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롯데 신격호 총괄회장, 성년후견인 첫 심리에 걸어서 등장
기사입력| 2016-02-03 17:19:28
롯데가(家) 경영권 분쟁 중 건강이상 소문이 퍼지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3일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성년후견 개시 심판 청구' 첫 심리에 직접 참석했다.
이번 재판은 신 총괄회장의 정신 건강 상태를 판단하는 자리로, 만약 신 총괄회장이 치매 등 정신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법원이 판단하면 후견인을 정할 수 있다.
당초 신 총괄회장은 신 법정에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런 예상을 깨고 신 총괄회장이 건강함을 증명하기 위해 법정 출석을 결정했다. 게다가 이날 94세의 고령임에도 신 총괄회장은 법정에 지팡이를 짚고 직접 걸어서 입장하며 건강한 상태임을 대외적으로 알렸다. 동생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경영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대표)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김성우 판사의 심리로 열린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 개시 심판 청구'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심리여서 비공개로 열렸다.
SDJ코퍼레이션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은 SDJ코퍼레이션 정혜원 상무, 김수창 변호사와 함께 법정을 찾았다. 당초 불참 일정을 갑자기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 총괄회장의 법정 등장은 직접 자신의 건강 상태, 특히 정신건강 상태를 두고 가족들뿐만 아니라 세간에서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이번 기회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의도로 파악된다. 이번 '성년후견 개시 심판 청구' 자체에 대해 불쾌한 반응을 보였던 신 총괄회장과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은 첫 심리에 직접 참석하는 초강수를 선택했다. 이번 기회에 건강상태 논란을 끝내는 것뿐만 아니라 신동빈 회장과의 명분싸움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한국과 일본에서 롯데그룹을 장악한 신 회장에 대한 반격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상태는 향후 한국과 일본에서 진행될 롯데그룹 경영권을 두고 벌이는 법정싸움에서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신 회장이 일본롯데홀딩스에서 아버지 신 총괄회장을 몰아내고, 롯데그룹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 상태에 따라 합·불법적인 요소가 있었는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 개시 심판 청구는 길면 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상반기에는 신 총괄회장의 정신 건강상태에 대한 논란은 끝날 듯하다. 그러나 직접 법정에 나서면서 짧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편, 이번 성년후견인 신청은 신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인 신정숙씨가 지난해 12월 서울가정법원에 내면서 시작됐다. 신정숙 씨는 후견인으로 신 총괄회장의 부인 시게미스 하츠코(重光初子) 여사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동주 전 부회장, 신동빈 회장,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등 신 총괄회장의 4명의 자녀를 지목했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