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동부증권, 모그룹 회생 노력에 찬물?
기사입력| 2016-01-22 09:11:25
경영난으로 고전 중인 동부그룹의 계열사 동부증권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는 등 악재가 잇달아 터지면서 모그룹의 회생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지난 2013년 유동성 위기 이후 동부그룹은 계열사를 무더기 매각하면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진행해왔다. 최근 동부그룹이 최근 전자·금융 중심으로 그룹 재편을 추진하면서 핵심 계열사인 동부증권에 대한 관심 또한 적지 않다.
그러나 동부증권에 대한 주위의 시선은 곱지 않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동부증권에 기관주의, 임직원들에 대한 과태료 및 감봉 등의 제재를 내렸다. 게다가 최근 맥쿼리투신의 불법 채권파킹 사건이 터지면서 동부증권이 같은 사안으로 지난해 기관주의 및 과태료 제재를 받았던 것이 재조명되기도 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말 이례적으로 한국은행과 금감원이 동부증권에 대해 공동검사를 실시, 그룹과 동부증권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동부증권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5%)과 김 회장의 장남이자 그룹 후계자인 김남호 동부금융연구소 부장(6.38%), 동부화재(19.92%)등 특수관계인들이 지분 35%를 보유하고 있는 동부그룹의 주력 금융계열사로 증권업계에서는 중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금융당국 동부증권 제재 왜?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투자자 손실 보전 등으로 동부증권에 '기관주의', 주식투자를 숨긴 임직원들에 대한 '과태료 및 감봉-견책' 등의 제재를 내렸다. 금융위에 따르면 동부증권은 A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펀드에서 매도한 담보부사채의 가격이 매도 후 하락하던 상황에서 A운용사가 같은 채권을 매도한 가격으로 재매수 해 달라고 요구하자, 해당 채권 전액을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인 당초 매도가격으로 재매수해 약 3000만원의 손실을 보전해 줬다. 동부증권은 금융투자상품 거래와 관련해 손실 보전과 이익 보장을 금지한 관련법 위반으로 '기관주의' 제재를 받았다.
또한 금융위는 동부증권 임직원 2명의 금융투자상품 매매 제한 규정 위반도 적발해 과태료 및 감봉 처분을 내렸다. 타증권사에 개설된 계좌를 이용해 상장주식 등을 매매하고도 계좌개설 사실과 분기별 매매명세를 통지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밖에 동부증권이 금융투자상품을 불완전 판매한 정황도 드러났다. 동부증권 모 지점에서는 일반 투자자들에게 수억원 어치의 회사채를 판매하면서 투자 성향 파악 등 법률상 규정된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상환을 못 하면 국가에서 갚아주는 국가 보증 채권이다", "원금 깨질 일이 100% 없다"라는 식의 거짓 설명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위는 금융투자상품 판매시 투자자 보호 강화가 필요하다며 경영유의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 제재는 지난해 11월 이루어진 검사 이전에 조사한 사항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증권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해당 제재 공고에 대해 잘 모른다"며 "금감원과 한국은행에 문의해보면 될 일"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런 상황에서 이달 초 금융위원회가 맥쿼리투신의 무상감자 신청을 승인하면서, 동부증권이 다른 6개 증권사와 함께 불법 채권파킹을 도운 혐의로 제재 받은 사실이 재조명되고 있다. 동부증권은 금감원으로부터 지난해 2월 기관주의와 함께 과태료 5000만원을 부과 받았다. 검찰은 지난해 불법 채권파킹 거래를 한 맥쿼리투신 전 펀드매니저를 구속 기소하고, 동부증권 직원 등 6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1월 동부증권에 대해 공동검사를 실시한 바 있어 그 결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은과 금감원의 공동검사는 지난 2010년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 후 도입됐고, 매년 3~4개 정도의 증권사만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동부증권에 대한 검사는 주로 자금 유동성과 관련해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공동검사는 이례적인 편에 속해 예상치 못한 잡음이나 후폭풍이 몰아칠 수도 있는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구조조정 중이 모그룹에 부담 되나
동부그룹이 지난 8일 동부팜한농을 LG화학에 넘기면서 2년여간 이어진 구조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2013년 66개까지 늘어났던 동부그룹 계열사는 같은 해 10월 동양그룹 사태 이후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40개나 줄어들었다.
그러나 위기상황은 여전하다. 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동부제철의 매각 건이 표류 상태고 법정관리 중인 동부건설은 지난해 말 파인트리자산운용과의 매각협상이 결렬돼 올해 재매각을 추진할 예정이다.
동부는 금융계열사들과 동부대우전자 등 전자계열사를 중심으로 그룹을 재정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김준기 회장을 이어 동부그룹을 이끌 김남호 부장이 지난해 4월 동부금융연구소로 자리를 옮긴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하고 있다. 아울러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김준기 회장이 주력 금융계열사인 동부증권에 거는 기대 또한 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같은 시기에 동부증권이 금융당국의 제재을 받는 것은 그리 반가운 상황만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증권과 보험 등 복수의 금융업체를 운영하는 이른바 '복합금융그룹'에 대해서도 자본적정성 평가나 금융사·비금융사 간 내부거래 통제 등 종합적인 감독에 나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금융지주회사가 아닌 금융그룹은 계열사별로 감독을 받아왔고 그룹 전체로는 감독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올 상반기 중 추진안이 확정되면 감독당국은 '주무 감독부서'를 지정하고, 필요인력과 자원을 투입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CEO스코어에서 발표한 2011년부터 2015년 3분기까지 30대 그룹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현황을 살펴보면 동부그룹의 제재건수는 15건으로 한화그룹과 삼성그룹에 이어 세 번째다. 과징금 규모 또한 11억2800만원에 달해 GS그룹과 효성그룹에 이어 3위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금융당국의 동부증권에 대한 제재 건수는 전체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5건으로 집계됐다. 그룹 이미지에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는 비중이다.
한편 고원종 동부증권 사장은 지난 2010년 부임해 5차례나 연임에 성공하면서 비교적 오랫동안 증권사를 이끌고 있다. 그러나 모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몰렸던 지난 2014년, 실적 부진에도 재신임됐던 고 사장은 그해 보유 계열사 주식을 매각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일련의 사건들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고 사장의 재신임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