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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로 본 경제계 화두] 혁신과 도전…핵심 경쟁력 확보하라!

기사입력| 2016-01-05 09:09:28
대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자(CEO)의 신년사는 경제계에 중요한 화두로 통한다. 이들이 신년사를 통해 제시하는 방향은 기업의 경영 방침은 물론 경제의 흐름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내수 부진, 저금리·저성장·저물가 3저 기조, 국제유가하락, 미국 금리인상, 중국경기 불안 등 다사다난했던 2015년을 보내고 2016년을 맞이하는 기업들의 수장은 긴 고민 끝에 신년사를 발표한다. 신년사에는 각 기업들의 임직원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인 듯하지만, 업계의 현재 상황과 향후 방향까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내용들이 있다. 그룹 총수들의 신년사를 통해 재계 상황을 살펴봤다.

▶내부부터 챙기는 롯데와 한화

롯데그룹은 매년 신격호 총괄회장이 해오던 신년사를 처음으로 신동빈 회장이 발표했다.

신동빈 회장은 "혁신을 통한 질적 성장으로 더 큰 미래를 준비하자"며 "시대의 변화에 맞지 않는 기존의 사고와 관습, 제도와 사업 전략은 모두 버려 달라. 익숙함은 과감히 포기하고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신 회장은 "경영 투명성 확보와 준법 경영은 롯데가 준수해야 하는 핵심 가치"라며 "건전한 경영 활동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고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해 달라"고 덧붙였다.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중이라 신 회장의 신년사는 의미는 어느 때보다 크게 와 닿는다. 신 총괄회장을 대신해 첫 신년사를 발표한 것도 그렇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으로 온갖 고초를 당한 롯데가 올해 나가야할 방향은 혁신과 경영 투명성 확보로 요약된다. 그동안 롯데는 신격호 총괄회장을 중심으로 불투명한 밀실 경영과 소유구조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은 소유와 경영권은 분리한다는 의지에 따라 지주사격인 호텔롯데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의 기업공개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국민들 앞에서 약속한 것처럼 올해 안에 주요 계열사들을 주식시장에 상장을 하겠다는 목표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계속해서 반대했던 기업공개를 경영 투명성 확보와 준법 경영으로 설정하고, 그룹을 변화시키겠다는 의지다. 이를 통해 롯데그룹 지배를 확실히 하겠다는 복안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역시 혁신을 통한 내실 다지기를 화두로 제시했다. 김 회장은 "혁신과 내실을 통한 성장기반 구축의 해로 삼고 일류경쟁력 강화에 에너지를 모으자"는 내용의 신년사를 전했다. 김 회장은 일류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1등 사업 경쟁력 강화', '시스템 경쟁력 강화', '소통 강화를 통한 신뢰경영 정착' 등을 실천 방안으로 제안했다.

지난해 한화는 삼성으로부터 방산·유화분야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 등 4개 계열사를 2조원대에 인수했다. 한화가 이번 빅딜로 방산·유화 부문에서 규모의 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올해엔 기존 계열사들과 시너지 창출이 반드시 필요하다. 2조원대 인수로 자금 유동성 여유도 없을 뿐만 아니라, 화학산업의 경영 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경쟁력 강화에서 중요한 게 바로 삼성맨에서 한화맨으로 바뀐 임직원들과 기존 한화맨들과의 융합이다. 이들의 협업이 원활해야 한화그룹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한화에 인수된 삼성 출신 임원 60여명 중 10여명은 지난해 한화그룹 정기인사에서 옷을 벗었다. 임직원들의 동요를 다잡을 필요가 있다. 김승연 회장은 소통을 키워드로 설정하고 그룹의 내실을 다지겠다는 의지다.

▶신세계·현대백화점, 젊은 오너들은 혁신과 도전

재계의 젊은 오너들은 '혁신'이 올해의 화두다.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부회장은 "2016년은 우리 모두에게 있어 진정한 혁신의 원년이 될 것"이라며 "신세계그룹은 '세상에 없던 어메이징한 콘텐츠'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몇 년째 내수 부진에 시달리며 성장이 멈춰버린 유통업의 해법으로 정 부회장은 '세상에 없던 어메이징한 콘텐츠'란 혁신을 선택했다. 지난해 정 부회장은 이마트 비밀연구소를 설립하고 발명위원회를 만드는 등 대대적인 혁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 결과 이마트타운과 '노브랜드' 등을 성공시키며 혁신을 통한 성과를 내고 있는 중이다.

