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불황마저 비켜 가는 특별한 쇼핑몰은 어디?
기사입력| 2015-10-06 09:22:15
요즘 유통가에 핫 플레이스 두 곳이 있다. 몇 년째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아 힘들다는 곡소리가 끊이지 않는 유통가인데, 이 두 곳만은 몰려드는 사람들 소리로 매일매일 시끌벅적하다. 바로 경기도 일산의 이마트타운과 경기도 분당의 현대백화점 판교점이다. 성장이 멈춰버린 대형마트, 그리고 중국인 관광객들 덕분에 체면을 차리고 있는 백화점이 요즘 유통가 상황이다.
그런데 올해 오픈한 일산 이마트타운과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주변의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멀리서도 찾는 원정 소비자들로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 특히 두 곳은 모두 오너 경영자가 직접 챙기며 사활을 걸었던 곳이라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일산 이마트타운은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꼼꼼히 챙기며 새로운 이마트를 선보이겠다는 경영 의지가 반영된 곳이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은둔의 경영자'로 통하던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본격적으로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선보이며 그 결과를 재계에 보여주는 곳이다.
▶압도적인 규모로 인근 상권 장악
일산 이마트타운은 지난 6월 킨텍스 인근에 오픈했다. 기존의 대형마트 이마트와 창고형 할인점 이마트트레이더스에 가전 전문매장 일렉트로마트, 가구·생활용품점 더라이프, 식품 전문매장 피코크키친, 반려동물 전문매장 몰리스펫숍 등을 한 곳에 모았다. 말 그대로 이마트타운을 만들었다. 각각 하나의 매장으로 오픈해도 될 정도인데, 이런 매장들을 하나로 모았으니 그 규모는 기존 이마트와는 비교가 안 된다. 이마트타운은 일반 매장보다 5배 가까이 넓어, 연면적 10만㎡(약 3만평)에 매장 면적은 2만9750㎡(9000평)이라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구성이나 규모를 살펴보면 대형복합쇼핑몰 못지않다.
당초 이마트타운은 인근에 창고형 할인매장 롯데 빅마켓과 코스트코가 있고, 홈플러스, 현대백화점 등이 있어 고전이 예상됐던 곳이다. 매장 위치도 도보로 이용하기 어려워 다른 곳보다 불리한 조건이었다. 그런데 주변 경쟁 상대들을 규모면에서 일단 압도하면서 볼거리, 먹을거리가 많은 곳으로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다. 일산에서도 변방이었던 킨텍스 인근 지역을 이마트타운이 일산 상권의 핵심으로 바꿔 놨다.
지난 8월 개장한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규모면에서 더 거창하다. 지하 6층~지상 10층 규모인 현대 판교점은 연면적이 무려 23만5338㎡(약 7만1189평)에 영업 면적은 9만2578㎡(약 2만8000평)으로 서울·수도권 최대 규모다. 또한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지하 1층 식품관은 축구장 2배 크기인 1만3860㎡(약 4192평)로 국내 백화점 식품관 중 가장 넓다. 뿐만 아니라 문화센터 역시 서울·수도권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인근의 경쟁 상대인 AK 분당점(3만6478㎡)과 롯데백화점 분당점(3만㎡)과 비교해도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각각 2.4배, 3배가량 크다. 크기로만 따지면 모든 면에서 주변 백화점들을 압도하며 첫 발을 뗀 셈이다.
규모가 크니 당연히 그 안에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가득하다. 특히 현대백화점 판교점 식품관은 고급 식품브랜드를 비롯해 디저트·델리 브랜드들로 고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또한 문화센터를 비롯해 어린이책미술관, 클라이밍월, 베이커리 강좌 등 다양한 문화시설들로 단순한 쇼핑을 넘어 즐길거리까지 제공하고 있다.
규모로 그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를 잡은 일산 이마트타운과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주변 상권을 넘어 원정 고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실제로 일산 이마트타운은 10㎞ 이상의 원거리에서 방문하는 고객이 전 고객의 46%를 차지할 정도로 상당히 많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역시 판교 지역뿐만 아니라 분당, 수원 광교, 용인, 수지, 안양 평촌 등 수도권 남부지역 소비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심지어 서울 강남에서 원정 쇼핑을 가는 소비자들도 상당수다.
이런 인기는 실제 매출로 나타나고 있다. 이마트타운은 9월까지 누적매출이 900억원, 누적 객수 152만명(계산대 고객 기준)을 돌파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오픈 이후 일평균 구매고객수가 약 4만5000명에 매출은 목표대비 20%이상 초과한 상태다.
▶차별화된 식품관으로 개장 초기부터 바람몰이
일산 이마트타운과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단순히 덩치만 큰 것은 아니다. 두 곳 모두 섬세함이 필요한 차별화된 식품관으로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성공의 발판을 만들었다.
