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클린기업' 유한킴벌리, 또 다시 '갑질' 논란 왜?
기사입력| 2016-02-01 09:54:20
기저귀 '하기스'로 유명한 유한킴벌리가 또다시 '갑(甲)질' 논란에 휩싸였다.
유한킴벌리 대리점주협의회는 지난달 13일 시민단체와 함께 유한킴벌리 본사 앞에서 유한킴벌리의 갑질 행위를 성토하는 시위를 열고, 공정거래위원회에 빠른 조사를 촉구했다.
이에 앞서 유한킴벌리 대리점주협의회는 지난 2013년에도 공정위에 유한킴벌리의 불공정행위를 신고한 바 있다. 그 당시 이들은 유한킴벌리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를 남용하고 아울러 대리점에 판매 목표를 강제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아직 공정위에서 조사 중이라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한킴벌리 대리점주협의회가 3년 만에 공정위에 다시 신고를 하며 유한킴벌리의 갑질 논란을 재점화했다.
이에 따라 유한양행과 함께 '클린기업'으로 소문난 유한킴벌리는 '클린'이미지에 상당한 손상이 갈 위기에 처했다.
유한킴벌리는 유한양행이 30%, 미국의 제지회사 킴벌리클라크가 70%의 지분을 가진 합작회사로 2014년 1조400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같은 기간 순이익은 1440억원, 배당금은 무려 1300억원에 달했다.
▶'차별'과 '차이'로 팽팽히 맞선 대리점과 본사
지난달 13일 시위에서 대리점주협의회 송정요 대표는 "유한킴벌리의 온오프라인 대리점에 대한 공급가 차별이 여전히 존재한다" 면서 "억대의 담보를 넣은 대리점이 온라인에서 기저귀를 사서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시장점유율이 60%가 넘는 유한킴벌리에서 가격차별을 한 것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에 해당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날 시위에서는 대리점주들의 '갑질 피해 사례'에 대한 호소도 이어졌다. 지난 2008~2014년 유한킴벌리 대리점을 운영했던 A씨는 "유한킴벌리에서 과도한 판매 목표를 주고 달성 못하니 대리점 포기각서까지 작성하게 했다"며 "억울한 마음에 서울중앙지검에 강요죄로 고소를 해놓은 상태"라고 폭로했다. 또 다른 전 대리점주 B씨는 "유한킴벌리가 소셜커머스 등 온라인 대리점에는 오프라인 대리점보다 20~30% 싼 가격에 공급하는 바람에 가격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리점주협의회는 회견 내용을 중심으로 공정위에 재신고를 한 상황이고, '대리점 포기각서'에 대한 민·형사 소송 또한 진행 중이다.
유한킴벌리의 손승우 이사는 "공급가가 다른 것은 시장의 '차이'이지 '차별'이 아니다"라며 "위법 행위는 없었고, 현재의 판매 정책을 바꿀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대리점주협의회는 전 대리점 업주들이 주축이 돼서 대표성이 떨어진다"며 "현재 대리점업주들은 대부분 만족하면서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손 이사는 '대리점 포기각서'에 대해 "과거에 대리점을 그만 둘 경우 '확인'을 서면으로 받는 경우가 있었는데, 후임 대리점의 선정과 대리점의 재고를 회사가 재구매하기 위해 사업 중단 의사를 정확히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며 "강제성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공정위의 판단 또한 단시일 내에 나오긴 어려워 진실공방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2013년 신고건은 아직도 조사가 진행 중이다. 최근 추가 신고건과 함께 관련 자료를 계속 제출받고 있다"며 "지난 1월 13일 신고건은 별건으로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대리점에 대한 '갑질 논란'이 있었던 농심의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해 지난해 과징금 5억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대리점 압박, '유한양행 vs 킴벌리클라크' 갈등 때문에?
유한킴벌리 대리점주들은 본사의 매출 압박, 가격차별이 커진 이유로 킴벌리클라크의 영향력 확대 또한 제기했다. 킴벌리클라크의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한국에서 모든 제품의 마진은 북미지역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킴벌리클라크가 한국에서 상당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유한킴벌리의 지분은 킴벌리클라크와 유한양행이 각각 70%, 30%씩 보유 중이다. 40여년간 동반자 관계를 지속해왔던 두 회사는 지난 2012년 이사선임 건으로 극심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킴벌리클라크는 지난 2012년 7월 유한킴벌리 주주총회에서 자사와 유한양행이 4대 3의 비율로 행사하게 돼 있는 이사 선임권을 5대 2로 바꾸는 정관 개정안을 가결시키고, 유한양행이 주도한 최규복 유한킴벌리 대표이사 해임안을 부결시켰다. 법정까지 갔던 이 분쟁은 유한킴벌리의 깨끗한 이미지에 흠집을 남겼다.
이는 유한킴벌리 대리점주들이 "유한양행이 경영주도권을 잃은 시점부터 영업 압박이 심해졌다"고 주장하는 내용과 궤를 같이 한다.
킴벌리클라크는 유한킴벌리로부터 받는 로열티를 기존 매출의 2% 수준에서 2010년 2.45%로 올렸다. 2004년분부터 소급 적용됐으며,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무려 1300억원의 기술사용료가 지급됐다. 주주배당도 늘어났다. 유한킴벌리의 배당은 2007년 순이익의 66% 수준에서 2014년 90.24%로 급증했다. 특히 2011년 이후 킴벌리클라크 측에 4년 동안 지급된 금액은 3220억원에 달했다. 유한양행측은 배당금의 규모가 비정상적으로 많고, 배당금을 줄이는 대신 이익의 적정수준을 유보시켜 유한킴벌리의 미래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지난 2012년 법적 분쟁으로 유한양행과 킴벌리클라크 사이에 앙금이 남은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유한킴벌리의 갑질 논란과 함께 유한양행과 킴벌리클라크의 상생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 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