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광동제약, 취업희망자 울리는 '갑(甲)질' 논란 왜?
기사입력| 2016-04-17 15:30:01
건강음료 '비타500'으로 유명한 광동제약의 최성원 대표는 지난 1월 신년워크숍에서 "기업가치 1조원-매출 1조원-영업이익 10%의 '2020 트리플 원'이라는 비전에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며 "올해는 빠른 의사결정과 선제적 혁신전략을 통해 비전2020을 더 빠르고, 압도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내부 구조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최고경영자(CEO) 겸 오너가 직접 나서서 '목표 달성을 위한 스피드 경영'을 강조하는 광동제약이 정작 채용과정에선 시스템 부재로 인해 취업 희망자들을 울리면서, 이른바 '취업 갑(甲)질'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월 수출영업직 경력자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응시자에게 제때 탈락 여부를 안내하지 않고 계속 시간만 끌었던 것.
이같은 사연은 광동제약의 경력직 채용과정에서 '피해'를 본 지원자가 취업 준비생들이나 경력 이직을 원하는 이들이 회원으로 활동하는 카페에 직접 장문의 글을 올리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광동제약의 채용횡포'란 제목으로 글을 올린 이 지원자는 지난 1월 10일 마감된 수출 영업직의 서류 심사를 통과했다. 5배수로 뽑힌 다른 지원자들과 21일 1차 면접을 봤고, 28일 채용담당자에게 이직 준비자가 직접 문의전화를 한 끝에 1차 면접에 합격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당시 이 채용 담당자는 "2차 면접 일정이 잡히는 대로 연락을 주겠다"고 지원자에게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때부터다. 시간이 흘러도 광동제약에선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다. 초조해진 이 지원자는 2월 4일 다시 문의를 한 끝에 "혼자 합격이 됐다. 2차 면접에 참석할 지원자를 선별 중이다. 확실히 합격한 상태니 마음 편히 기다리면 된다"는 말을 들었다.
"국내 메이저 제약회사인데 채용 담당자의 말을 그대로 믿어도 될 것"이라고 생각한 지원자는 2월 19일 기다리다 지쳐서 다시 확인을 해본 결과, "면접관이 외부 출장 중이라 답을 줄 수가 없다. 더 기달려달라"는 답만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도 한 달여가 지난 3월 24일 채용 담당자에게 다시 전화를 해봤으나, 이번에도 또 다음날 오전 확인 후 연락을 주겠다는 답을 받았다.
그런데 다음날 지원자가 광동제약 홈페이지의 채용 관련 코너를 검색해보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결과를 확인해보니 '심사중'이라는 글귀가 갑자기 '불합격'으로 바뀌어있었다. 먼저 연락을 주겠다던 인사담당자는 전화 한 번 없었고, 그 뒤 이 취업 희망자의 전화에도 응하지 않았다.
당시 "2차 면접이 곧 잡히겠구나 생각하면서 계속 그 준비에 몰두해왔다"는 이 취업 희망자는 "광동제약때문에 다른 기업 면접 기회도 거절하고 합격 제안도 거절한 나만 바보가 되고 말았다"고 허탈한 마음을 토로했다. "집사람과 아이한테도 미안한 마음만 든다"고 심경을 고백한 지원자는 "채용이 취소됐다고 화가 난 게 아니다. 채용 담당자의 업무 태도와 무례한 행동이 문제"라고 이야기했다. "1차 면접 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먼저 연락이 온 적도 없다. (채용과정) 지연 및 취소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 하는 것이 사람의 도리 아니냐"고 비난했다. 이어 "최근 광동제약에서 여러 직무별로 채용 공고가 올라오고 있는데, 혹시 관심이 있어 지원하실 분이라면 제 사연을 참고하시는 게 도움이 될 듯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광동제약 측은 "지난달 수출영업 경력직 채용관련 사항을 확인한 결과, 채용전형 진행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채용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향후 재발방지를 위해 채용 프로세스 보강과, 관련 담당자 교육을 철저히 시행하겠다"며 "아울러 지원자들께 피드백을 강화하고 불편 최소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글을 올린 지원자에게 회사 관계자가 직접 사과를 하겠다"며 "이후 1차 면접 합격자의 경우 일정 시일내 면접이 진행된다는 안내를 하고, 불가피하게 연기될 경우 채용 담당자가 지원자에게 직접 설명할 예정이다. 대기기간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