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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낙하산 인사'로 내·외부 감시시스템 고장?

기사입력| 2015-10-06 09:20:54
농협중앙회와 농협 계열사가 정부 관료, 정치권 인사 등의 '낙하산 착륙지'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5일 재개된 국정감사에서 터져 나오며 농협의 인사문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낙하산 인사로 인해 정작 농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설립 취지는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각종 비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 실제로 정치권 인사 출신인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은 리솜리조트 특혜 대출 의혹을 받고 있다. 게다가 최 회장의 관용차에 안마시트가 장착돼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까지 일고 있다.

▶금감원·기재부 관료 농협 계열사 장악

김우남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금융관련 농협 계열사의 이사로 재직 중인 금융감독원 출신은 모두 8명이다. 검찰, 감사원, 기획재정부(옛 재정경제부), 행정자치부 등의 관료 출신도 6명에 달한다.

농협 중 낙하산 인사의 문제가 심각한 곳은 농협금융계열사의 컨트롤 타워격인 농협금융지주다. 이사 7명중 4명이 감사 기관 출신으로 이사회의 과반을 넘었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금감원 수석부원장 출신이며 전홍렬, 손상호 사외이사는 각각 금감원 부원장과 부원장보를 역임했다. 김준규 전 검찰총장도 사외이사로 포함돼 있다.

김 회장의 경우 3억400만원의 연봉과 최고 120%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사외이사도 월 400만원의 보수를 받는다. 농업이나 농업 금융 관련 전문가가 아닌 상황에서 정치권·정부 보은 인사에 대한 대가로 고액 연봉을 지급하고 있다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농협은행도 상황은 비슷하다. 9명의 이사 중 4명의 관료 출신이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한백현 상근감사위원과 강상백 사외이사는 금감원, 문창모 사외이사는 기획재정부, 김국현 사외이사는 행정자치부 출신이다.

농협생명과 농협손해보험, NH투자증권의 경우도 비슷하다. 강길만 농협생명 상근감사위원, 문창헌 농협생명 사외이사, 제정무 농협손해 사외이사는 금감원 출신이고 백복수 NH투자증권 상근감사위원은 감사원 출신이다. 농협금융계열사의 상근감사위원 및 사외이사 대부분이 감독기관 및 정부 관료 출신으로 채워졌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농협중앙회의 신경분리로 계열사들이 대폭 늘어났고 그 틈을 이용해 정부 및 중앙회 등의 낙하산 인사들이 요직을 꿰 차고 있다"며 "농협개혁 취지에 맞게 전문성을 갖춘 다양한 외부 인사들에게 농협의 문호가 개방돼야한다"고 지적했다.

▶낙하산·회전문 인사가 각종 비리 원인?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는 최근 농협 안팎에서 일어나고 있는 각종 비리 원인 중 하나로 낙하산·회전문 인사에서 찾고 있다. 정치권 인사와 감사기관의 관료 출신들이 고위급 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만큼 내·외부 준법 감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예컨대 한호선·원철희 전임 농협중앙회 회장은 모두 금품수수와 비자금조성 등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1970년대초 청와대에서 근무하기도 했던 한 전 회장은 1990년대초 재임 당시 농협 예산을 전용해 4억800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4억1000만원을 유용한 혐의로 구속됐다. '노태우 정부'때 청와대 경제비서관을 지낸 원 전 회장은 6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이 중 3억원을 개인적으로 횡령한 혐의로 처벌받았다.

그런데도 한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농촌사랑지도자연수원의 고문으로, 원 전 회장은 올해 2월 농협유통의 고문으로 위촉돼 각각 월 500만원의 고문료를 받고 있다. 농협이 비리를 저지른 전임 회장의 뒤를 봐주는 회전문식 인사를 하고 있는 것.

또 최원병 회장은 리솜리조트 특혜대출 의혹을 받고 있다. 농협은행이 리솜리조트의 재무건전성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정도로 악화했는데도 매년 수백억원의 대출을 지원해줬다는 것. 검찰은 대출 과정에서 농협은행 고위층의 개입 여부를 집중 조사 중이다. 특히 검찰은 지난달 17일 최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손동우 전 안강농협 이사의 구속과 함께 신상수 리솜리조트 회장도 사기·횡령 혐의로 구속해 점차 수사망이 최 회장으로 좁혀지고 있다. 다만, 최 회장은 대출 과정에 개입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최 회장의 모럴해저드 논란도 나오고 있다. 황주홍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최원병 회장은 현재 업무용 에쿠스(3800㏄), 농정활동용 카니발(3500㏄) 총 2대의 관용차를 자회사인 NH개발에서 차량을 렌트해서 쓰고 있다. 한 달 렌트비는 440만원이며, 농협중앙회는 NH개발에서 카니발을 렌트할 당시 900만원을 들여 차량을 개조하고 안마시트를 설치했다.

최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07년 12월 27일 농협중앙회 회장으로 취임해 현재까지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경북도의회 의장을 역임했고 이 전 대통령의 포항 동지상고 4년 후배로 당시 권력실세를 형성했던 영포라인(경북 영일과 포항 출신)의 지원사격을 받아 농협중앙회 회장직에 오른 것이란 게 업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최 회장은 취임 이후 최측근들을 고위급에 배치시켜 세간의 눈총을 받은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농협 본연의 경영을 위해선 낙하산 인사 문제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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