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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회장 성년후견인 심판으로 롯데 분쟁 새국면

기사입력| 2015-12-21 16:35:26
롯데 가(家)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핵심 사안인 신격호 총괄회장(94)에 대한 정신 건강 상태를 법원이 판단하게 됐기 때문이다.

신 총괄회장의 넷째 여동생 신정숙(78) 씨가 지난 18일 서울가정법원에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심판을 청구했다. 장남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대표와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한번도 언급되지 않던 신정숙 씨가 갑자기 오빠의 성년후견인 지정을 신청한 것이다.

성년후견심판은 질병·장애·노령 등의 사유로 정상적인 판단이 어려운 사람에 대해 법원이 '피성년후견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 제도다. 만약 법원에서 신 총괄회장을 피성년후견인으로 지정할 경우 신 총괄회장의 재산 관리 등의 권리는 법원이 지정한 성년후견인이 결정하게 된다.

신정숙 씨는 법원에 신 총괄회장의 후견인 대상으로 부인인 시게미쓰 하츠코(重光初子) 여사와 장녀 신영자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 장남 신동주 대표, 차남 신동빈 회장, 차녀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등을 지목했다. 신 총괄회장의 가장 가까운 가족인만큼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물들이다. 결국 법원의 판단에 따라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 종지부가 찍힐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우선은 신 총괄회장의 정신 건강 상태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 만약 법원에서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을 하면, 장남인 신동주 대표는 거의 절망적인 상황이 된다. 그동안 신 대표는 아버지의 건강은 좋은 편이라고 줄기차게 주장했다. 또한 온전한 정신 상태에 작성한 아버지 위임장을 공개하며 신동빈 회장을 계속해서 압박했다. 그런데 법원에서 신 총괄회장의 정신 건강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결론을 내리면, 그동안 내세웠던 신 대표의 주장은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특히 동생에게 지분 싸움에서 져, 실질적으로 밀려나 있는 신동주 대표는 그나마 유지하고 있던 아버지라는 큰 명분마저 잃어버리는 셈이다. 다만, 이 때 법원에서 신동주 대표를 신 총괄회장의 후견인으로 지정하면 다시 한번 반전의 카드를 꺼내들 순 있다. 그렇지만, 큰 힘을 발휘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반면, 법원이 신 총괄회장의 정신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 신 대표는 향후 진행될 법정 싸움에서 큰 힘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일본에서 진행중인 신 총괄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 해임 관련 소송에서 한국 법원의 판단은 주요 증거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바탕으로 만약 신 총괄회장이 롯데홀딩스 회장으로 복귀한다면, 대 반전이 일어나는 셈이다. 한·일 롯데그룹 경영권을 장악한 신동빈 회장에겐 최악의 시나리오다.

재계 관계자들은 신정숙 씨가 갑자기 등장해 성년후견심판을 청구한 게 국민적 망신을 사면서도 지루하게 진행되고 있는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경영권 분쟁을 빨리 마무리 짓기 위해 나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측은 "전혀 알지 못했던 사항이다. 친족이신 동생 분이 갑자기 나선 상태라 그룹 차원에서 딱히 말씀드릴 것도, 대응할 것도 없다"라고 밝혔다.

SDJ 코퍼레이션 측은 "신 총괄회장의 건강 상태는 성년후견심판에는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 법원에서 잘 판단하실 거라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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