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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학소주 '회장님 vs 운전기사' 갑질 진실 공방

기사입력| 2016-01-19 09:38:15
경남 마산(현재 통합 창원시)의 대표기업인 주류회사 무학에서 '회장님 갑질' 논란이 일었다. 아직 마산 향토기업 몽고식품의 김만식 전 명예회장의 '회장님 갑질' 논란이 사그라지지도 않은 상태인데, 데자뷔처럼 또 다른 마산 기업 무학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몽고식품과 마찬가지로 무학의 최재호 회장(56)도 자신의 수행운전기사를 상대로 상습적으로 폭언을 내뱉고, 업무 외의 일을 시켰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시작됐다. 최 회장의 수행운전기사였던 송모씨는 재직 당시 수차례 폭언을 듣고, 최 회장 집 쓰레기 분리수거 등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무학 측이 운전기사가 "돈을 요구하기 위한 것"이라며 먼저 검찰에 고발하면서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좋은데이'란 브랜드로 잘 알려진 무학은 2013년 방영된 케이블TV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미팅하던 학생들이 "마산의 돈은 몽고간장·무학소주·시민극장, 이 오빠야들이 다 쥐고 있는 기라"라고 말해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운전기사 "무학 회장님이 폭언했다" 폭로

무학 '회장님 갑질' 논란은 최재호 회장의 수행운전기사였던 송모씨가 지난 16일 "최 회장에게서 '야 인마', '야 새끼야' 등의 폭언을 수시로 듣고 서울 회장 자택의 쓰레기 분리수거까지 해야 했다"고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송씨는 지난 2014년 4월부터 7개월 동안 최 회장이 서울로 출장을 가면 서울에서 운전 업무를 맡았다. 송씨 주장에 따르면 최 회장의 운전기사 업무 외에 최 회장 부인과 딸 수행을 수시로 했다. 특히 서울에 있는 최 회장 자택에서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거나 회사 생수를 최 회장 자택으로 배달하고, 최 회장 가족 차량을 세차하는 일, 애견센터에서 애완견을 찾아오는 등의 업무와 관련 없는 일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7개월 근무 기간 동안 한 달 평균 3일 정도밖에 쉬지 못했고, 새벽에 퇴근하는 날도 상당수였지만 제대로 근무외 수당을 받지 못했다. 이 외에도 송씨는 최 회장으로부터 "운전하는 놈", "인생의 패배자" 등의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

결국 퇴사를 결정한 송씨는 무학 측에 주말도 없이 일했던 근무외 수당 지급을 요청했다. 그러나 무학 측은 수당을 지급하지 않다가, 송씨가 고용노동부에 임금체불로 제소하겠다고 하자 1118만여원의 수당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무학 측은 "운전기사인 송씨가 근무한 7개월 중 근태 기록이 9일 밖에 없다. 무학 서울사무소가 송씨 근태와 관련해 담당 부서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송씨는 근무기간 중 대부분을 최 회장 자택으로 출근했기에 정확한 근태 기록이 남지 않았다.

▶무학 "운전기사가 금품 요구했다" 고소

지난달 22일 몽고식품 김만식 명예회장의 운전기사가 욕설과 폭행을 당했다며 폭로하며 '회장님 갑질'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며칠째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를 할 정도로 사회적 파장이 컸다. 결국 지난달 28일 몽고식품 김만식 명예회장은 대국민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이고 명예회장직에서 내려왔다. 아직까지 몽고식품 회장님 갑질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그런데 무학 측은 몽고식품과 닮은 지금의 상황 때문에 운전기사 송씨의 폭로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바로 송씨가 몽고식품 김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한 지난달 28일에 무학 쪽에 연락을 취해 '회장님 갑질'에 대해 처음 언급을 했기 때문이다. 2014년 10월에 무학을 그만두고 나왔던 송씨가 1년 2개월 가량 연락이 없다가, 몽고식품 회장님 갑질 논란이 한창일 때 연락을 한 상황이었다.

무학 측은 "갑자기 송씨로부터 연락이 와서 '몽고식품 갑질을 아냐'라고 먼저 얘기를 꺼냈고, 대표이사에게도 전화를 했다. 비슷한 지역 기업인 몽고식품 사태가 발생하자 이를 활용해 금품을 얻어내려 한 것으로 추측한다. 이후에 법무팀 자문을 받아 송씨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무학은 지난 4일 서울중앙지검에 금품요구 및 공갈 협박으로 송씨를 고발했다.

이후 송씨가 최 회장의 '갑질' 내용을 폭로하자, 무학은 지난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송씨가 '경쟁사에서 회장의 갑질에 대해 제보하면 1000만원을 주겠다고 한다'거나 '몽고식품의 경우 폭행당한 기사와 합의금으로 1억5000만원을 지급했다'는 말을 하며 비슷한 수준의 금품을 요구하는 태도를 취했다"며 송씨와의 통화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송씨는 "먼저 돈 얘기를 꺼낸 적이 없고, 무학에서 회유를 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무학 회장님 갑질' 논란은 당장 양쪽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며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향후 검찰 조사가 시작되면 구체적인 진실이 밝혀질 전망이다.

한편, 재계에서는 몽고식품에 이어 무학까지 기업 회장을 상대로 운전기사들의 반란이 이어지자 앞으로 또 어떤 기업에서 비슷한 폭로가 나올지 모른다는 분위기다. 회장 운전기사 입단속에 나서고 있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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