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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 신동주 전 부회장의 L투자 변경등기에 여론전 '초강수'

기사입력| 2015-08-11 17:51:40
한·일 롯데 경영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 L투자회사 장악으로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1일 대국민 사과를 하며 판세 굳히기에 들어갔다. 신 회장은 이날 "최근 불미스러운 사태로 많은 심려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허리를 숙였다. 악화된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고, 여론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끌기 위한 것이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행보와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 7일 일본으로 간 신 전 부회장은 지난 10일 L투자회사의 변경등기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롯데가(家) 경영권 싸움에서 변경등기 여부가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동빈 회장, "호텔롯데 상장 및 지주회사 출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대국민 사과와 함께 "최근 사태는 그룹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강화에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며 "호텔롯데를 상장하고 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를 연내에 80% 이상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신 회장의 대국민 사과는 이번이 세 번째다. 일본 체류 중인 지난달 29일 롯데그룹 통신망에 대국민 사과문을 올렸고, 이달 3일 귀국하면서 김포공항 입국장에서 허리를 숙였다.

신 회장은 "롯데호텔(법인명 호텔롯데)에 대해 일본 계열 회사들의 지분 비율을 축소하겠다"면서 "주주 구성이 다양해지도록 기업 공개를 추진하고 종합적으로 개선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호텔롯데는 과거에서도 수차례 상장 논의가 진행됐지만 신격호 총괄회장이 승인하지 않아 불발에 그쳤다. 호텔롯데는 롯데쇼핑(지분율 8.83%), 롯데알미늄(12.99%) 롯데리아(18.77%) 등의 주요 주주로, 사실상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호텔롯데의 지분 구성을 보면, 일본 L투자회사 12개사가 72.65%, 일본 롯데홀딩스가 19.07%여서 사실상 일본계 회사다.

신 회장은 416개 달하는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고리와 관련해서도 "남아 있는 순환출자의 80% 이상을 연말까지 해소하고 중장기적으로 그룹을 지주회사로 전환해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룹 내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를 출범시키는 한편 기업 문화 개선위원회도 설치하는 등 구체적인 후속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한·일 롯데의 지배 고리로 세간의 논란이 된 L투자회사들에 대해 "일본 롯데 계열 기업이 공동으로 투자에 참여하면서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회장의 호텔롯데의 기업공개 결정은 아버지와는 다른 경영의 길을 걷겠다는 의지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신동빈 회장, 총공세 개시…여론전으로 신동주 전 부회장 반격 무력화?

롯데그룹은 지난 10일 오후 급작스럽게 신동빈 회장이 11일 대국민사과를 한다고 발표했다. 장소는 미정인 상태였다. 그리곤 11일 오전 7시에 기자회견 장소를 공개했다. 급하게 진행되는 모양새였다. 게다가 신 회장은 지배구조 개선까지 약속했다. 이같은 행보는 총수 일가의 독단 경영과 일본풍 행태에 대한 비판이 일면서 불매운동이 벌어지는 등 반(反)롯데 정서가 고조되고 있고 덩달아 정부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달 27∼28일 한·일 롯데그룹의 지배 고리인 일본 롯데홀딩스 임원진 교체를 두고 신격호·동주 부자와 신동빈 회장 간의 힘겨루기가 벌어진 직후 롯데 오너일가의 볼썽사나운 경영권 다툼이 세간의 화제로 떠올랐고, 이로 인해 재벌개혁을 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특히 롯데그룹의 일본 기업 논란과 함께 정부 특혜가 과도했다는 여론이 비등하면서 반롯데 정서가 퍼져 롯데그룹 전 계열사를 겨냥한 불매운동이 확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정부는 국세청·관세청·공정거래위원회·금융감독원 등 사실상 모든 채널을 동원해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정치권도 재벌 개혁을 위한 입법을 준비하는 등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표면적인 이유보다는 국내에서 은둔하다가 지난 7일 일본으로 간 신동주 전 부회장이 경영권 향배의 핵인 일본 L투자회사의 변경 등기를 지난 10일 오전 10시에 신청했기 때문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신 전 부회장은 L투자회사 12곳 가운데 L4·5·6을 제외한 나머지 9곳(L1·2·3·7·8·9·10·11·12)에 대해 이의신청 성격의 새로운 변경등기 신청을 일본 법무성에 제출했다. 변경등기를 신청한 9개 L투자회사는 지난 7월 30일까지 기존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단독 대표이사로 있었으나, 지난 7월 31일 이후로는 신동빈 회장과 공동대표로 등기돼 이른바 '찬탈' 논란이 일고 있는 곳이다.

그동안 신 회장은 신 전 부회장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다가, 신 전 부회장이 반격을 가하자 대국민 사과와 함께 지배구조 개선을 발표하는 등 여론전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란 얘기다.

▶롯데가 경영권 분쟁,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이 터닝 포인트?

이날 기자회견에서 신 회장은 오는 17일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개최할 것이라 공개했다.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는 이번 경영권 분쟁의 가장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주주총회 주요안건으로 사외이사 선임 건과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으로 제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밝힌 신동빈 회장을 포함한 이사진 해임건은 포함시키지 않을 예정이다. 롯데그룹은 "이번 주총의 안건은 경영투명성 개선을 위한 안건"이라며 "신동주 전 부회장이 밝힌 주총과 관련된 안건이 상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은 어떻게든 이번 주주총회에서 반격의 카드를 꺼내들어야 하는 입장이다. 주도권을 쥐고 있는 신동빈 회장의 의도에 따라 신 회장 및 이사진 해임건이 상정이 못되면, 실질적인 경영권 싸움에서 신 전 부회장은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초 신 총괄회장 지분과 종업원지주회 등의 우호지분을 바탕으로 표 대결을 벌이겠다는 방안이었으나,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와 일본 내 우호지분 세력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신 전 부회장에게 긍정적인 상황이라 판단하긴 어려운 상태다.

또한, L투자회사의 변경등기 신청 역시 빠른 시간 안에 해결되기 어렵고,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면 시간은 더욱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일본 롯데홀딩스와 L투자회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신동빈 회장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17일 예정인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 신동주 전 부회장이 어떤 히든카드를 들고 나올지가 최대의 관건인 셈이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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