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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올해 공정위 4차례 요구에도 해외법인 자료만 쏙 빼

기사입력| 2015-08-24 09:19:45
롯데그룹이 경영권 분쟁 전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수차례 지배구조 관련 자료를 요구했으나, 해외 계열사 관련 내용을 빼놓고 국내 자료만 제출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학용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공정위가 올해 롯데그룹에 소유구조 관련 자료를 4차례나 요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지난 1월 23일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집단) 등 지정을 위한 자료'를 내라고 요구했고, 4월 2일에 '주식소유현황 및 채무보증현황'을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6월 26일과 7월 2일에도 롯데그룹에 비슷한 취지의 자료 요청을 했다.

그러나 공정위의 4차례 요구에도 롯데는 국내 소재 계열사 자료만 제출해왔다.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한국 롯데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일본의 광윤사, 12개 L투자회사, 롯데홀딩스 등의 한국 해외계열사 지분구조 관련 자료는 계속해서 제출 대상에서 누락시켰다.

신격호-신동주-신동빈 롯데가(家) 삼부자의 경영권 싸움이 심화되자, 지난달 31일 공정위는 롯데그룹에 주주현황, 주식보유현황, 임원현황 등의 해외계열사 관련 내용을 특정해서 요구했다. 이에 지난 20일 롯데그룹은 공정위의 요구에 따라 택배상자 7개 분량의 일본 등 해외 소재 계열사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그동안 롯데는 외국 소재의 해외법인은 현행 공정거래법상 규제 대상이 아니라서 기업 측에서 공정위에 현황을 보고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이용해 해외 법인 자료 제출을 거부해왔다.

그런데, 만약 이 자료들 안에 국내 계열사 범위를 새로 확정할 수 있는 내용이 들어 있으면 지난 4차례의 요구에도 롯데가 민감한 자료를 고의로 숨기고 있었던 셈이다. 이런 사실이 드러날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공정위가 국내 대기업집단 계열사를 지정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대기업이나 특수관계인에게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때 공정위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최대 1억원의 벌금형을 부과하는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

공정위 측은 "해외 법인 자료라도 국내 계열사를 지정하는 데 필요한 자료라면 충실히 보고할 의무가 있다"며 "롯데 총수 일가가 이런 해외계열사를 통해 국내에 있는 회사에 지배력을 행사 했다면 국내 회사를 계열사로 공정위에 신고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해당 해외계열사를 통한 전체 지분율도 알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롯데는 해외 법인 자료는 꼭꼭 숨기고 있다가, 신동주-신동빈 형제 간 한·일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으로 여론이 극도로 악화되자 뒤늦게 관련 자료들을 공정위에 제출했다는 시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안그래도 롯데그룹의 '국적논란'과 '반(反) 롯데정서' 등이 국민적으로 강하게 형성됐는데, 그동안 롯데의 꼼수가 드러나 더욱 여론은 악화되게 생겼다. 또한, 롯데 관련 자료를 정밀 분석 중인 공정위가 계열사와 관련된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면 롯데는 더욱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될 듯하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지난 20일 자료를 제출하면서 "새롭게 드러난 계열사 현황은 없다"라고 밝혔다.

한편, 공정위 이번 롯데그룹 자료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비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롯데그룹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뒤늦게 나선 공정위가 비밀 조사로 어느 정도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선들이 많다. 롯데는 지난해 8월 9만5033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142개로, 지난 2013년에는 1% 이상 순환출자 고리수 5851개를 51개로 허위 보고하는 등의 불성실한 자료제출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공정위는 롯데의 허위 보고 사실도 모르고 있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눈치챘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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