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최대 가해업체로 지목된 영국계 제조사 옥시레킷벤키저(옥시)가 제품의 인체유해 가능성을 적시한 자료를 검찰 수사가 진행되기 직전 삭제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와 함께 사건발생 당시 옥시 대표이사직을 수행하던 신현우 전 대표를 유력한 용의자로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이 옥시가 SK케미칼이 제공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일괄 폐기한 단서를 확보했다. SK케미칼은 문제의 PHMG인산염 성분 제조사다. 옥시는 2001년부터 SK케미칼이 제조한 PHMG 인산염 성분(원료명 SKYBIO 1125)을 함유한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을 판매해 왔다. MSDS는 화학물질의 안전한 사용 및 관리를 위한 주요 성분과 주의사항 등을 담은 자료다.
검찰에 따르면 옥시는 2001년부터 보건당국이 제품 수거와 함께 판매 중단을 명령한 2011년 말까지 10년치의 MSDS를 통째로 폐기 또는 삭제했다. 특히, 삭제된 메일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기 직전 삭제한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옥시가 자사 제품을 호흡기로 흡입했을 경우 인체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음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아울러 더 일찍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검찰은 전날 김모 옥시 인사담당 상무를 참고인으로 소환해 제품 제조·판매와 관련한 의사 결정 및 보고체계를 확인했으며, 신현우 전 대표를 우선 소환 대상으로 보고 있다. 신 전 대표는 동양화학공업의 계열사인 옥시가 영국계 레킷벤키저로 인수되고 PHMG를 함유한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출시한 2001년 전후로 회사 대표를 지냈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