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동아제약 후계자 강정석 사장, '갑질 논란' 일파만파
기사입력| 2015-08-18 09:19:49
동아쏘시오그룹(옛 동아제약그룹) 오너 일가인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사장(51)이 최근 '갑(甲)질 논란'에 휩싸였다.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회장의 4남인 강정석 사장이 한 병원에서 주차위반 경고장에 격노해 주차 관리 요원의 노트북을 파손하면서 도마 위에 오른 것.
지난해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부터 최근 롯데가(家)의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의 난'까지, 재벌에 대한 여론이 가뜩이나 안 좋은 상태에서 이번 사건은 또 하나의 '재벌 갑질'로 파문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페라리 타고 온 사장님의 분노…때늦은(?) 사과
지난 3월 25일. 슈퍼카 페라리를 탄 한 남성이 서울 청담동 C병원의 주차 관리실 옆에 차를 세웠다. 관리실에 들어갔던 이 남자는 몇 분 뒤 병원을 떠났다. 당시 자리를 비웠던 주차 관리요원은 관리실 노트북이 파손된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CCTV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해 관할 파출소에 신고를 했다.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이 주차 관리원의 노트북을 부순 남자는 바로 강정석 사장이었다. 평소 이 병원에서 건강검진 등을 받아온 강 사장은 지난 3월초부터 기존 등록 차량과는 다른 차를 타고 다녔고, 주차 관리원은 이 차에 무단 주차 경고장을 여러 번 붙여놓았다고 한다. 이에 앞서 등록 차량 변경을 수차례 요구했던 강 사장은 이같은 사실을 항의하려고 이날 주차 관리 사무실을 찾았다. 그런데 사무실은 비어있었고, 결국 강 사장은 사무실에 있던 병원 직원의 노트북을 바닥에 던져 부수고 나왔다고 한다.
경찰의 발표를 종합해보면, 강 사장은 경찰의 연락을 받고서야 합의 시도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을 조사한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관할 파출소에서 강남경찰서로 사건이 넘어온 시기는 지난 4월 7일. 당시 관련 CCTV를 분석한 강남경찰서는 차량 번호 조회를 통해 소유주를 찾아냈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수사 요청을 하는 전화를 수차례 한 끝에 강 사장의 변호사와 통화를 할 수가 있었다. 변호사가 합의 이후에 찾아오겠다는 뜻을 전했다"며 "이후 변호사가 노트북 소유주와의 합의서를 들고 경찰서에 왔으며, 강 사장 조사는 해외 출장 등을 이유로 계속 미뤄지다가 지난 7월 16일에야 진행됐다"고 밝혔다. 조사 이후 경찰은 지난 7월 22일 재물손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기소 유예 판결…동아쏘시오그룹 이미지에 막대한 타격?
1989년 동아제약에 입사한 강 사장은 6년 만에 이사대우를 달았다. 이어 지난 2013년 3월 동아제약 대표이사 부사장에서 지주회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취임 두 달 후 강 사장은 강신호 회장의 동아에스티 주식 35만7935주(지분율 4.87%), 동아쏘시오홀딩스 주식 21만1308주(지분율 4.87%) 전량을 증여받았다. 게다가 지난 3월 강신호 회장의 3남이자 형인 우석씨가 동아쏘시오홀딩스와 동아에스티의 지분 전량을 증여·매각함에 따라, 강 사장은 그룹의 유일한 후계자로 우뚝 서게 됐다.
이에 앞서 강 사장은 강신호 회장의 차남 강문석 전 동아제약 부회장과 그룹 후계자 자리를 놓고 다투기도 했다. 두 사람은 2004년과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경영권 싸움을 벌였고, 결국 강신호 회장이 4남인 강 사장 손을 들어주면서 강문석 전 부회장의 패배로 막을 내렸다. 이후 강 전 부회장은 지분 전량을 매도한 후 회사를 떠났다.
그룹 경영권 싸움에서 승리한 뒤 강 사장은 전문의약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그룹의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 원료의약품 사업 강화 등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의 면모를 갖춘다는 계획이다. 수출을 통해 회사의 성장은 물론 종합 헬스케어그룹으로 회사를 변화시키겠다는 큰 그림을 그려왔다. 이와 함께 1987년 5월 13일 설립된 수석문화재단을 통해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 일로 자칫 오랫동안 공들여 만들어온 그룹 이미지에 타격이 올지도 모르는 상황이 벌어졌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기소 유예 판결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론은 상당히 싸늘하다. 17일 네이버 검색창에 '동아제약'을 입력해보면, 연관검색어로 '동아제약 회장 아들'이나 재벌의 갑질을 다룬 '영화 베테랑' 등이 뜨고 있다. 사건이 처음 알려진 지난 15일 오후엔 동아쏘시오홀딩스 홈페이지가 마비되기도 했다. 네티즌이 관련 기사에 올려놓은 댓글을 보면 '재벌의 갑질'로 이번 사건을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동아쏘시오그룹 측은 "관계자에게 정중히 사과했으며, 검찰에서도 기소 유예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회사 업무와 무관하게 일어난 일이다. 회사는 이번 뉴스 보도 전엔 이 사안에 대해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이미지 타격 과 관련해서 "그 부분에 대해선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