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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죤, 잇단 법정 분쟁…경영권 다툼 때문?

기사입력| 2015-12-22 15:40:41
중견생활용품 전문기업 피죤의 이윤재 회장(81) 일가가 '법적 다툼'을 이어가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 회장의 두 자녀간 손해배상 소송에 이어 부자(父子)간에도 횡령과 지분 소유를 놓고 법정에서 '일진일퇴'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부자간 경영권 갈등이 법정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이 현재 피죤 대표이사인 딸 주연씨(51)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모양새가 되자 미국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던 아들 정준씨(48)가 위기감을 느끼고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는 것이다.

1979년 설립된 피죤은 30여년간 줄곧 세제업계 1위를 차지했지만, 이 회장의 '막장 경영'이 알려진 이후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 경영실적이 급속히 악화됐다. 매출액이 2008년의 1755억원에서 지난해 700억원대로 60% 가까이 급감, 시장점유율이 20%대 초반까지 떨어져 업계 2위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부자간 법적 공방 '울고 웃고'

이윤재 피죤 회장은 아들 명의의 계열사 지분이 자신의 것이라며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6부는 이 회장이 아들 정준씨를 상대로 낸 피죤의 계열사인 선일로지스틱의 주식소유권 확인 소송에서 1심 각하 판결을 파기하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비상장 계열사 선일로지스틱의 2만주 중 정준씨의 7875주(39.375%)는 온전히 정준씨의 소유가 된다. 앞서 이 회장은 "아들의 주식은 사실 내 주식을 명의신탁한 것"이라면서 정준씨 이름을 주주 명부에서 삭제하고 이를 인정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원고가 아무 권한 없이 선일로지스틱 주주 명부에서 아들의 이름을 지운 사실이 인정된다"며 정준씨가 회사의 실질적인 주주라고 판단했다. 선일로지스틱은 발행주식 총 2만주 중 이 회장이 1.2%, 아들 정준씨가 39.375%, 딸 주연씨가 26.875%, 주연씨 아들이 30.05%를 보유한 가족 회사로, 한때 피죤의 차량운송용역 등을 사업으로 해왔지만 현재는 별다른 영업활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1년 말 기준 피죤의 지분 20.97%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장은 피죤 역시 자신의 주식을 정준씨 이름으로 해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 회장은 정준씨가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한 달전 승소한 바 있다. 양자간 공방전에서 1승1패인 셈이다. 지난 11월 23일 서울고법 민사16부는 피죤의 주주인 정준씨가 "횡령·배임으로 회사에 끼친 손해를 배상하라"며 아버지 이 회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이 회장이 회사에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금을 이미 모두 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은 횡령 또는 배임 행위로 피죤에 113억7600만원 상당의 손해를 끼쳤다"며 "변제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회장은 회사에 손해배상을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회장은 형사재판이 계속 중이던 2013년 9월과 10월 113억7600여만원을 회사에 지급했다"면서 "이 회장이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 채무를 지급한 것으로 피죤이 이를 수령하면서 채무 변제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죤과 이 회장이 당시 작성한 합의서에는 '피죤이 이 회장으로부터 손해배상금 전액을 받아 피해가 모두 회복됐다'는 취지가 쓰여 있다"며 "합의서 내용과 지급 경위 등에 비춰 묵시적으로 합의금을 손해배상 채무로 충당하기로 합의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준씨는 지난 2013년 9월 회삿돈 113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돼 재판 중이던 아버지 이 회장에 대해 이사로서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했다.

▶남매간 소송전까지 비화…경영권 다툼?

2013년에 불거진 이 회장의 횡령 사건은 남매간 소송전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지난해말 정준씨는 피죤 대표인 누나 주연씨를 상대로 "아버지 이윤재 회장의 배임·횡령의 책임 중 일부는 그 기간 회사를 경영한 누나에게 있다"며 "회사에 끼친 손해를 배상하라"며 6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지난 9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는 "이주연 대표는 회사에 4억2582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주연 대표가 별개 법인인 중국 법인 직원들을 마치 피죤에서 일하는 것처럼 직원명부에 올린 뒤 인건비를 지급해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입힌 것이 인정된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아버지 이윤재 회장이 구속된 이후 대표이사 지위에 오른 주연씨가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인건비 대납을 계속 승인했을 수 있다"며 "스스로 이익을 취한 것은 없는 점을 고려해 책임은 70%로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2011년 회사 직원을 청부 폭행해 10개월을 복역했다. 이후 딸 주연씨가 대표이사로 회사 경영을 맡아왔다.

한편 최근 일련의 움직임을 두고 재계에서는 '부녀(父女) 승계'가 이뤄질 것으로 보였던 상황에서 아들 정준씨가 경영권 경쟁에 뛰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정준씨는 회사내 뿐만 아니라 언론에서도 주목을 받지 못했다. 미국에서 머물며 현지 대학교수로 재직했다는 것만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버지의 빈자리를 누나인 주연씨가 메우게 되자 최대주주인 아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소송을 빌미로 경영권 경쟁에 뛰어든 것 아니겠냐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대해 피죤측은 "말도 안된다"는 반응이다. 피죤 관계자는 "이주연 대표가 40%대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특수관계 지분까지 합치면 50%가 넘어 경영권에 아무 문제가 없다"면서 "이정준씨가 경영권 다툼에 가세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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