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호텔롯데, 상장 앞두고 먹구름 '가득'
기사입력| 2016-01-26 11:30:03
증시 상장을 앞둔 호텔롯데 앞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호텔롯데의 2016년 2분기 상장'을 공언했고, 이에 맞춰 호텔롯데는 지난달 21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신청했다.
이르면 이번주중 예비심사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자기자본 4000억원 이상, 매출액 7000억원 이상(3년 평균 5000억원 이상), 당기순이익 300억원 이상(3년 합계 600억원 이상) 등의 조건에 맞는 대형 우량사로서 호텔롯데는 상장 예비심사에 있어 '패스트트랙'(급행)' 혜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후 예비심사를 통과하게 되면 호텔롯데는 증권신고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한 뒤 국내외 투자자들 대상으로 설명회를 거쳐 공모가를 확정하게 된다. 공모를 통해 모인 주식대금 납입이 완료되면 마침내 상장이 이뤄지는데, 각 절차를 최대한 빨리 진행할 경우 오는 4월에도 상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시황이 워낙 안 좋으므로, 신 회장의 '2분기 상장' 공언을 지키는 데드라인으로 5월말이나 6월 상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얼어붙은 증시에 흥행 실패?
'상반기 호텔롯데 상장'이 이뤄지면, 롯데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약속을 지켰다는 점에서 국민적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호텔롯데의 기업가치 평가가 썩 만족스럽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경기 하강 우려 등으로 연초부터 국내 증시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 회장이 호텔롯데 상장을 약속했을 때, 증권업계 등에선 호텔롯데의 기업 가치를 최소 10조원에서 최대 20조원까지 평가했다. 그러나 지금 같은 약세장에서는 호텔롯데의 가치가 기대보다 낮은 수준에서 매겨질 가능성이 크다. 종종 비교 대상이 되는 호텔신라의 주가만 따져 봐도 답은 명확해진다. 작년 7월 주당 14만원대까지 올랐던 호텔신라는 현재 반토막 이하인 6만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시가총액도 2조50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더구나 호텔롯데가 지난해 11월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 경쟁에서 잠실 월드타워점을 놓친 점도 마이너스 요인이다. 업계에선 이번 잠실 면세점 특허 재승인 실패로 당장 호텔롯데 실적의 약 10%가 날아갔다고 보고 있다.
이같은 우려를 극복하지 못할 경우, 이후 호텔롯데의 미래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해진다. 호텔롯데 측은 최근 "IPO(기업공개) 이후에는 자금 확보가 되므로 다른 해외 호텔 브랜드와 제휴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그룹 차원에서 기업지배구조를 지주회사 체제로 바꾸는 데 필요한 약 7조원 중 상당부분이 호텔롯데 상장 공모자금으로 메워질 개연성이 있기에, 그룹 전체에 먹구름을 드리우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신동주 전 부회장, 신동빈 회장 발목 잡기?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대표)은 호텔롯데를 당장 상장하는 것에 대해 그간 우려를 표명해왔다. 신 전 부회장은 "원칙적으로는 호텔롯데 상장에 동의하지만, 순환출자 고리를 100% 해소해 투명성을 높이는 일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호텔롯데의 상장을 앞두고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호텔롯데를 상대로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 법무법인 양헌은 25일 호텔롯데의 주요주주인 광윤사를 대리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호텔롯데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신 전 부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광윤사는 호텔롯데의 지분 5.45%를 보유하고 있다. 상법 제466조에 의하면, 발행주식 총수의 3% 이상 가진 주주는 회사 측에 회계장부 열람등사를 청구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신 전 부회장이 대표로 있는 SDJ코퍼레이션은 "회계장부 열람등사를 통해 중국 사업에 대한 과도한 지급보증, 해외호텔 구입 관련 과다 지출, 면세점 특허권 갱신 관련 부당 지출 등 호텔롯데의 부실 내역을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타이밍이다, 소송 제기 시기가 절묘하다. 호텔롯데가 올해 2분기까지 상장을 목표로 구체적인 절차를 밟고 있는 시기에 진행된 이번 소송은 상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이번 소송이 단순한 주주 권익을 위한 선택이라기보다는 그룹 공개를 향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신동빈 회장의 발목을 잡기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기자회견을 통해 부당회계 및 부실경영 의혹이 있는 모든 롯데그룹 계열사에 대한 경영감시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신 전 부회장은 롯데쇼핑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과 롯데호텔부산 등을 상대로 한 이사 해임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 롯데그룹을 상대로 한국에서 4건, 일본에서 3건 등 총 7건을 진행하고 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