이마트타운은 특이하게 1층에 구매와 식사가 동시에 가능한 식품관 피코크키친을 내세우며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이마트의 고급 식품 브랜드 '피코크'를 직접 맛볼 수 있게 만든 피코크키친은 다양한 국가에서 직접 초빙한 현지 요리사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식품관을 안착시켰다. 대형마트 내의 뻔하고 획일적인 푸드코트가 아니라 제대로 된 각국의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여기에 홍대의 맛집인 '삼대초마'를 입점 시켜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중식당인 삼대초마는 평일, 주말 상관없이 항상 줄을 서야만 음식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이마트타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식당이다. 삼대초마에서 짬뽕을 먹기 위해 이마트타운을 찾는 소비자들이 상당수일 정도로 식품관의 핵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 외에도 한식뷔페 '올반'과 '구슬함박', '식당돈', 아이스크림브랜드 '오슬로' 등이 입점돼 있다. 이마트타운의 식품관인 F&B 매장은 이미 당초 매출 목표의 145%를 달성한 상태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국내 최대 규모의 식품관이지만, 중앙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음식을 먹기는 쉽지 않을 정도로 사람이 많다. 특히 전국의 유명한 맛집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맛집들을 유치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인기 매장은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로 유명해진 '매그놀리아베이커리'다. 컵케이크로 유명한 매그놀리아베이커리는 일본 도쿄에 이어 아시아 2호점이자 국내 1호점으로 항상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이다. 컵케이크를 구매하기 위해 1시간 기다리는 건 이곳에서는 당연한 일일 정도다. 한 달 매출만 6억원으로 국내 베이커리 매장 중에서 최대 매출을 올리는 곳이다.
또한 뉴욕 브런치 문화를 창조한 사라 베스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사라베스' 1호점도 판교점에 자리를 잡았다. 칠순을 넘긴 사라 베스는 직접 한국을 찾아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현대백화점이 수년 간 공을 들여 국내 최초로 입점 시킨 이탈리아 프리미엄 식자재 브랜드 '이탈리(EATALY)'도 국내 최초로 선을 보였다. 이탈리는 식자재 마켓과 레스토랑이 결합된 형태로 직접 음식을 즐기면서 제품도 구매할 수 있다. 레스토랑이 특히 인기가 높아, 젊은 사람들 사이에선 필수 코스로 통한다.
이 외에도 건강한 주스와 북유럽스타일의 샌드위치가 인기인 카페 '조앤더주스', 감자튀김을 판매하는 '청년장사꾼감자집', 인천 차이나타운의 전통을 잇고 있는 중식당 '신승반점' 등은 줄을 서야만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식품 매출은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백화점 매출을 이끌고 있다. 보통 백화점에서 식품 매출은 전체 매출의 10%대이다.
▶특화된 전략으로 가족단위 고객 유치 성공
일산 이마트타운과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공통점은 가족 단위 고객 공략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대형마트는 노년층과 주부들이 주로 찾는 곳이라는 편견을 깨고 일산 이마트타운은 어린이부터 2030, 주부, 노년층 심지어 남성고객까지 사로잡으며 온 가족이 함께 쇼핑을 하는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마트타운은 이마트에서 처음으로 가전전문매장 일렉트로마트를 선보인 곳이다. 냉장고, TV, 세탁기 등이 주력인 일반 가전매장과 달리 일렉트로마트는 드론과 피규어, 컴퓨터, 정보기술(IT) 기기 등을 전면에 내세우며 얼리어답터와 키덜트 취향을 가진 남성들을 공략했다. 주부들이 관심을 가지는 기존의 백색가전제품들은 매장의 안쪽으로 넣어버렸다. 또한 일렉트로마트 자체 슈퍼히어로 캐릭터인 일렉트로맨을 만들어 만화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전한다. 억지로 쇼핑에 따라나선 남성들을 위한 '취향저격'에 성공했다.
가구·생활용품전문매장인 더라이프는 리빙룸, 키친룸, 베드룸, 키즈룸 등의 다양한 쇼룸과 DIY 코너를 선보이며 인테리어에 관심이 높은 여성들을 공략했다. 어린이를 위한 공간인 키즈올림픽존은 1272㎡(385평)의 규모에 다목적경기장부터 암벽등반, 복싱, 카트레이싱까지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5층 전체를 아예 패밀리층으로 만들었다. 이곳엔 가족들을 위한 유명 레스토랑을 비롯해 아이맥스영화관(CGV), 스포츠·라이프스타일 브랜드샵, 패밀리가든 등이 있다. 아기나 어린이를 동반한 고객들이 이동하기 쉽게 식사와 쇼핑 등을 겸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구성해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은 주말에 2000명 이상이 다녀갈 정도로 아이를 두고 있는 고객들에겐 필수코스로 꼽힌다. 패밀리가든에 있는 회전목마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젊은 연인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은 명물이 됐다. 뿐만 아니라 유모차를 끌고 이동하는 가족 고객들을 위해 매장 사이의 이동공간을 기존 백화점보다 2배 정도 넓혀 유모차 3~4대가 동시에 지나다닐 수 있도록 고객 편의를 강화한 점도 통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전국단위로 입소문이 난 유명맛집과 남성들이 좋아하는 일렉트로마트, 연인과 여성들이 좋아하는 더 라이프 등 새로운 형태의 전문매장들이 이마트타운의 핵심이다. 단순히 물건을 싸게 구입하는 기존의 이마트가 아니라 원거리에서도 쇼핑을 올 정도로 가족단위의 문화복합공간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식품관과 체험형 매장, 수도권 최대 규모 문화센터 등의 문화시설들이 성공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말엔 가족단위 고객들이 많고, 평일엔 자녀를 동반한 인근 지역 내 친목모임이 많다"며 "쇼핑과 문화프로그램에 대한 관심과 욕구가 높은 곳인데 그런 점들을 잘 충족시킨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산 이마트타운과 현대백화점 판교점 모두 몰려드는 인파들로 교통정체와 주차난으로 주변 지역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마트타운은 대중교통 이용이 쉽지 않아 주말만 되면 주변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하기 일쑤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신분당선 판교역에서 2분 거리로 가깝지만, 평일 낮에도 총 2254대가 수용 가능한 주차장이 만차일 정도로 자동차 이용객이 많다. 당연히 주차장을 들어가려는 차량들로 백화점 주변 교통정체는 심각할 정도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