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롯데면세점 비전 선포식에 직접 나섰다. 사진제공=롯데그룹
재점화된 롯데가(家) 경영권 분쟁에 대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입을 열었다.
신 회장은 12일 인천 운서동 롯데면세점 통합물류센터에서 열린 '롯데면세점 상생 2020' 비전 선포식 기자 간담회에서 "지난주 있었던 일과 관련해,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여러분께 약속드린 경영투명성 제고와 기업구조 개선을 통해 롯데를 국민 여러분께 사랑받는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최근 불거진 일들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라고 밝혔다. 이어 "흔들리지 않고 정상적인 경영 활동에 집중하겠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 8일 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권과 관련해 한국, 일본에서 동시에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지난주 조선일보 계열사인 조선비즈는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건강한 모습과 함께 경영권을 빼앗은 차남 신동빈 회장에 대한 신 총괄회장의 강한 분노를 보도하기도 했다.
지난 8월 일본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완승을 거둔 신 회장과 롯데그룹은 신동주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됐다고 국정감사 등에서 여러 번 확인해주었지만 신 전 부회장의 반격으로 다시금 곤혹스러운 입장이 됐다.
이런 상황을 인식한 듯 이날 신 회장은 경영권 분쟁과 관련된 공식 입장을 먼저 발표했다. 신 회장의 등장은 아버지와 형의 인터뷰와 법정소송 등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2라운드 논란이 커지고, 관련 의혹과 궁금증이 퍼지는 것을 일찌감치 차단하기 위한 발 빠른 행보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번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에 나선 던진 두산, 신세계, SK 등 대기업들 중 오너가 직접 기자 간담회에 나선 경우는 아직까지 없었다.
이날 신 회장은 롯데면세점 비전 선포 발표도 했다. 신 회장은 "롯데면세점은 세계 3위 면세사업자로 35년 간 쉬지 않고 달려온 결과다. 이제는 2020년까지 세계 1위 면세 사업자로 서비스업계의 삼성전자가 되겠다"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상생 2020'을 통해 2020년까지 1500억원을 마련해 중소·중견기업과의 상생, 취약 계층 자립 지원, 균형 있는 관광 인프라 개발, 일자리 확대에 나서겠다"고 4가지 핵심 추진 과제를 발표했다.
한편, 롯데면세점은 오는 12월 서울 시내 면세점 소공점, 월드타워점 두 곳의 운영 특허가 만료된다. 롯데는 두 곳 모두 면세점 특허를 지키겠다는 의지다. 실제로 롯데면세점 두 곳의 연매출은 2조6000억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크고 절대적이다. 특히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사 격인 호텔롯데 이익의 80% 이상이 롯데면세점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전사적인 차원에서 면세점 수성(守城)에 나서고 있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