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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국감 증인으로 출석할까

기사입력| 2015-09-08 09:46:06
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를 앞두고 재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대부분의 재벌그룹 대관(對官)업무 담당자들은 마지막까지 재벌총수의 증인채택 여부를 체크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올해 국감은 오는 10일부터 23일까지 1차 국감이 진행되고, 추석연휴를 쉰 뒤 10월 1일부터 8일까지 2차로 나눠 진행된다.

올해는 국감 증인 후보로 유독 많은 재벌총수의 이름이 거론됐다.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재벌들의 불미스러운 일이 겹치고, 재벌개혁에 대한 여론이 거세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감 일정 중간에 추석이 끼여 있어, 국회의원들의 추석 민심을 잡기 위한 의도와 맞물리며 어느 때보다 많은 재벌 총수가 증인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이번 국감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열리는 것이어서 정치적 의미도 크다. 국감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면 총선 당선도 그만큼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국감은 내년 4·13 총선과 맞물려 있어 의원들이 표심(票心)을 얻기 위해 필사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 정무위 증인 채택 확정적

현재 국감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재벌 총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다.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증인 채택은 모두 불발로 끝났지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신 회장의 증인 출석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여당과 야당 모두 롯데그룹의 지배 구조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탓이다.

롯데그룹은 최근 '형제의 난'을 겪으며 순환출자, 일감몰아주기, 국적 논란 등의 문제점 등이 노출됐다. 무엇보다 불투명한 지배구조의 문제가 불거져 국감 증인 채택 가능성이 높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효성 사장이 이미 지배구조 투명성과 관련해 정무위의 증인으로 채택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방위원회도 제2 롯데월드 건설로 인해 국방부가 서울공항의 활주로 방향을 돌리게 한 배경을 묻기 위해 신 회장의 증인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증인 재택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 불법파견과 복합쇼핑몰 논란, 세무조사 결과 발견된 수십 개의 차명주식에 따른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다. 서민생활과 밀접한 유통업의 특성상 매년 국감 증인으로 채택이 됐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면세점 독과점 논란의 문제로 인해 국감 증인 후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2차 국감 앞두고 상황 변할 수도

다만, 신동빈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재벌 총수 일가의 증인 채택에는 회의적인 전망이 적지 않다. 현재까지 국감 증인 채택이 확정된 재벌 총수는 정무위에서 조현준 사장이 전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국감 증인 후보에 이름을 올렸으나 모두 불발로 끝났다. 여당인 새누리당이 '일단 부르고 보자는 식'의 재벌 총수의 국감 증인 채택이 기업 활동을 위축 시킬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청와대발 내수 경제 활성화 강조 움직임이 있어서인지 국감 증인 후보로 거론됐던 재벌 총수들의 증인 채택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증인 채택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인 만큼 마지막까지 지켜봐야 한다"며 "1차 국감 이후 2차 국감 준비 과정에서 민심의 움직임에 따라 일부 재벌 총수가 증인으로 불려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오는 10일 국감이 시작된 이후에도 각 상임위원회에서는 언제든 증인 채택을 할 수 있다. 증인 채택은 국회법에 따라 여야 합의를 거쳐 일주일 전까지 출석을 통보하면 된다.

더욱이 야당은 이번 국감을 '실효성 있는 재벌개혁에 대한 국감'으로 만들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현재 여당이 해당 총수들의 특별한 출석 사유가 없다고 증인 채택을 반대하고 있지만, 야당 측은 끝까지 증인 채택을 위해 협상에 나서고 있다.

게다가 여당 일각에서조차 재벌개혁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도 재벌그룹들이 끝까지 안심할 수 없는 점이다. 추석 이후의 민심에 따라 여야 움직임이 달라질 경우 1차 국감 이후 2차 국감에서 상황이 바뀔 가능성은 충분하다.

▶조양호 회장·이재용 부회장, 증인 출석 배제 못해

이런 이유로 국감 증인에 채택되지 않은 조양호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정몽구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다.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슈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의 경우 '땅콩 회항'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땅콩 회항'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014년 12월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마카다미아 봉지를 가져다준 승무원의 서비스 문제로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이동 중이던 항공기를 되돌린 사건이다. 오너 일가의 권위의식으로 인해 항공법 위반을 시작으로 사건 마무리를 위한 승무원의 압박과 회유, 국토교통부의 봐주기 의혹 등의 논란거리를 만들었다. 여론이 주목하고 있는 만큼 국감이 끝나기 전까지는 조 회장의 국감 증인 채택 가능성은 열려있다.

이재용 부회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 부회장은 삼성서울병원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2차 감염 사태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관련 사안으로 언제든 국감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있다.

'메르스 사태'는 올해 대한민국을 가장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으로 국감에서 가장 뜨거운 격론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여당은 재발방지 대책에 집중하자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정부의 메르스 사태 초기대응부터 재발방지 대책까지 세밀하게 따져보고 책임소재를 가려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사태 당시 '슈퍼 전파자'(환자번호 14번)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병원 응급실에서만 82명을 감염시켰다. 이 부회장은 삼성서울병원을 지배하고 있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상황의 심각성과 정치권의 분위기를 고려하면 최종 책임자인 이 부회장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옛 삼성물산과 옛 제일모직을 합병해 통합 삼성물산으로 출범시킨 것도 이 부회장에게는 부담스럽다. 이 부회장과 삼성그룹은 최근 옛 삼성물산과 옛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의 소송전을 벌이며 주주 가치와 권리, 지배구조 투명성, 경영승계 관련 자금 확보 등의 논란을 빚었다. 재벌그룹 지배 구조 문제가 국감에서 뜨겁게 다뤄지면 이 부회장의 증인 채택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정몽구 회장과 구본무 회장의 상황은 조 회장이나 이 부회장보다는 나은 편이다. 정 회장과 구 회장은 자유무역협정(FTA)과 그에 따른 국내 농축수산업 시장의 피해보전 대책마련과 관련, 이익 일부를 공유하는 내용의 '무역이득공유제' 관련 증인 후보로 거론됐는데, 올해 국감에서 이슈가 될 사안에서는 한발 비켜서 있는 모습이다.

▶증인 채택되더라도 실제 출석할지는 미지수

하지만 증인으로 채택된다 하더라도 실제 출석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해외출장을 간 뒤 국감 이후 돌아오거나 벌금을 내는 형태로 마무리하는 여러 가지 회피 방법이 있다. 현행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에 불응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매년 국감때 증인으로 채택됐던 재벌 오너들이 해외 출장을 핑계로 출석하지 않았다. 예컨대 신동빈 회장은 2012년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와 관련해 정무위 증인으로 신청됐지만, 해외 출장을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 결국,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재벌 총수들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다고 해서 실제 출석으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며 "매년 재벌 총수들은 국감 증인에 오르면 외국 출장을 핑계로 출석을 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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