수사 의뢰가 상당히 신속하게 이뤄졌다는 것이 금융업계의 평가다. 이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기업과 관련한 이해관계자들의 법규위반이나 모럴해저드 상황이 발생한다면 반드시 철저히 수사해 책임을 추궁하겠다"고 강조한 점이 반영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동부그룹 구조조정이 마무리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준기 회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김 회장의 그룹 재건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