정 부회장은 "신세계그룹의 임직원 모두는 소비자들의 생활에 더욱 밀착해서 대한민국 대표 할인점 이마트를 '이마트 타운'의 성공 사례처럼 더욱 '이마트답게' 만들겠다"며 "그룹사 전체가 고객과 더 많은 시간을 나누는 '국민 라이프쉐어(life share) 기업'이 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발명가, 혁신가의 관점에서 상품, 서비스를 개발할 것"이라며 "이런 실천이야말로 대한민국 대표 유통기업으로서 진정으로 소비자에게 기여하는 길이고 더 나아가서는 국민 모두에게 보답하는 소명임을 믿는다"고 덧붙였다.

1968년생으로 원숭이띠인 정 부회장은 "이제 펼쳐질 2016년은 건강, 부귀, 영화 등을 상징하는 해이자 적극적이고 진취적으로 일을 해낼 수 있는 해이다. 이런 귀한 해를 맞아 그동안의 노력이 성과로 이어지는 본격적인 결실의 새장을 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통업계의 라이벌인 현대백화점그룹의 정지선 회장은 "저성장 현실에서도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새로운 성장전략을 실천해 위기를 돌파하자"고 신년사를 통해 밝혔다.

정 회장은 "기업의 성장은 말이나 의지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성장을 추진할 동력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실행하는 기업가정신 함양에 있다"며 "기업의 위기는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의 실패보다 실패가 두려워 현실에 안주할 때 찾아온다"고 밝혔다. 이어 "성장을 위해선 경쟁자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차별화된 핵심역량을 강화해 나가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고객들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일련의 과정을 냉정하게 평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강점(핵심역량)은 최대한 활용하고, 약점은 보완해 나가야 한다"며 "기존 사업만으로는 성장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 어느 정도의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중장기 성장전략을 사업환경과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보완·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혁신이란 단어를 사용하진 않았지만, 도전정신과 새로운 가치 창출, 차별화 등 같은 맥락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실제로 정 회장은 지난해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과 현대백화점 판교점 등 공격적이면서도 차별화된 신규 출점으로 성공을 거뒀다. 올해엔 동대문 케레스타점, 송파 가든파이브점, 인천 송도점 등 3개 아울렛을 추가로 출점할 계획이다. 아울렛 시장 후발주자이지만, 신세계·롯데의 교외형이 아니라 도심형 아울렛이란 혁신 카드로 승부수를 던졌다.

▶삼성, 이건희 회장 와병 중이라 그룹차원 신년사 없어…CJ, 손경식 회장이 대신 해

삼성그룹은 총수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와병 중이라 그룹 차원의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았다. 대신 삼성전자가 권오현 부회장, 윤부근·신종균 사장 3인 공동 명의로 "2016년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내용으로 신년사를 내놨다.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그룹을 이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신년하례식과 신년사를 모두 생략하고 계열사 시무식에 참석, 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달 삼성그룹 사장단 워크숍에서 혁신, 도전, 신성장동력, 실용주의 등이 키워드로 등장했다. 이 부회장은 그룹의 사업재편과 구조조정, 신성장동력 확보 등의 내용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한화에 방산·유화 계열사 4개를, 롯데에 삼성SDI의 케미컬부문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등 화학계열사를 3조원대에 매각했다. 또한 지난해 6000여명의 임직원을 정리했고 삼성전자는 인력재배치를,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 등의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신년사보다는 사업재편을 통한 계열사 목표를 명확히 하는 게 나은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따로 전하지 못했다. 지난해 말 대법원에서 2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으며 큰 충격을 받은 이 회장은 건강 상의 문제로 현재 구속집행정지 상태다.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이 회장 대신 외삼촌인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신년사를 대신했다.

손 회장은 "창조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창조경제에 기여해 제2의 사업보국을 위해 노력할 때"라며 "CJ가 만들 수 있는 창조경제를 위해 다 함께 노력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손 회장은 '미래성장성'과 '수익성 중심'의 경영방침을 제시했다. 손 회장은 "각 사업부문의 핵심 역량 차별화를 통해 확고한 1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기존 사업에 대한 투자효율과 캐시 플로우(현금흐름) 제고해 달라"고 전했다. 특히 이재현 회장의 부재 장기화에 대한 우려와 함께 "임직원의 주도적인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은 4일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그룹 신년하례회에 참석했다. 지난해 말 최 회장은 '혼외자 고백'과 동시에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혼할 것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최 회장은 이를 고려한 듯 취재진을 피해 다른 통로를 통해 행사에 참석했다. 워낙 화제가 된 사안이라 SK그룹 신년사 자체보다 최 회장 개인사에 초점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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