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가 최근 과도한 브랜드 수수료와 내부거래 급증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이로 인해 조양래 한국타이어그룹 회장 및 총수 일가 챙기기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한국타이어 홈페이지.
최근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한국타이어가 설상가상으로 대형 악재를 연이어 맞닥뜨리고 있다.
우선 재벌그룹의 과도한 브랜드 수수료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실태조사에 착수하면서 한국타이어가 주된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통상 브랜드 수수료는 브랜드를 사용하는 곳이 소유권을 가진 기업에게 지불하는 대가로, 재벌 계열사들은 매년 그룹 명칭을 사용하고 지주회사나 대표회사에 수수료를 지불한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지주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에 브랜드 수수료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오너 일가 챙기기란 분석을 내놓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게다가 한국타이어는 올해 상반기 계열사간 내부거래 비중이 급증한데다, 최근 이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한편 한국타이어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2417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4% 감소하는 등 실적이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브랜드 수수료는 오너 일가 챙기기?
현재 국내기업들의 브랜드 수수료는 상표권을 가지고 있는 지주사가 같은 상표를 쓰는 계열사에 부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 그동안 부당 지원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브랜드 수수료의 산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뿐더러 지주사의 지분 가운데 오너 일가의 비중이 높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통 브랜드 수수료를 책정할 때 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회사의 영업이익률이 저조한 경우에도 총수 일가는 별다른 영향 없이 혜택을 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국타이어의 브랜드 수수료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 9월 열린 국정감사에서다.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식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대기업들이 적게는 매년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까지 수수료를 챙겼다고 지적했다. 이후 공정위는 41개 재벌그룹의 브랜드 수수료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실태조사에서 문제가 나타날 경우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특히 한국타이어그룹의 경우 지주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자회사 한국타이어로부터 지난해 매출의 0.75%(약 500억원)를 브랜드 수수료로 받았다. 이는 다른 재벌그룹의 수수료율 0.2~0.4%를 웃도는 수치다. 가령 SK·LG·한화그룹 등은 브랜드 수수료로 매출의 0.2%를 떼어갔다. 한국타이어는 이처럼 다른 재벌그룹보다 과도한 수수료를 받고 있어 공정위의 조사 착수이후 바짝 긴장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2012년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한국타이어'로 나뉘었다. 한국타이어가 인적 분할 뒤 지주사 전환을 통해 기업 승계 작업에 나설 것으로 관측됐다. 조양래 한국타이어그룹 회장(78)의 장남인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46)이 지주사를 맡고, 차남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44)은 사업회사를 맡는 구도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오너 일가 지분율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2012년 분할 당시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에 대한 조양래 회장 및 오너 일가의 지분율은 35% 수준이었다. 이듬해인 2013년 7월 지주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오너 일가에게 신주를 넘기면서 이들의 지분율은 75%로 2배 이상 급증했다. 결국 이들 오너 일가가 브랜드 수수료로 가져가는 금액도 2배 이상 늘어나게 됐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주요 주주는 조양래 회장 23.59%, 조현식 사장 19.32%, 조현범 사장 19.31% 등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국타이어 오너 일가가 자산 증식을 위해 지분율을 늘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브랜드 수수료 수입을 연도별로 보면 2012년 9~12월 133억7600만원, 2013년 432억7800만원, 2014년 488억8700만원이다. 한국타이어의 매출액(연결기준)은 2013년 7조692억원에서 2014년 6조6800억원으로 3892억원 감소했다. 순이익 또한 7350억원에서 6993억원으로 357억원 줄었다.
이에 대해 한국타이어는 2013년에는 브랜드 수수료율이 국내 0.4%, 해외 1.0%로 산정됐는데 지난해 국내와 해외 모두 0.75%로 바뀌면서 수익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최근 공정위의 조사는 단순 자료 제출"이라며 "브랜드 수수료와 관련한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계열사 2곳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한국타이어의 수상한 내부거래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중 일부는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타이어와 6개 특수관계 계열사 간 내부거래는 총 1034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8.6%(230억원)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타이어와 내부거래가 가장 많은 계열사는 엠프론티어로 531억원이었다. 이는 작년 상반기보다 무려 109.8%(278억원) 늘어난 규모다. 이어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340억원, 아트라스비엑스 162억원, 신양관광개발 1억원 순이었다. 이 가운데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가능성이 높은 계열사는 엠프론티어와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등 2곳이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총수 일가 지분이 30% 이상(비상장사 20% 이상)인 계열사 중 내부거래 규모가 200억원 이상이거나 매출 비중이 12% 이상인 곳이다. 비상장사인 엠프론티어는 지난 6월 기준 조양래 회장의 세 자녀인 조현식 사장(24.0%)과 조현범 사장(24.0%), 조희경씨(12.0%)가 총 6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40%는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가 갖고 있다.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총수 일가 지분은 73.92%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서비스업체인 엠프론티어의 경우 올해 한국타이어에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내부거래가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한국타이어가 현재 건설 중인 미국 테네시 공장의 시스템 구축 사업을 엠프론티어가 맡으면서 거래액이 증가했다"면서 "회사 시스템 구축은 보안이 필요해 계열사가 맡았다"고 밝혔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