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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원흉은 '옥시' 뒤에 숨은 'SK케미칼'?

기사입력| 2016-05-11 09:10:45
지난 2011년 5월 첫 사망자가 나온 뒤 5년이 흐른 지금,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자 옥시레킷벤키저(옥시)가 공개사과에 나서며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재조명 받고 있다.

유아 등 200여명이 죽고 피해자만 1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의 핵심 타깃은 옥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의 진장한 원흉이 옥시 뒤에 숨은 SK케미칼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피해자들이 사용한 살균제 대부분이 SK케미칼이 공급한 화학물질을 원료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재 검찰의 수사와 국민적 비난이 제품을 판매한 기업에 몰려있고 정작 원료를 공급한 SK케미칼은 배제돼 있다.

이와 함께 원료 공급사인 SK케미칼에 대한 3가지 의혹이 이목을 끈다. 우선 검찰의 수사가 왜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옥시)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롯데마트 PB) ▲홈플러스 가습기청정제(홈플러스 PB) ▲세퓨 가습기 살균제(버터플라이이펙트) 등 4개 제품과 판매 기업에 몰렸냐는 점이다. 자체 제조업체도 있지만 일부는 완성품을 받아 판매한 업체들이다. 앞서의 제품 중 세퓨를 제외한 모든 제품에 들어간 원료를 공급한 곳이 SK케미칼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SK케미칼이 원료를 옥시 등에 판매할 때 위험성과 용도 등에 대해 제조업체들에게 전달했는가 하는 점이다. 올 초 문제가 불거졌을 때 SK케미칼은 법에 근거해 옥시에 살균제 원료로 쓰일 수 없는 위독성 물질임을 고지했다고 했다. 하지만, SK케미칼이 전신인 선경인더스트리 시절부터 이 원료로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판매해 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는 제조 및 판매 기업들은 피해자들에 대해 사과와 보상을 이야기하고 있는 와중에도 왜 무응답으로 일관했는가하는 점이다. 문제가 재조명되고 옥시에 대한 검찰조사가 확정됐을 때는 관련 법령에 따라 옥시 측에 원료의 위독성에 대해 전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언론 보도가 늘면서부터는 옥시 측에 고지했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알 수 없다"와 "답변할 수 없다"로 일관하고 있다. 떳떳하다면, 법적 절차에 따라 명확히 절차가 진행됐다면 무응답으로 일관하진 않을 것이라는 풀이가 나오는 대목이다.

이 같은 의문에 대해 SK케미칼 관계자는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어떤 것에도 응답하지 말라는 것이 회사의 입장"이라는 답변만 내놓고 있다.

검찰은 10일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 납품과 관련해 SK케미칼 관계자를 소환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K케미칼 직원 2명은 범죄혐의가 있는 피의자가 아닌 옥시 수사를 위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시민단체 등은 이에 대해 원료공급 업체인 SK케미칼이 판매업자인 옥시 뒤에 숨어 면죄부를 받은 듯하다고 비난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임흥규 팀장은 "검찰의 조사가 옥시 등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업체는 물론, 원료 제조사인 SK케미칼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SK케미칼은 지난 1994년 가습기 살균제를 최초로 개발한 회사로서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및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를 원료로 공급하고 제조 및 판매한 기업"이라고 주장했다.

SK케미칼의 전신인 선경인더스트리는 1994년 당시 PHMG를 함유한 원료를 카페트 첨가제 용도로 만들어 정부에 유해성 심사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용도가 바뀌어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에 원료가 공급됐다. 정부는 이 원료에 대한 유해성 심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 따르면 당시 PHMG는 '유독물'이 아닌 '물질'로 국립환경연구원에 등록됐다. 가습기 살균제 판매업체 관계자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생각은 전혀 없지만, SK케미칼에 대한 이야기가 왜 거론되지 않는지는 의문"이라며 "SK케미칼은 현재 문제가 되는 살균제들의 원료를 공급하는 기업이기도 하지만 이미 20년 전부터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판매한 기업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SK케미칼이 2011년 가습기 살균제의 흡입을 권장하기 위해 피톤치드향과 라벤더향을 함유한 원액을 제조해 판매사인 애경산업에 공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애경이 판매한 '가습기메이트'는 유독성 물질로 인정된 CMIT/MIT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장하나 의원(더민주당)이 지난달 25일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이것을 흡입할 경우 인체를 공격 중인 각종 병원균들이 사멸되고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해줌으로써 삼림욕 효과를 일으킨다'고 기술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의 흡입을 권장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장 의원은 "SK케미칼이 '삼림욕 효과', '아로마테라피 효과' 등을 강조하며 흡입을 권장하는 가습기 살균제 원액을 직접 제조해 판매사에 공급해 왔음이 드러났다"며 "이제 와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철면피'같은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검찰수사가 옥시 가습기 살균제 제품 원료인 PHMG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CMIT/MIT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 제품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도 수사가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품 대부분의 원료로 사용된 위독성 물질을 공급하고도 모르쇠로 일관 중인 SK케미칼의 행태에는 정부 부처들의 행정처리 미숙도 일조했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모임은 지난달 28일 감사를 통해 환경부 관료들을 처벌해 달라며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환경부는 이 사건 발생의 가장 큰 책임이 있는 행정부처인데도 사건 초기부터 환경성 질환이 아니라고 우기고, 국회의 피해지원 특별법 제정을 방해하고, 장관이 불가지론을 내세워 살인기업을 대변했다"며 "3차 피해신고 조사도 3년 간 질질 끌면서 소멸시효를 넘기려 하고, 아예 피해신고조차 받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1년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가 속속 드러나자 그 해 말 기존 공산품에서 '의약외품'으로 분류 기준을 전환했다. 2012년 2월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는 CMIT/MIT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 제품과 폐질환과의 인과관계가 규명되지 않았다고 발표했고, 같은 해 9월 환경부는 CMIT/MIT를 유독물로 지정했다. 사망자와 피해자가 속출하기 전까지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위독성 검증은 그 어디에서도 이뤄지지 않았고, 정부부처 역시 제각각의 다른 목소리를 냈다.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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