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카카오·셀트리온·하림, 벤처출신 첫 대기업집단 지정…규제 '적절성' 논란일 듯
기사입력| 2016-04-03 15:56:17
올해 처음으로 카카오, 셀트리온, 하림이 대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 기업)에 지정됐다. 벤처기업 출신으로는 최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4월 1일 기준으로 자산 총액이 5조원 이상인 65개 그룹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기업은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신규 순환출자, 채무보증이 금지되며 소속 금융·보험사가 갖고 있는 계열사 주식 의결권을 제한받는다.
이들 3개사와 함께 대기업집단에 처음으로 지정된 SH공사와 한국투자금융, 금호석유화학은 창업 이후 역사가 깊은 곳이다. 주력 사업에만 집중하면 되는 사업 특성상 각종 규제에 향후 사업전략이 크게 좌지우지되지 않는다. 그러나 카카오와 셀트리온과 하림은 모두 중소벤처기업 중심인 코스닥에 상장된 업체들이다. 역사도 15년 내외로 짧다. 무엇보다 주력사업 외에 인수·합병(M&A) 등으로 덩치를 키운 만큼 신성장동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규제는 상당한 부담이다.
3일 공정위 등에 따르면 재계 일각에서는 카카오, 셀트리온, 하림 등이 중소벤처 중심의 코스닥 상장사로서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같은 글로벌 대기업과 같은 규제를 받게 됨에 따라 '적절성'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카카오는 창립 10년 만에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각종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운 게 성장의 비결이었다. 카카오는 2014년 10월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하면서 2172억원이었던 자산이 2조7680억원(2014년말)으로 늘었고, 올해초 로엔을 1조8700억원에 인수한 이후 자산 총액이 5조83억원으로 껑충 뛰어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바이오제약업체인 셀트리온도 창립 14년 만에 자산 총액이 5조8550억원으로 불어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셀트리온은 보유 주식 가치가 올라 1년 새 자산 1조1000억원이 증가했다. 닭고기 가공업체인 하림은 지난해 팬오션(옛 STX팬오션)을 4조2000억원에 인수하면서 4조7000억원이었던 자산이 9조9000억원으로 늘었다.
카카오, 셀트리온, 하림 모두 자산규모는 10조원 미만이다. 카카오의 경우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인 5조원을 간신히 넘겼다. 상당한 규모의 기업임에는 틀림없지만 기존 대기업집단에 지정된 기업에 비해선 자산규모가 크게 낮은 편에 속한다. 삼성그룹의 자산규모는 348조원으로 카카오와 셀트리온 보다 70배, 하림에 비해선 35배가량 많다. 업계 일각에서 대기업집단 관련 공정위 규제의 적절성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다.
대기업집단에 지정된 기업은 경영 활동상 제약이 따른다. 사업 금지 관련 조항을 법률로 만들어 놓은 것만 34개에 달한다. 정부가 지원하는 지능형 로봇 전문기업으로 지정될 수 없고, 소프트웨어산업에 참여하는 게 어렵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유통업을 하는 경우 영업시간을 제한 받고, 농림축산식품업 진출도 금지된다.
이들 3개사는 기업 경영활동에 있어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 있다. 카카오는 라이벌 네이버와의 경쟁에서 각종 규제에 따른 경쟁력 손실도 발생할 수 있다. 네이버는 카카오보다 시가총액은 크지만 자산이 4조3859억원으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되지 않음에 따라 카카오보다 사업영역 확장에 자유롭다.
하림은 농축산업, 유통 등을 주력업으로 삼고 있는 기업이다. 신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인수한 팬오션으로 인해 대기업집단에 지정됐지만 농축산과 유통을 바탕으로 한 신규사업 진출이 막히게 된다.
셀트리온 역시 마찬가지다. 공정위는 대기업 집단 계열사가 총수일가 지분이 30%(비상장사 20%) 이상 기업에 '일감 몰아주기'를 금지하고 있다. 사익편취를 막기 위한 조치다. 셀트리온의 경우 대부분 총수를 중심으로 계열사 지분이 조정돼 있다. 수직계열화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인 것. 그러나 대기업집단에 지정된 만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지분구조는 사익편취 관련 규제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재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 셀트리온, 하림 등 세 기업 모두 각종 규제를 피하기 위해선 지분 정리와 사업구조 개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 규모의 차이를 보이고 있는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등과 같은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면 적절성 논란이 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