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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그랜드세일, 내수 경기 살리는 구원투수로 '우뚝'

기사입력| 2015-09-01 09:15:47
내수침체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돈맥경화'에 빠져 있던 유통가에 구원투수로 코리안그랜드세일이 등장했다. 코리아그랜드세일(Korea Grand Sale)은 8월 14일부터 10월 31일까지 3개월 동안 전국 주요 관광상권에서 펼쳐지는 행사로 말 그대로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그랜드 세일이다. 당초 코리아 그랜드세일은 관광 비수기인 1월부터 3월까지 외국인의 한국 방문을 유도하는 행사다. 그런데 올해는 정부가 메르스로 급감한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행사시기를 앞당겼다. 급감한 관광수요 회복과 내수 경제 활성화를 통한 소비 지출을 이끌어내 경기를 활성화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삼성전자, SK, 두산 등 대기업은 물론 지방자치단체까지 나서 코리아그랜드세일에 힘을 보태고 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코리아그랜드세일'이다.

▶최태원·박용만 회장 등 재벌 오너들도 나섰다

코리아그랜드세일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방문위원회가 주최하고 한국관광공사가 후원하는 일종의 관광산업 활성화 방안의 하나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서울 중구 명동을 중심으로 다양한 길거리 이벤트와 세일을 진행하는 쇼핑관광축제였다. 축제 기간 동안 외국 관광객들에게 쇼핑-한류-관광이 어우러진 한국의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고 체험하게 하는 게 목적이다.

그런데 올해는 코리아 그랜드세일의 성격이 예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대기업과 재벌 오너들이 직접 나섰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맏형 격인 삼성전자는 내수 진작 차원에서 '코리아 그랜드세일'에 적극 동참한다고 지난 19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면세점과 디지털프라자 면세 매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혜택과 사은품 증정 행사를 마련했다. 인천공항 면세점과 전국 20여개 시내 면세점에서 카메라·태블릿PC·로봇청소기 등 행사제품을 구매하는 외국인 관광객에겐 배터리팩·핸디청소기 등의 다양한 사은품을 증정한다. 9월 1일부터는 인터넷 면세점에서도 같은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전국의 삼성 디지털프라자 면세 매장에서 카메라와 태블릿PC 행사제품을 구매하는 외국인 관광객에겐 메모리카드를 증정한다. 삼성전자는 전국 디지털프라자 면세 매장을 8월 말까지 기존 43개점에서 61개점으로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중국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결제서비스 유니온페이와 알리페이도 도입하고 외국인 응대 가능 직원도 배치할 예정이다. 유니온페이는 디지털프라자 면세 매장 전체에서 결제가 가능하며 알리페이는 8월 초 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과 홍대점 등 5개 매장을 중심으로 1차 도입됐다. 점차 알리페이도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호텔신라 역시 코리아 그랜드세일 기간에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한다. 신라면세점은 행사기간 외국인 개별 여행 쇼핑객에게 '코리아 그랜드세일 특별 사은권'을 증정한다. 사은권은 명동·동대문 등의 홍보부스를 찾는 외국인에게 신라면세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하는 선불카드 1만원권을 주고 신라면세점 매장을 찾아 50~500달러를 구매하면 5000~5만원 사은권을 준다. 심지어 서울신라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 쇼핑 택시비까지 지원한다.

삼성전자에 이어 SK그룹과 두산그룹도 코리아 그랜드세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로 했다.

최근 정부의 사면을 받고 출소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코리아 그랜드세일'에 팔을 걷고 나섰다. 그룹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은 세일 기간동안 LTE 와이파이 모뎀 임대료를 면제해준다. SK그룹 계열사인 워커힐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5~10% 할인, 할인 쿠폰 제공, 입점 고객에게 SK텔레콤 와이파이 이용권 및 카지노 3만원권 행운칩 등을 증정한다. 국산 베스트 상품 및 인기 키즈 상품들로 구성된 워커힐 단독 기획 패키지 상품을 최대 3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SK네트웍스의 패션 사업 부문은 코리아 그랜드세일 기간에 직영 매장에서 타미힐피거, DKNY, 클럽모나코, 캘빈클라인, 스티브J&요니P, SJYP 등 패션 브랜드를 1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역시 정부의 내수 살리기 정책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박 회장은 평소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통한 내수 활성화를 강조해왔다. 중공업 중심인 두산은 일단 서울 동대문 쇼핑타운의 두타를 통해 코리아 그랜드세일에 동참한다. 국내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동대문 쇼핑타운의 중심인 두타 광장에 '코리아 그랜드세일' 이벤트 부스를 설치해 관광정보제공, 통역안내서비스, 스페셜 이벤트, 인터넷서비스, 휴대전화 충전, 음료제공 등을 지원한다. 코리아 그랜드세일 공식 쿠폰을 제시하면 유명 디자이너 곽현주가 디자인한 파우치와 두타 내 인기 매장에서 최대 60%까지 할인되는 쿠폰북을 제공한다. 상시로 외국인 대상 추첨 이벤트 '매직 박스'를 운영한다. 최소 1만원 경품부터 황금코인(금 10돈)까지 랜덤으로 경품을 증정한다.

