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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못차리는 롯데? 빅마켓서 40만원대 일제 초등생 가방 판매

기사입력| 2015-12-04 09:22:22
롯데마트의 회원제 창고형 할인매장인 빅마켓이 판매하고 있는 란도셀의 일본 현지 판매 사이트.
롯데마트의 회원제 할인매장인 빅마켓이 일본의 초고가 초등학생 가방의 판매를 강행, 논란에 휩싸였다.

초등학생 가방이 40만원에 육박한다는 점도 그렇지만, 하필 이 시기에 일본의 대표 '등골 브레이커'를 굳이 병행수입하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최근 롯데가(家)의 신동주-신동빈 형제가 한·일 롯데 경영권을 놓고 이전투구를 벌이는 과정에서 롯데그룹이 사실상 일본기업이라는 지적을 받은바 있다. 이 때문에 반(反)롯데 정서로 롯데 제품 불매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빅마켓은 지난 1일부터 일본 제품인 초등학생 전용 가방 '란도셀'을 39만9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란도셀은 독특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일본의 '명품' 초등학생용 가방이다. 란도셀은 백팩을 뜻하는 네덜란드어의 '란셀(ransel)'에서 이름을 따왔으며, 에도 시대말기인 1847년 왕족과 귀족자녀들의 교육기관으로 세워진 가쿠슈인에서 초등학생들에게 백팩 형태의 가방을 메도록 한 것이 기원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워낙 고가의 제품이라 부모의 등골을 휘게 하는 이른바 '등골 브레이커'로 한국에서도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한국시장에서 판매되는 모델 중 최고가는 70만원대에 달한다.

롯데마트 측은 "고객 수요가 있어 특가 상품으로 선보였을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비난 여론은 거세다.

수십만원대의 초등학생 가방을 대형마트에서 버젓이 판매함에 따라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더욱이 롯데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 이후 '롯데는 일본 기업'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생겨난 이 시기에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는 일본의 대표 초고가 제품의 판매전을 강행했어야하냐는 지적이다. 장기적으로 매출을 발생시키는 카테고리 킬러에 대한 고민 없이, 명품을 병행수입해 '반짝 매출'을 유발시키려는 기획 또한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거센 비난과 논란으로 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도 미지근하다. 지난 2일까지 팔린 가방은 10개에 불과하다. 이번에 수입한 물량(100개)을 소진시킬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을 정도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가격 논란까지 생길 전망이다. 제품판매에 앞서 빅마켓은 사진 행사 등의 홍보행사에서 '30% 저렴한'이라는 표현을 동원, 파격적인 할인 행사라는 점을 적극 강조했다.

그러나 알고 보니, 일본 무라세가방코에서 제작한 이 제품은 일본에서 연말 프로모션 기간에 3만3000엔(약 31만1400원)에 구입할 수 있었던 제품이었다. 비록 연말 한정 행사 가격이라고는 하지만, 현재 빅마켓 판매가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다.

서울 양천구의 주부 이모씨(44)는 "가뜩이나 연말연시에 돈 나갈 일도 많은데, 초등학생 선물에도 이젠 수십만원을 써야하느냐. 위화감을 조성하는 행사를 강행했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더욱이 엄청나게 할인을 해주는 파격 행사인 줄 알았더니 일본 프로모션 가격을 듣고 실망했다. 한국 소비자를 호구로 아는 것이냐"고 분노했다.

이와 관련 롯데마트 측은 "담당 MD가 일본 측과 논의를 시작한 게 지난 5월이다. 당시엔 지금과 (여론) 상황이 달랐다"며 "통관절차까지 마무리하는데 세달 가까이 걸렸고 11월 말에 가방이 한국에 왔다. 연말 선물 시즌을 놓칠 수 없어 이번 행사를 예정대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또 논란이 되는 제품 가격과 관련해서 "이 제품의 일본 정상 판매가는 5만4000엔이다. 그러나 최근 일본에서 연말 특별 할인 행사를 진행하면서 단기간, 한시적으로 3만3000엔대에 팔린 것"이라며 "이번 란도셀 판매전은 회원들에게 보다 나은 혜택을 제공하고 더 높은 가치를 선사하기 위한 기획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한편 빅마켓은 롯데마트가 지난 2012년 6월 28일 서울시 금천구에 1호점을 오픈하면서 시작됐다. 경기도 일산 킨텍스점을 비롯해 전국에 총 5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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