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쿠팡, 커지는 적자에 유통공룡 이마트와 경쟁…안팎으로 위기설 비등?
기사입력| 2016-02-25 08:51:10
숱한 화제를 모으며 잘나가던 소셜커머스업체인 쿠팡이 최근 안팎으로 위기에 빠진 것 아니냐는 시선을 받고 있다.
쿠팡은 자체 배송서비스 '쿠팡맨'을 앞세워 인기몰이에 성공하며 소셜커머스 1위 업체로 성장했다. 또한 지난해 김범석 쿠팡 대표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벤처기업의 성공 모델로 떠올랐다. 그러나 이런 화려한 성공 속에서도 끊임없이 쿠팡 위기론은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쿠팡은 수년째 수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쿠팡맨과 물류센터에 적자보다 더 큰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는 쿠팡 자금이 바닥을 보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런 유동성 위기를 입증하듯 쿠팡이 자랑하던 물류센터 매각설까지 나왔다.
뿐만 아니라 최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유통업계의 거인 이마트를 통해 쿠팡 잡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점도 위기상황을 알리는 경고등이 되고 있다.
▶커지는 적자에 자금유동성 우려
쿠팡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화려한 수식어로 장밋빛 전망이었다. 쿠팡은 경쟁사인 티몬·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사이에서 '1위 논란'에 종지부를 찍으며 부동의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또한 손정의 회장으로부터 10억달러라는 엄청난 투자금을 유치하며 일약 스타기업이 됐다.
여기에 물류회사들과의 갈등을 극복하며 쿠팡맨을 이용한 배송서비스로 고객만족도를 높여갔다. 또한 쿠팡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물류회사들과의 법정 공방에서도 잇따라 승기를 잡으며 '불법 논란'을 재우고 쿠팡맨 서비스를 대폭 늘렸다. 여기에 전국에 물류센터를 세우며 공격적인 투자를 펼쳤다. 쿠팡의 외형적 성장은 다른 기업들도 따라오기 어려울 정도로 화려했다.
그런데 이런 화려한 외형을 뒷받침해야 하는 쿠팡 내부에서 먼저 위기론이 불거지고 있다. 대규모 투자를 받았음에도 적자가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쿠팡은 지난 2014년에 12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에만 4000억~5000억원 규모의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손정의 회장으로부터 1조원 넘는 투자금을 받았어도, 지금 상황으로는 자금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런 와중에 지난 19일 쿠팡이 대규모 적자로 인한 자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인천 물류센터와 경기 이천 덕평물류센터를 팔려고 한다는 매각설이 나왔다. 쿠팡은 즉각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지만 업계에서는 쿠팡의 자금 상황을 엿볼 수 있는 사례로 보고 있다.
실제로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23일 발표한 '이마트의 반격과 온라인 유통시장의 변화'라는 보고서에서 쿠팡의 위기를 언급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쿠팡이 손 회장의 투자금 1조원 가운데 절반 이상을 지난해 이미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예상보다 적자폭이 크고, 자금고갈이 빨리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역마진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쿠팡의 전략이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고도 분석했다. 시장점유율 확대를 통해 수익을 내려면 '알리바바'(80%), '아마존'(35%)처럼 절대적인 시장점유율이 필요한데, 쿠팡의 국내 온라인 유통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5.6%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최근 국내 온라인쇼핑 성장률이 빠르게 둔화되면서 쿠팡의 시장점유율 확대전략이 먹히지 않는 상황이라며 쿠팡이 더 높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하면 신규 투자가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모두 투자계획에 따른 예상된 적자이기 때문에 자금유동성 문제는 전혀 없다"라고 해명했다.
▶유통 공룡 이마트의 도전 맞닥뜨려
지난 18일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가 기저귀 '유통 전 채널 최저가'를 선언하며 소셜커머스와의 가격전쟁을 선포했다. 이어 23일엔 분유를 최저가로 선보였다. 이마트의 최저가 선언은 정용진 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는 정책으로 매주 온·오프라인 유통채널들의 가격을 체크해 해당 상품의 최저가를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마트가 공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이번 최저가 선언은 쿠팡을 향한 선전포고다. 기저귀·분유 등의 유아용품 최저가 정책으로 성장한 곳이 바로 쿠팡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티몬·위메프 등은 전체 매출에서 유아동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10% 정도다. 그런데 쿠팡은 온라인에서 유아용품 시장점유율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절대 강자다.
이마트는 쿠팡의 높아진 유아용품 시장점유율이 대형마트의 매출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마트의 지난해 기저귀 매출은 전년 대비 26.3%나 감소했지만, 쿠팡의 기저귀 매출은 2배로 늘었다. 또한 이마트는 2030 고객들이 기저귀·분유를 구입하기 위해 대형마트를 찾지 않으면 자칫 전체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고 판단해, 더 이상 젊은 소비자들의 이탈을 놔두지 않겠다는 의미다. 유통 골리앗 이마트가 2010년 설립된 여섯 살 쿠팡을 상대로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업계는 쿠팡을 향한 이마트의 움직임을 심상치 않게 지켜보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이마트의 반격과 온라인 유통시장의 변화' 보고서를 통해 "오프라인 업체들이 가격 경쟁을 꺼렸던 것은 쿠팡이 얼마나 공세를 지속할 수 있을 지 가늠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쿠팡의 회사 재무 사정이 드러나면서 이마트의 공격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마트와의 한판 전쟁을 앞두고 있는 쿠팡에게는 기존 경쟁상대인 티몬과 위메프, 오픈마켓인 G마켓·11번가와의 경쟁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소셜커머스 1위 쿠팡은 지난해 티몬·위메프와의 소셜커머스간 경쟁을 탈피하겠다며 지난해 9월 오픈마켓 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면서 온라인쇼핑 전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며 소셜커머스의 강점인 할인쿠폰 마케팅을 중단했다.
그런데 문제는 할인쿠폰 마케팅을 중단하면서 쿠팡의 성장세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모바일 쇼핑시장에서 G마켓 뒤를 이어 순방문자수 2위였던 쿠팡이 11월엔 11번가에 뒤졌고, 12월엔 옥션에도 밀려나 4위로 떨어졌다. 방문자수 하락은 매출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 그 사이에 티몬은 공격적인 할인쿠폰 마케팅으로 쿠팡을 추격하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그동안 상시 최저가를 유지했기 때문에 이마트가 최저가 선언을 했어도 크게 영향이 없다"며 "실제로 매출이 하락하거나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쿠팡 정책을 유지할 뿐 따로 대응할 게 없다"면서 "또 가격 외에도 배송이나 모바일쇼핑 환경 등에 따라 소비자 구매패턴이 결정되기 때문에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