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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창수 GS 회장-박용만 두산 회장, '사람'으로 울거나 구설수

기사입력| 2016-01-19 09:14:16
국내 재계의 중요 인물을 거론할 때 빼놓을 없는 사람이 허창수 GS그룹 회장과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다. 국내 경제인과 기업을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허창수, 전경련)와 대한상공회의소(박용만, 대한상의)를 이끌고 있으며, 국내 10대 그룹에 속하는 GS와 두산의 수장이기 때문이다.

두 총수의 행보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비슷한 듯 다른 모습을 보인다. 박용만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정책 파트너로서 대한상의의 위상을 높이는가 하면 지난해 재계의 최대 이슈 중 하나였던 '면세점 사업권'까지 따내며 주가를 높였다. 이에 비해 허창수 회장은 약속(?)과 달리 고용과 투자부문에서 정부는 물론 재계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결과로 실망을 안겼고, 전경련의 위상도 다소 추락시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두 사람의 다른 듯 닮은 행보는 '사람'에 있다. 박용만 회장은 '사람이 미래'라는 이미지 캠페인을 통해 '신뢰'와 '뚝심'의 기업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얻었지만 계열사의 희망퇴직 물의로 공든 탑이 무너진 형국이다.

허창수 회장은 '고용 확대'와 '청년희망펀드 조성'에 역행하고도 국제유가 하락과 부동산 활성화 정책의 수혜를 받으며 '사람'을 통한 비상을 천명했다.

▶전경련·대한상의 위상 변화 '뚜렷'

박용만 회장의 취임 후 대한상의의 위상이 달라졌다. 지금까지 국내 경제5단체의 '맏형'은 전경련이었지만 박용만 회장 취임 후 그 역할이 대한상의로 넘어온 듯한 모습이다. 지난해 문재인 더블어민주당(옛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취임 후 경제단체 첫 방문지로 대한상의를 찾았다.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와의 경제계 간담회(2015년 1월26일)와 대통령 초청 경제계 신년 인사회(2015년 1월6일) 등도 대한상의가 도맡았다.

지난해 3월 재선임 당시 박용만 회장은 "사람이 많으면 길이 열린다는 말이 있다"며 주요 기업의 수장들을 부회장단에 영입하며 대한상의의 위상을 강화했다. 앞서 박용만 회장은 제21대 회장으로서 1년 반이라는 전임 회장의 잔여임기를 수행하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을 각각 부회장단에 합류 시켰다.

재선임 직후에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이만득 삼천리 회장,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 등 3명의 기업 오너를 비상근 부회장으로 끌어들이는 저력을 보여줬다.

반면, 지난 2011년 제33대 전경련 회장으로 취임한 후 지난해 제35대 회장까지 3연임 중인 허창수 회장의 경우 '너무 조용한' 것 아니냐는 평가다. 별다른 업적이 없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3선 선출 시에도 허창수 회장의 자질 문제가 거론된 바 있다. GS그룹의 이어지는 실적악화에 따라 전경련 수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냐는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아울러 그룹의 내부거래 비리와 정부의 경제부흥 정책에 적극 동참하지 않는 모습이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시대적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모두가 고사하던 시기에 전경련 수장 자리에 올라 큰 탈(?) 없이 이끌어 온 것 자체가 업적이라는 옹호론이 나오기도 했다.

▶박용만 회장, 신입사원 희망퇴직으로 이미지에 치명타?

그룹 총수로서의 모습에서는 역전된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국내 중공업분야가 전반적인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두 수장이 이끌고 있는 그룹의 모태역시 중공업분야라는 점에서 앞날이 그리 희망차지는 않다.

이런 가운데 두산은 지난해 박용만 회장의 셋째형인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의 막말논란과 함께 불거진 '중앙대 특혜' 시비로 몸살을 앓으며 힘겨운 한 해를 보냈다. 특히, 지난해말 두산인프라코어가 희망퇴직 대상에 신입사원들까지 포함해 국민적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사람이 미래다'라는 캠페인을 통해 쌓아온 신뢰와 인간적인 기업이라는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4년 만에 이뤄낸 두산베어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물론, 치열한 경쟁 끝에 따낸 면세점사업권까지 빛이 바랬다.