이번 코리아 그랜드세일은 대기업을 비롯해 항공사, 호텔, 백화점, 면세점, 대형마트, 쇼핑몰, 공연 기획사, 소상공인 업소 등 250여업체와 3만여업소가 참여한다.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맞춤형 전략

실제로 코리아 그랜드세일 기간이 시작되고 백화점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메르스 영향으로 명동과 유명 백화점, 면세점에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던 한 달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코리아 그랜드세일이 시작된 지난 8월 14일부터 15일까지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백화점 빅3의 매출을 살펴보면 코리아 그랜드세일 기간이 아니었던 전년 동기에 비해 모두 두자릿수 이상으로 올랐다. 롯데백화점은 16.3%, 현대백화점은 18.1%, 신세계백화점은 26.9%가 각각 상승했다. 최근 계속된 내수부진과 유통가의 비수기인 휴가철인 것을 감안하면 비약적인 상승폭이다. 이는 외국인 관광객 특히 중국인 관광객(유커)의 영향이 상당히 컸다. 이 기간 동안 전년 대비 현대백화점의 유니온페이 매출이 무려 64.5%나 급증했다.

코리아 그랜드세일의 주요 고객은 결국 중국인 관광객으로 각 업체들은 맞춤형 마케팅을 펼치기도 한다.

현대백화점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브랜드별로 10∼30%할인 판매하고 20·40·60·100만원 이상 구매한 관광객에겐 구매금액의 5%를 현대백화점 상품권으로 증정할 계획이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사용하는 유니온페이로 결제하는 고객에겐 5% 할인 혜택을 추가로 제공한다.

중국인들에게 가자 인기 있는 쇼핑 품목은 한국 화장품이다. 이번 코리아 그랜드세일이 한국의 화장품 업체들에게 가장 좋은 기회이다. 이를 놓칠 새라 화장품 브랜드들이 대거 참여해 중국인 관광객을 유혹한다. 참여하는 화장품 브랜드로는 아리따움, 이니스프리, 더페이스샵, 네이처리퍼블릭, 잇츠스킨, 토니모리 등 토종 한국 브랜드 30개사다. 국내 대표 헬스&뷰티 스토어 올리브영도 '코리아 그랜드세일'에 동참한다. 또한 문화관광부는 정부 홍보 대사 초청 팬 사인회, 미스코리아 초청 현장 프로모션, 화장품 공장 방문 등 다양한 지원업무를 추진해 화장품 업계를 돕는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메르스로 개점휴업 상태였던 명동의 화장품 매장들 살리기에 나선다.

지방자치단체인 충청북도는 코리아그랜드세일 기간에 청주국제공항으로 입국하는 중국 관광객을 위한 '웰컴이벤트'를 진행했다. 청주국제공항은 중국 심양에서 입국하는 중국인 관광객 대상으로 레드카펫, 풍선아치, 폭죽 등으로 관광객을 맞이하고, 꽃다발과 기념품을 증정했다. 충청북도 내에서 코리아 그랜드세일에 참여하는 업체 51개가 수록된 홍보 팸플릿을 전달했다.

대구광역시 역시 대구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외국인에게 대구를 홍보하기 위해 '대구방문 웰컴 이벤트'를 개최했다. 대구시는 공항에 코리아 그랜드세일 웰컴 홍보데스크를 운영하고 외국인 관광객에게 다양한 헤택을 주고 있다. 대구시는 대구공항 국제선인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라인을 통해 입국하는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하고 있다.

▶코리아 그랜드세일을 발목 잡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코리아 그랜드세일을 앞당겨 시작한 의도와 시점은 대체로 좋았다는 평이다. 메르스로 발길을 돌렸던 중국 관광객을 돌아오게 만드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코리아 그랜드세일이 장밋빛 전망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당장 북한의 포격 도발에 따른 남북한의 군사적 대치 상황이 코리아 그랜드세일을 주춤하게 만들었다. 그동안 메르스로 막혔던 관광객 입국의 물고가 이제 막 트였는데 다시 막히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상당히 컸다. 다행히 남북 대치상황은 대화와 합의로 풀어지면서 코리아 그랜드세일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북한에 따라 큰 영향을 받고 있는 한국의 상황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쇼핑에만 집중하는 코리아 그랜드세일에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매년 이어지고 있다. 코리아 그랜드세일의 핵심은 쇼핑이지만, 지나치게 쇼핑과 할인행사에 치우쳐 있다. 단순한 쇼핑만으로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높은 만족도를 제공할 수 없다. 또 한국에 재방문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쇼핑 외의 매력적인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코리아 그랜드세일 주최인 한국방문위원회는 아직까지도 '스페셜 위크' 기간에 어디서 어떤 콘텐츠를 선보일지 정하지 못한 상태다. 스페셜 위크는 먹거리, 볼거리, 체험거리 등 4가지 관광코스로 이뤄진 행사로 협력사와 제휴로 관광객에게 할인이나 관광코스를 선보이는 이벤트다. 일정만 정해진 상태이고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채울지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이는 올해 정부 정책으로 급하게 코리아 그랜드세일에 돌입한 배경도 있지만, 평소에 관광객들을 상대로 제공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많이 부족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코리아 그랜드세일 기간에 몰려오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바가지요금과 가짜상품(짝퉁)의 기승도 심각하다. 정찰제가 시행되는 주요 유통가는 가격표를 보고 고를 수 있지만, 명동거리·남대문 시장 등의 좌판이나 길거리숍들은 정찰제가 아닌 곳들이 많아 부르는 게 값이기 때문이다. 외국인에게 더 비싼 요금을 요구하는 상인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남대문 시장은 한국 전통시장이라는 명분으로 관광특구로 지정돼 있지만, 실제로 외국인들에게 남대문 시장은 짝퉁시장으로 유명하다. 한국 전통시장의 체험형 관광지가 아니라 짝퉁 명품 가방을 구입하는 곳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의 전통을 대표하는 게 아니라 짝퉁 천국이란 오명을 쓰고 있는 셈이다.

코리아그랜드세일이라고 외국에서 손님들을 초청해 놓고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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