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롯데가(家) 골육상잔 경영권 싸움으로 면세점사업 흔들?
기사입력| 2015-08-06 09:16:34
노사 지지를 등에 업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다음 포석으로 국민과 주주의 지지를 얻기 위해 골몰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이 뒤늦게 롯데사태를 들여다보기 시작해 롯데가(家) 골육상잔의 경영권 싸움에 후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롯데는 곧 특허가 만료되는 면세점 입찰에서 탈락의 위기에 빠짐과 동시에 재벌개혁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거세져 지배구조의 개편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룹내 민심 잡은 신동빈 회장, 신격호 총괄회장·신동주 전 부회장보다 우위 점해
5일 롯데그룹 등에 따르면 롯데그룹 노동조합 협의회 소속 노조위원장 19명은 이날 오후 잠실 롯데월드에 모여 최근 경영권 분쟁으로 촉발된 위기 상황에 대해 논의한 뒤 "신동빈 회장에 무한한 지지와 신뢰를 보낸다"며 지지 의사를 표명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앞서 지난 4일 롯데그룹 37개 계열사 사장단도 서울 제2롯데월드 홍보관에서 "롯데그룹을 이끌어갈 리더로 오랫동안 경영능력을 검증받고 성과를 보여준 현 신동빈 회장이 적임자임에 의견을 함께하고 지지를 표명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날 일본 롯데홀딩스의 쓰쿠다 다카유키 대표이사 사장도 신동빈 회장의 지지를 선언했다. 이로써 신동빈 회장은 노사 모두로부터 지지를 확인, 경영권 다툼에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보다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3일 귀국 즉시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찾아 문안인사를 한 뒤 첫 방문지로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인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공사현장을 찾은 데 이어 지난 4일에는 경기 오산에 위치한 롯데인재개발원으로 달려가 신입사원들과 미팅을 갖고 "(이번 사태와 관련해) 롯데그룹의 경영에는 전혀 흔들림이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는 등 그동안 그룹내 민심을 잡는데 안간힘을 썼다.
이 여세를 몰아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은 국민과 주주로부터 지지를 얻어내는 한편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신동빈 회장은 핵심 측근인 노병용 롯데물산 사장 등을 통해 여론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롯데가 일본 기업이 아니라는 점과 중국 사업의 실패를 적극 방어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아울러 어눌하지만 한국어를 어느 정도 구사한다는 점을 강조해 신동주 전 부회장과 차별화 전략을 갖고 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골육상잔의 경영권 싸움 때문에 면세점 사업 뺏길 위기 직면
그러나 이같은 신동빈 회장과 롯데그룹의 노력에도 정부가 본격적으로 롯데 사태에 개입할 뜻을 밝힘에 따라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가늠하기 어렵다. 지배구조는 물론이고 사업권에까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일부 소비자단체들은 롯데제품 불매운동에 들어가고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롯데의 행태를 질타하면서 재벌개혁이 이슈로 부상했다.
우선 정부와 여당은 6일 당정협의를 통해 재벌기업들의 지배구조문제를 점검하고 개선작업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대기업 오너가 지분을 미미하게 가지고도 순환출자 고리를 통해 큰 재벌기업을 개인기업처럼 좌지우지하는 것은 경제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 고리를 끊어야 된다"고 밝혔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역시 "재벌 경제체제는 더 이상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아니라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원인"이라며 재벌개혁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의 일환으로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이 실질적인 움직임이 시작됐다. 당장 공정위는 롯데그룹 측에 오는 20일까지 순환출자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재벌기업에 가장 민감한 약점인 순환출자 문제를 정부에서 직접 점검하겠다는 사인으로 읽힌다. 또한 서울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달 말 롯데그룹 계열 광고대행사인 대홍기획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대홍기획은 롯데그룹 계열사에서만 90%에 가까운 물량을 수주하는 광고 계열사라는 점을 고려할 때 대홍기획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언제든 롯데 관련 기업으로 조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또한 정치권에서는 롯데그룹을 겨냥해 공정거래법을 개정할 태세다.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롯데처럼 상호출자가 제한된 기업집단은 비상장기업이라도 최대주주 보유주식 현황 등을 공시해야 하는데 해외법인은 제외됐다. 이번 기회에 해외법인까지 상호출자 규제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해, 롯데그룹을 압박하겠다는 자세다.
이에 따라 신동빈 회장이든 신동주 전 부회장이든 두 사람 중 누가 경영권을 잡더라도, 정부와 정치권의 재벌개혁 칼날을 벗어나기 어려워 지배구조를 상당부분 뜯어고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부는 롯데호텔(법인명 호텔롯데)의 최대 수입원인 면세점 사업에 대해서도 메스를 들이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롯데면세점 서울 소공점·월드타워점이 오는 12월 특허가 만료돼 재선정을 앞두고 있다. 소공점은 작년 매출이 1조9763억원으로 서울시내 6개 면세점의 지난해 총매출액인 4조3502억원의 45.4%를 차지하고 있으며, 월드타워점도 매출액이 4800억원에 달하고 있다. 따라서 두 면세점이 재선정되지 못할 경우 롯데호텔은 치명타를 입는다. 관세청의 심사로 5년마다 재입찰이 이뤄지는 면세점 사업은 여론의 향배를 무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벌써부터 롯데 분쟁 사태로 여론이 악화한 상황에서 정부가 배정하는 특혜사업인 면세점을 롯데에 줘선 안 된다는 분위기가 정치권에서 조성되고 있다. 또한 시민단체들이 주도하는 롯데 불매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돼, 향후 롯데의 여러 사업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