올 한 해 박용만 회장은 밖으로는 이미지를 개선하고, 안으로는 내실을 다져야 한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20년 동안 사업구조를 중공업 중심으로 개편해 왔는데, 최근 중공업분야가 침체기여서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사업과 두산DST,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지분 매각과 두산중공업 등에서 연이어 희망퇴직이 이뤄지고 있다.

생존과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그룹의 주력사업을 뒤집는 일이기에 우려의 시각도 많고 그에 따른 신용등급 및 주가하락은 어쩔 수 없는 과정이다.

두산이 새 성장동력으로 선택한 면세점 사업도 그리 순탄치 않다. 박용만 회장이 직접 나서서 동대문미래창조재단을 설립하고, 장남 박서원 오리컴 부사장을 두산 유통전략 담당 전무로 배치했지만 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는데다 해외 명품 브랜드 등 면세점다운 인기 브랜드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만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무엇이 진정으로 국가경제를 도약시킬 수 있는 정책인지 생산적 토론과 대승적 화합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국민들도 정부와 국회, 기업인들에게 경제회복에 매진할 수 있도록 따뜻한 격려와 지지를 부탁한다. 자신감과 희망을 가지고 있다면 올 한해 어떤 어려움도 극복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사다난 했던 지난해의 소회와 올해의 각오가 모두 담긴 신년사라는 분석이다.

▶허창수 회장, "청년 고용 확대" 구두선?

허창수 회장이 이끌고 있는 GS그룹은 지난해 주력계열사인 GS에너지와 GS리테일, GS건설 등이 호조를 보이며 유가하락 속에 '나 홀로 춤을' 춘 형국이다.

그룹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GS칼텍스가 저유가 속에서 높은 정제마진으로 2014년의 부진을 딛고 반등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GS리테일도 편의점시장의 성장에 따라 지난해 6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GS건설 역시 정부의 부동산 부흥정책에 힘입어 해외손실을 만회하며 2014년보다 흑자 규모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용만 회장이 '사람'을 키워드로 대한상의를 키웠듯 허창수 회장 역시 올해의 키워드로 '사람'을 내세웠다. 허창수 회장은 그룹 신년사에서 "수익성 확보와 더불어 10년, 20년을 내다보는 미래 먹거리 발굴과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에 힘써 달라"며 "1년 계획은 곡식을 심는 일만한 것이 없고, 10년 계획은 나무를 심는 일만한 것이 없지만, 평생 계획을 세울 때는 인재를 키우는 일보다 나은 것이 없다. 지속 성장을 고민하고 있는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미래를 이끌어 갈 '사람'을 육성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허창수 회장은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과 만나 기업인 대표로서 청년고용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허창수 회장의 발언에 재계에서는 "인재 양성 청년 고용 등의 발언만 할 뿐, 실질적으로 한 일은 없다"며 '구두선(口頭禪)'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삼성과 LG, SK, 롯데 등 대기업 총수들이 앞장서서 '청년희망펀드'에 사재를 출연하고 고용을 늘린 반면, 허창수 회장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

더욱이 GS그룹은 2014년이긴 하지만 오히려 채용 규모를 축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GS그룹은 2014년에 정규직 74명과 계약직 186명 등 260명의 인원을 감축했다. 지난해 10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장애인 고용실적이 저조한 민간기업 자료에도 GS그룹의 4개 계열사가 장애인 의무고용에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GS리테일은 2회 연속 미흡한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다 GS그룹은 몇 년 동안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바이오디젤 사업을 담당하는 GS바이오가 매출 대부분을 내부거래로 벌어들인 것으로 드러나 비난이 일기도 했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GS바이오가 GS칼텍스와의 내부거래로 벌어들인 돈은 2011년 418억원, 2012년 858억원, 2013년 66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각각 98.1%, 87.6%, 64.7%를 차지했다.

아울러 GS그룹은 2014년 기준 GS와 GS네오텍, 옥산유통, GS아이티엠 등 무려 18개 계열사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 대상 명단에 오른바 있다. 경제단체 수장으로서 청년고용을 주장하면서도 그룹은 고용을 줄이고 내부거래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모습에 '이중성 논란'까지 나오는 점은 뼈아프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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