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LG전자·LG트윈스 닮은 꼴 추락 왜?
기사입력| 2015-08-20 09:20:45
LG그룹의 주력 회사인 LG전자가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LG전자는 구본준 부회장이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된 이래 내리 5년 연속 적자를 보고 있다. 특히 올 들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주력상품인 스마트폰이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이 하락하며 적자폭이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10만원을 넘나들던 LG전자의 주가는 4만원에 간신히 턱걸이 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구본준 부회장이 구단주로 있는 프로야구단 LG 트윈스도 올 들어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다. 2013, 2014년 2년 연속으로 뒷심을 발휘하며 포스트시즌에 올랐지만 올시즌은 이런 기대를 접어야 하는 상황이다. 18일 현재 트윈스는 포스트시즌 진출의 마지노선인 5위(KIA) 보다 무려 7게임 뒤진 9위다. 신생구단 kt 위즈가 없었다면 꼴찌인 셈이다.
한 때 기업(사업)이나 프로야구에서 삼성에 이어 국내 2위 자리를 지켰던 LG가 이제는 '평범한' 2류로 전락한 것이다. 2014년 실적이 반등했던 LG전자나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LG 트윈스가 올해 상위권으로 도약하려고 시도하다가 오히려 더 멀리 밀려나 버린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모기업과 야구단이 쌍둥이 처럼 닮아 있다.
이처럼 LG의 그룹 이미지를 대변하는 모태기업 LG전자(옛 금성사)와 국내 최다의 야구팬을 확보하고 있는 프로야구단 LG 트윈스는 공히 저조한 성적으로 주주와 팬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LG전자의 CEO이자 LG 트윈스의 구단주인 구본준 부회장에 대한 실망감이 증권가와 프로야구계에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CEO와 구단주가 아무래도 기업 경영이나 구단 운영에 가장 큰 영향을 주기에 이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적 부진에 빠지기 시작한 2010년 LG전자의 CEO로 취임한 구본준 부회장은 처음 임명될 때만 하더라도 '구원투수'로서 LG전자를 회생시킬 것으로 기대를 받았다. 5년이 지난 현재 이런 희망은 극심한 실적 부진과 함께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LG 트윈스의 경우 세대교체가 필요할 때 프런트가 시기를 놓쳤는데, 이는 구단주인 구본준 부회장이 결단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으로 볼 수 밖에 없다.
한편으론 LG의 이런 부진의 원인이 CEO나 구단주의 책임을 넘어선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인화와 안정을 추구하는 LG 특유의 기업 문화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재계 일각에선 최근 일련의 LG 상황들이 '안정' 위주의 경영전략과 '인화'를 내세운 LG그룹의 기업문화 특성에 기인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새로운 시도와 변화보다는 '안정'에 초점을 둔 경영전략이 성장과 도약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재계 일각에선 "LG전자는 타 업체가 스마트폰 사업에 집중할 동안 안정적인 사업인 백색가전 분야에만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고, 스마트폰에서 한 발 늦은 경영전략을 수립한 것이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며 "LG 트윈스가 주축 선수들의 부상에도 유망주를 통한 세대교체보다 선수기용 폭을 좁게 가져가며 안정 위주의 베테랑 선수를 활용하는 팀 운용으로 저조한 성적을 거두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새로운 변화가 없는 한 'DTD(Down Team is Down)' 분위기가 계속될 것이란 얘기다. DTD는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뜻으로 프로야구 팬들이 오랜 기간 반복적이고도 고질적으로 실망감을 주는 선수나 팀을 지칭할 때 사용하는 속어다.
LG의 위기 탈출을 위해선 변화와 혁신의 승부수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LG전자나 LG트윈스엔 이같은 위기 타개책이 있을까. 동반침체에 빠진 LG전자와 트윈스가 구본준 부회장의 결단으로 긴 늪에서 빠져나와 껑충 뛰어오를 수 있을 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