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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상품권 시장에서 외면 왜?
기사입력| 2015-10-15 09:14:23
신세계 상품권이 시장에서 외면을 받고 있다. 지난 9월 새로 출시한 상품권이 위조돼 시중에 유통되다가 적발됐기 때문이다. 위조 상품권은 동전 등으로 긁어내는 방식인 '스크래치(scratch)형'이다.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이 상품권은 스크래치 부분이 교묘하게 덮여진 채 판매됐다.
이 때문에 위조 여부를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워 일부 유통업체들은 신세계 상품권을 받지 않는 곳도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명동의 상품권 거래소 직원은 "일일이 위조품인지 확인해야 하는 게 쉽지 않아 요즘은 신세계 상품권을 받지도 팔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업체에선 신세계 상품권을 받으면 뒷면의 스크래치가 벗겨져 있는지 확인할 것을 직원에게 주지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발견된 위조상품권 빙산의 일각일 수도"
14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9월 19일 경기도 용인 지역에서 수천만원 상당의 위조상품권이 발견돼 경찰에 신고가 들어왔다. 용의자는 2900만원어치의 상품권을 구입해 사용한 뒤 뒷면 스크래치 부분을 덧칠하는 수법으로 위조, 영세 구둣방이나 상품권 할인 판매소 등을 통해 시중에 유통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시장에 유통된 위조상품권은 2900만원 가운데 1100만원 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 측은 "1100만원어치의 가짜상품권 유통 사실을 인지한 지난 9월 21일 관할 경찰서에 바로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위조 중이거나 유통 중인 가짜상품권 규모는 더욱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신세계는 스크래치형 상품권을 오프라인 매장뿐 아니라 신세계 온라인 쇼핑몰인 SSG닷컴 등에서도 사용이 가능한 점을 내세우며 야심차게 선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상품권의 특성상 상품권의 누가 얼마나 발행했는지, 어디로 유통 됐는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위조된 신세계 상품권은 정식사용처보다 구둣방이나 쌀집 등 비공식적인 상품권 매입 업체를 통해 주로 유통됐다. 업계에서 정확한 규모 파악이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발견된 위조 상품권은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며 "처음 900만원이라던 금액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상품권 시장 규제 법률 제정 시급"
시민단체들은 신세계 상품권의 위조 문제가 발생한 만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상품권 시장 규제 법률 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상품권 시장에서 불법이 난무하고 있다는 것.
국내 상품권 시장이 처음부터 자율로 형성된 건 아니다. 1961년에 상품권법을 제정, 상품권의 유통과 발행을 규제했다. 1971년에 상품권 발행·유통 금지 등의 부침(浮沈)을 겪었지만 1995년 민간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상품권법이 다시 부활됐다. 하지만 이 법은 4년 뒤인 1999년에 다시 폐지됐다. 상품권 발행·유통을 규제하는 법을 없앰으로써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자는 게 폐지의 취지였다. 상품권 시장이 불법 창구로 전락한 것도 이 무렵이다.
상품권 시장의 규모는 2011년 4조7818억원에서 지난해 6조8888억원으로 14.4% 증가했다. 최근엔 '모바일 상품권'까지 등장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상품권 시장 규모는 연간 10조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규제가 없는 탓에 부작용이 심해지고 있다. 규칙 없는 시장엔 편법과 불법이 난무하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게 신용카드로 상품권을 구매한 후 일정 수수료를 떼고 되팔아 현금을 확보하는 형태의 '상품권깡'이다.
각종 뇌물 사건에 상품권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이유다. 상품권을 할인해 현금화할 경우 자금 출처를 추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백화점은 상품권을 판매할 때 사 가는 사람의 신원을 확인하지 않는다. 거래 내역을 정부에 보고할 의무도 없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연간 10조원의 상품권 시장이 무법지대에 있다는 것은 문제"라며 "신세계 상품권의 위조 사건은 상품권 발행 가이드라인만 있었어도 발생하지 않았을 일인 만큼 상품권이 시장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규제 법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