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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상장 뒤 잇단 사고…샴페인 너무 일찍 터뜨렸나

기사입력| 2015-12-24 09:13:51
일찌감치 저비용항공사업에 뛰어들어 눈에 띄는 실적으로 고공비행을 하던 제주항공이 최근 코스피 상장 후 기대에 못 미치는 날갯짓으로 주춤하고 있다. 특히 제주항공은 지난달 공모가(3만원) 대비 주가가 70% 이상 치솟을 정도로 주목을 받으며 코스피 시장에 상장됐다.

그런데 최근 항공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비행기 고장 운항, 결함, 지연 등의 잇따른 악재가 터져 나오면서 고객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제주항공이 코스피 상장이란 샴페인을 터트리기 위해 항공사업의 내실을 다지기 보다는 외형 성장에 너무 치중한 것 아니냐는 시선들이 많아지고 있다.

▶기체 결함으로 공포의 비행 잇달아

23일 오전 6시 30분 김포공항 출발, 제주행 제주항공 비행기(7C 101)를 탄 탑승객 150여명은 공포의 비행을 경험했다. 제주항공 비행기가 이륙한 후 비행기의 기내 압력조절 장치가 고장난 사실을 알고, 저공비행을 하는 일이 발생했다.

제주항공 조종사는 일반적인 비행고도인 2만6000피트(약 7900m)에서 9000피트(2700m)로 급하게 낮춰서 운항을 했다. 그런데 탑승객들에게 비행 과정은 공포 그 자체였다. 비행기가 고도를 낮추면서 급격한 기압 변화로 탑승객들이 고막이 터질 듯한 통증을 느껴야만 했다. 고막이 약한 아이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구토 증상을 느낀 승객들도 상당수였다.

또한 고도가 낮아지면서 기내 산소마스크가 내려와 탑승객 전원이 산소마스크를 착용하고 혹시 모를 비상사태를 대비해야만 했다. 그런데 산소마스크 일부는 제대로 작동이 안 되기도 했다. 승객들에게 영화에서나 벌어질 일이 실제로 발생한 셈이다. 이렇게 30분 넘게 저공비행을 한 제주항공 비행기는 오전 7시 37분에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다행히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공포의 비행을 경험한 탑승객들은 제주항공에 강하게 항의를 했다.

제주항공 측은 "고통을 호소한 승객이 4명 정도 있어 병원으로 안내했으나 원하지 않았다"며 "특별한 피해가 접수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당장 사고원인이 밝혀질 때가지 오전 8시15분 제주발 김포행 비행기(7C 101)와 김포발 제주행 비행기(7C 111)를 모두 결항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앞서 지난 20일엔 괌에서 출발하는 부산행 제주항공 비행기가 내부 결함으로 15시간 지연 운항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날 오전 3시15분 괌 앤토니오 B.윈 펫 공항 출발 김해공항 도착의 제주항공 비행기(7C 3153)가 130여명을 탑승시켰으나, 기체 결함으로 제 시간에 출발하지 못했다. 제주항공 비행기는 기내 라디오 방송 시스템 등을 수리하는데 15시간이 걸렸고, 결국 그날 오후 5시 50분이 돼서야 출발할 수 있었다.

이 뿐만 아니다. 지난 5일엔 태국 방콕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오던 제주항공 비행기가 기체 결함으로 이륙한 지 2시간 만에 방콕으로 급하게 돌아간 적이 있다. 지난달 30일엔 일본 나리타행 제주항공 비행기 승객 200여명의 화물들이 모두 일본 오키나와행 비행기에 잘못 실리는 웃지 못 할 해프닝도 있었다. 잇따라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화려한 상장 뒤에 흔들리는 제주항공

제주항공은 지난달 6일 저비용항공사로서는 처음으로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상장을 계기로 대형항공사인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을 추격하는 제주항공은 핑크빛 전망을 받으며 주가는 수직 상승했다. 공모가 3만원의 제주항공 주식은 상장 첫날 주가가 5만1500원까지 오르며 단박에 샴페인을 터뜨렸다. 심지어 대형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었다.

제주항공은 올해 11월까지 제주기점 4개 국내선에서 지난해보다 24% 늘어난 384만9000여명을 수송했다. 제주기점 국내선 여객수송 점유율은 17.5%로 높아졌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480만6000여명과 424만7000여명을 각각 수송하며 지난해보다 1.2%, 2.4% 줄어 제주기점 국내선 여객수송 점유율은 21.8%와 19.3%를 낮아졌다. 자연스레 제주항공은 국내 항공사 빅3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런데 최근 크고 작은 사고들이 발생하면서 제주항공의 화려한 성장 뒤에 감춰져 있던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는 거 아니냐는 시선이 많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항공사 서비스 관련 소비자피해 접수 건수가 가장 많았던 항공사가 바로 제주항공이다. 제주항공은 승객 10만명당 피해건수 0.64건수로 국내 항공사 피해접수 건수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또한 올해 11월까지 인천국제공항에서 저비용항공사 중 지연이 가장 많았던 항공사 역시 제주항공이었다. 특히 제주항공은 '항공기 접속' 때문에 지연된 게 60%에 달할 정도로 항공기 접속 문제가 많았다. 항공기 접속 지연은 특정 항공기로 여러 편을 운항할 때 다른 공항에서 출발한 항공기가 제 시간에 도착하지 않을 경우, 다음 비행 일정에 투입할 항공기가 없어 발생한다. 항공사에 비행기가 충분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인 셈이다. 기타 지연 건수가 30%, 기상으로 인한 지연은 1%에 불과했다. 제주항공이 비행기가 충분하지 않음에도 노선만 늘려 성장에만 치중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이런 제주항공의 안전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주가 역시 계속 하향세다. 항공사들이 최근 저유가 상황으로 최고의 호재를 맞이했음에도 제주항공에 대해 증권사들이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조정했다. 제주항공은 23일 종가 4만500원으로 최고점 대비 21%이상이 떨어졌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 측은 "항상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항공기 운항을 하고 있다"며 "그러나 항공사업의 특성 상 기체 결함 등의 문제가 전혀 발생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최근 제주항공만 사고가 많은 것은 아니다. 항공기 지연은 취항 지역에 태풍 등의 기상 문제가 많았다"고 해명했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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