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최은영 전 회장의 한진해운 주식매각 미스터리…무리수? 노림수?
기사입력| 2016-05-09 09:06:51
정부가 업황 부진 등으로 국가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업종에 대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가운데 최근 이슈가 엉뚱하게(?) 전 한진해운 회장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으로 쏠리고 있다. 한진해운을 이끌었던 최은영 회장이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신청 하루 전 잔여보유 주식을 전량 매각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지난 2006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동생인 남편 조수호 회장이 별세한 후 한진해운의 경영권을 이어받았다. 최 회장의 한진해운 보유주식 매각에 대해 '먹튀'라는 비난과 함께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는 항변이 격돌 중이다.
8일 재계 등에 따르면 최 회장과 두 딸은 한진해운에 대한 자율협약 신청을 결정했다고 발표한 지난달 22일 직전인 같은 달 6일부터 20일까지 보유 중이던 잔여주식 전량을 매각했다. 최 회장은 37만569주, 두 딸은 29만8679주로 총 주식 지분은 0.39%다.
먹튀 비난이 일게 된 것은 주식매각 날짜가 자율협약 직전이라는 점이다. 내부정보를 이용하지 않았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또, 비록 경영에서는 물러났지만 전 회장으로서 회사가 이 지경이 됐는데도 자신의 이득만 채우는 모습에 비난여론이 일고 있다.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을 신청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은 최 회장의 지분매각 공시가 이뤄진 다음날인 지난달 22일 장 마감 후 공시로 알려졌다. 이 시점을 전후해 한진해운 주가가 폭락한 점을 고려하면 최 회장과 두 딸은 사전에 잔여주식을 매각함으로써 10억원 가량의 손실을 모면한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서 의아스러운 점은 최 회장과 두 딸이 잔여주식을 매각해서 얻은 현금이 31억원 정도라는 점이다. 일반인들에게는 무척 큰 금액이지만 수천억원대의 자산가로 알려진 최 회장으로서는 그다지 큰 액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잔여주식을 팔아 얻은 현금이나, 주식 급락으로 입을 손실을 피해 얻은 이익이 국민적 비난과 금융기관의 조사를 감내할 만큼은 아니라는 점에서 의문이다. 재계에서도 이 같은 최 회장의 행태에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라며 의문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측 역시 "과거에 한진해운 보유 지분을 모두 매각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으며 이번 잔여 지분 매각도 그 일환"이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오비이락 격으로 잔여주식을 팔았는데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결정이 뒤따랐다는 주장이다. 최 회장 측은 또 지분매각 사실이 곧바로 공시를 통해 드러나는데 '불순한 의도'로 일처리를 했겠느냐며 항변하고 있다. 기업의 특수관계인은 1% 이상 지분율이 바뀌면 그 사실을 공시해야 한다. 1%가 안 돼도 지분 전량을 처분해 특수관계인 신분에서 벗어나면 공시 대상이 된다.
일각에선 이번 최 회장의 잔여주식 매각에 대해 특수관계인 신분으로 연결돼 있을 경우 회사 정상화 과정에서 사재출연 등의 부담이 주어질까 우려해 처분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시아주버니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의 불화 때문이라는 해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최 회장은 남편 사후 경영권을 인계 받은 후 한진그룹과의 계열분리를 추진해 왔으나 계속되는 해운업 침체 등으로 경영악화 일로를 걸었다. 지난 2013년 상반기 기준 한진해운의 부채비율은 835%에 달했고, 2011년 이후 누적적자는 약 7400억원, 당기순손실은 약 1조6000억원 규모였다. 여기에 2014년 회사채 만기 예정금액이 4000억원을 넘기며 유동성 유기에 몰렸다.
이에 최 회장은 조 회장에게 2500억원 규모의 구원을 요청했고, 한진그룹은 1500억원만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이때부터 한진그룹이 최 회장에게 경영권 인계를 요구한 셈이다. 재계에서는 두 사람 사이가 아군보다는 적군에 가까웠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렸고, 이번 일도 사실상 한진그룹을 겨냥한 이슈 만들기 아니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최 회장의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최 회장은 2014년 6월 한진해운 주식을 316만주 보유하고 있었지만 지난달 잔여 지분을 처분하기 직전에는 37만주까지 줄인 상태였다.
이에 맞서 최 회장은 최근 전 금융위원장 출신의 진동수 김앤장 고문이 포함된 법률 대리인을 선정했다. 법률 변호는 금융감독원 자문위원, 한국거래소 규율위원 등을 역임한 배우 고창석 씨의 친형 고창현 변호사가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에 이어 검찰에 사건이 이송될 때를 대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최 회장은 김앤장을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하며 착수금만 10억원을 넘게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