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롯데 '원리더' 신동빈, 그룹 지배구조 개선 본격 스타트
기사입력| 2015-08-20 09:21:12
롯데가(家) '골육상잔'의 경영권 싸움에서 승리하며 한·일 롯데 '원 리더' 체제를 구축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그룹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롯데그룹은 19일 9월초까지 ㈜호텔롯데 기업공개(IPO)를 위한 주관사 선정을 하겠다고 구체적인 일정을 밝혔다. 한국 롯데를 지배하고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가 끝난 지 이틀 만에 나온 결정으로, 롯데그룹이 호텔롯데의 기업공개를 예상 밖으로 상당히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롯데홀딩스와 12개 L투자회사 등과의 복잡한 지배관계 등을 고려할 때 전격적인 결정이다. 이는 신동빈 회장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는 평가다.
▶롯데그룹 지배구조 핵심인 호텔롯데 기업공개 스타트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는 롯데의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경영의 핵심으로 꼽히는 곳이다. 지난 11일 신동빈 회장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밝힌 '호텔롯데의 기업공개와 상장'을 발표했을 때도 '진짜 호텔롯데를 기업공개를 하겠냐'고 의심하는 시선이 제법 존재했다. 실제로 창업주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호텔롯데의 기업공개와 상장이 논의됐지만, 매번 반대하며 끝까지 외부에 공개되기를 꺼려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롯데그룹은 19일 "호텔롯데가 투명경영의 일환으로 상장을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착수한다"며 "호텔롯데는 8월 19일 국내외 10여개 증권사에 대해 IPO에 따른 주관사 선정을 위한 RFP(Request For Proposal, 제안요청서)를 발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받은 제안서에 대해 내부 검토를 거쳐 오는 31일까지 숏 리스트(Short List, 선발 후보 명단)를 선정할 예정이다. 롯데그룹은 이들을 대상으로 9월 초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IPO 주관사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후 호텔롯데는 주관사가 확정되면, 관련 이사회 및 주주총회 개최 등을 통해 정관 개정 작업 등 상장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을 실행해 나갈 계획이다.
신동빈 회장이 지난 17일 일본 도쿄에서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마치고 아직 한국에 돌아오지 않은 상태에서 호텔롯데의 기업공개 일정을 공개한 건 이례적이다. 그만큼 신 회장이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일본에서 신 회장이 호텔롯데의 기업공개에 대한 결정을 일본 내 주주들의 동의를 얻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호텔롯데의 지분 대부분을 일본 롯데 쪽이 보유하고 있다. 호텔롯데의 지분 72.65%를 12개 L투자회사가 소유하고 있고, 12개 L투자회사에 대한 지분은 일본 롯데홀딩스가 100% 보유 중이다. 또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의 지분 19.07%를 따로 가지고 있다.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 지분 91.72%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호텔롯데의 기업공개는 결국 일본 내 주주들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한 작업이다.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신 회장이 상정한 '사외이사 선임 건'과 '법과 원칙에 의거하는 경영에 관한 방침의 확인 건'은 이사진과 주주들의 지원을 받아 원안대로 통과됐다. 큰 틀에서 롯데그룹의 투명경영을 인정받은 것이지만, 구체적으로 호텔롯데의 기업공개까지 승인을 받은 것은 아니다. 신 회장이 주총이 끝난 후 곧바로 귀국하지 않고 일본에 남은 이유이기도 하다. 신 회장은 롯데홀딩스의 대주주인 종업원지주회(32%)와 임원 및 계열사(약 30%)로부터 지지를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롯데홀딩스의 지분을 약 30%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대주주 광윤사는 신격호 총괄회장과 부인 시게미쓰 하쓰코(重光初子) 여사,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빈 회장 등 롯데가의 가족 회사라 호텔롯데 기업공개를 지원하지 않았을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신 회장은 큰 내홍을 겪은 롯데홀딩스를 비롯해 일본 롯데 계열사들의 사업진행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한·일 롯데 계열사들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세븐일레븐·롯데리아 등 비상장 계열사 90% 기업공개 방침
롯데그룹은 호텔롯데의 기업공개 뿐만 아니라 편의점 세븐일레븐, 패스트푸드체인 롯데리아 등의 계열사들도 기업공개를 진행한다. 롯데 계열사 중 자산규모가 3000억~5000억원이 넘는 주요 회사들에 대해서도 중장기적으로 기업공개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호텔롯데뿐만 아니라 세븐일레븐, 롯데리아, 롯데정보통신 등의 롯데 계열사들도 조금씩 시간 차이가 있겠지만, 언젠가 모두 상장 등 기업공개 과정을 거쳐 경영 투명성을 갖출 예정"이라며 "이게 신동빈 회장의 기본 경영 철학"이라고 전했다. 이어 "상장 준비에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에, 그 전에 자산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는 비상장 계열사들은 의무적으로 사외이사를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상장 이전 단계에서 기업지배구조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자산 3000억~5000억원을 넘는 롯데 계열사들이 '독단적 기업 경영'을 견제할 수 있는 사외이사를 모두 선임해,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다.
그런데, 롯데그룹 계열사 중 자산 규모 수준을 따지면 비상장 계열사의 90% 이상이 이에 해당된다. 롯데그룹 계열사 대부분이 중장기적으로 사외이사 선임과 기업공개에 나선다는 의미다. 이는 그동안 롯데그룹 내에서도 비밀리에 진행하던 경영 활동들을 대부분 공개하겠다는 얘기다. 신격호 총괄회장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롯데그룹 특유의 밀실경영을 벗고, 신동빈 회장은 경영 투명성과 전문 경영인·이사회를 중심으로 롯데를 이끌겠다는 경영철학을 보여주고 있다.
롯데그룹은 조만간 공식적으로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예정이다. 이 TF에는 경영학 교수 등 외부 인사들을 대거 참여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방안과 대책을 논의하고 직접 실행에 옮기는 구체적인 활동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밑바닥까지 다 보여준 롯데그룹 입장에선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투명 경영이 최근 광범위하게 있는 '반(反)롯데 정서'와 국적논란 등을 극복할 수 있는 제일 좋은 방법이다.
이 외에도 신동빈 회장은 사재를 출연해 적극적인 사회 공헌 활동에 나선다. 신 회장은 수백억원의 개인 재산을 롯데그룹 내 사회공헌팀을 통해 장학사업 등에 사용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 또한 롯데그룹은 언론과의 소통 강화를 위해 롯데언론재단(가칭)을 설립해 언론의 취재 활동을 지원할 예정이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신 회장 개인 및 롯데그룹 이미지 쇄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이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