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말로만 '동료' 외치는 롯데…소등 위반했다고 협력업체 직원용 휴게실 폐쇄
기사입력| 2016-04-06 09:05:34
말로만 '동료'사원이었나.
롯데백화점의 한 지점이 전등 불을 끄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원 휴게실을 일방적으로 폐쇄해 도마 위에 올랐다.
롯데백화점 구리점에서 벌어진 이같은 일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롯데백화점 휴게실 근황'이란 제목으로 관련 글과 사진이 올라오면서 일파만파 퍼지기 시작했다.
사진 속 출입이 금지된 휴게실 문에는 '사용자의 사용수칙 미준수로 인하여 당분간 휴게실 사용을 금합니다'라고 적힌 안내문이 걸려 있다. 또 중년의 여성으로 보이는 직원이 종이 상자를 깔고 휴게소 앞 복도에서 '처량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 사진과 글을 올린 이는 "휴게실은 매일 평균 10시간 이상 서서 일하는 백화점 직원들이 하루 30분 다리 펴고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그런데 어떤 직원이 퇴실을 하면서 소등을 하지 않고 나갔다는 이유로 폐쇄됐다"며 "한마디 경고 없이 휴게실을 이용할 수 없으니 빨리 가서 일하라는 말만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곳은 롯데백화점 구리점의 가정관에 위치한 휴게실로, 구리점 시설책임자의 판단에 의해 지난달 27일 일방적으로 사용이 금지됐다. 휴게실 문이 잠기면서 직원들은 쉴 곳을 찾지 못해 복도에 신문지 등을 깔아놓고 잠시 휴식을 취하기도 했으나, 휴게실 폐쇄 결정엔 변화가 없었다.
이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롯데백화점의 처사를 비난하는 글을 잇달아 올리기 시작했다. 더욱이 이곳이 정직원용 휴게실이 아니고 외부 협력업체 직원들이 사용하는 곳이라는 점에 많은 이들이 분노를 나타냈다.
이같은 사실이 불거지자 롯데백화점 측은 뒤늦게 사태 파악에 나섰고, 지난 1일에야 이 휴게실의 문을 다시 열었다.
그러나 이번 휴게실 폐쇄 사건은 하루 종일 서서 일을 하는 파견 직원들이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을 뺏었다는 점에서 더 큰 공분을 사고 있다. 외부 협력업체 직원을 '동료직원'으로 칭해온 롯데백화점이 말로만 '동료'를 외치면서, 복지 등 실질 대우에 있어선 '갑(甲)질'을 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센서등으로 바꿔 달기만 하면 해결될 일 아니냐. 롯데백화점의 일용직원은 센서등 하나보다 못한 존재냐'는 등의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또한 판매 서비스 등 백화점 업무 툭성상 외부 협력업체 직원의 상당수가 여성이라는 점에서도 빈축을 사고 있다. 그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보여준 여성친화적인 정책과 상당히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평소 '여성인재'라는 말을 즐겨 사용해온 신 회장은 2012년부터 자동 육아휴직제도를 도입했고, 아이를 키우며 회사에 다니는 직원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유연근무제 또한 시행하고 있다. 직장 어린이집 운영에 있어서도 그간 사회적 귀감이 되어왔는데, 지난해 말 7곳이었던 직장 어린이집을 올 상반기 내 두 배 이상 확충할 계획이다. 이같은 여성친화적인 정책으로 최근 신동빈 회장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주최한 2016 대한민국 여성인재경영대상을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 롯데백화점 측은 "단순히 불 한번 안 끄고 퇴근했다고 폐쇄한 것은 아니다"며 "이 휴게실이 운영 규칙 등을 다른 곳에 비해 유난히 많은 지적을 받아왔다. 시설 책임자가 수차례 지적을 했으나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자 당분간 폐쇄하기로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소등이 안전관리의 기본인 건 맞지만, 담당자가 지나친 조치를 내린 건 사실"이라며 "책임자들이 반성하고 있고 직원들에게 직접 사과도 했다. 앞으로 이러한 일이 또 벌어지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쓰겠다"고 덧붙였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