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롯데, 신동빈 회장 국감 출석 막기 위해 총력?
기사입력| 2015-08-25 17:52:34
롯데가(家) '형제의 난'에서 승리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발로 뛰는 현장 경영으로 그룹 내부 결속에 나서고 있지만, 만만치 않은 외풍이 신 회장을 흔들고 있다. 당장 9, 10월에 예정된 국회 국정감사에 신동빈 회장 출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여·야 정치권 모두 신 회장을 국감장에 소환할 계획이라 국감이란 외풍을 피해가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신격호-신동주-신동빈 삼부자의 한·일 롯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한국 롯데그룹이 일본 롯데의 지배를 받고 있는 구조가 만천하에 들어나며, 롯데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순환출자 등이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롯데의 국적논란과 함께 '반(反) 롯데 정서'가 국민들 사이에 퍼져, 신 회장의 등을 국감장으로 떠밀고 있는 형국이다. 당장 롯데그룹은 어떻게든 신 회장의 국감장 출석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이미 한·일 롯데가 신동빈 회장 체재로 결정됐고 경영에 더 힘을 쏟아야 할 때인데, 국감장에 나서봐야 망신만 당하고 논란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야 한목소리로 신동빈 회장 국감 출석 요구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경영권 다툼이 극에 달했을 때, 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롯데그룹 재벌가를 질타하고 나섰다. 정부는 국세청의 대홍기획, 롯데리아 등 계열사 세무조사, 공정거래위원회의 롯데그룹 지배구조 자료 요청 등을 통해 롯데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에 대한 압박을 펼쳤다. 여·야 정치권은 재벌가의 경영권 싸움으로 촉발된 사회적 논란과 재벌의 비합리적인 지배구조를 문제 삼았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신학용 의원은 대기업집단 상호출자 금지 범위에 해외계열사를 포함하고, 해외계열사 주식 현황 등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도록 하는 '롯데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특히 한국 롯데그룹이 일본의 광윤사, 일본 롯데홀딩스, 일본 L투자회사 등의 지배를 받고 있는 사실을 정치권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정치권에서 신동빈 회장을 국정감사에 출석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현재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신 회장을 출석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여당인 새누리당도 상당히 적극적이다. 원유철 원내대표와 조원진 수석 부대표는 "문제가 있는 재벌 총수는 국감장에 서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여당이 강력하게 추진 중인 노동개혁을 강하게 추진하려면 어떤 형태로든 재벌개혁도 동시에 진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언급되는 재벌 총수가 바로 '롯데 사태'의 장본인인 신 회장이다. 분쟁 과정을 떠나 한·일 롯데의 '원 리더'로 신 회장으로 결론이 났고,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고령이고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 때문에 국감장까지 나오기는 무리일 수밖에 없다. 또, 동생에게 씁쓸한 패배를 맛보고 일본에 있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현실적으로 국감장에 나서도록 하긴 더욱 어렵다. 결국 승자인 신 회장이 관련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다.
▶롯데, 선제 대응으로 국감 출석 막기 위해 총력
일단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의 국정감사 출석 자체를 막겠다는 의지다. 지난 11일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했고, 한·일 롯데의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된 만큼 본업인 경영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할 때라는 명분이다. 또한 문제가 됐던 불투명한 롯데그룹 지배구조에 대해선 대국민사과를 통해 사과와 함께 해결책으로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의 기업공개와 상장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국감장 출석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롯데리아, 코리아세븐, 롯데정보통신 등의 주요 계열사들도 경영 투명성 확보를 위해 사외이사 도입과 기업공개를 추진하는 등 롯데그룹의 416개 순환출자 고리를 연내에 80% 해소한다는 구체적인 구상을 밝히고, 개혁 작업을 진행 중이란 주장이다. 정치권의 압박 이전에 롯데그룹이 신 회장의 지침에 따라 선제적으로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롯데 측은 신 회장을 상대로 문제점 규명이나 해결보다는 국회의원들의 '망신 주기'로만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염려가 앞서고 있다. 여기에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국정감사에 신 회장이 직접 나서 어눌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모습을 다시 보여준다면 '국적 논란'과 함께 '반 롯데 정서'가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 상반기 내내 시끄러웠던 제2 롯데월드 안전 문제와 롯데마트 골목상권 침해, 면세점사업 독과점 등 롯데그룹 전반에 걸친 논란거리들이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롯데 측은 일단 지배구조 개선의 성과를 빨리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한 해결책이란 생각으로 태스크포스(TF)팀 구성을 마무리해 빨리 추진할 계획이다. TF팀은 황각규 롯데그룹 운영실장(사장)이 팀장을 맡고 롯데정책본부 소속 임직원 10여명과 경영학 교수 등 외부 인사들을 합류시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신 회장이 밝힌 지배구조 개선안을 구체화시켜 국감 전에 빨리 공개해 관련 의혹이나 의문을 선제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방안이다. 신 회장이 국감장에 출석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궁금증을 해소하겠다는 의도다.
롯데그룹 측은 "우선은 일상적으로 경영 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중"이라며 "국감에 대해선 아직 정식 요청이 있는 게 아니라 먼저 얘기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